라트로필린-2, 심근 내 미토콘드리아 기능·심장근육섬유 간 접합 핵심 역할
결손 시 심부전 발생…김효수 서울대병원 교수팀 [Circulation Research] 발표
심근세포의 라트로필린-2(Latrophilin-2) 결손이 세포 접합을 파괴해 '확장성 심근병증'을 유발하는 새로운 병리기전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라트로필린-2는 심근 내 미토콘드리아 기능과 세포 간 접합을 조절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결손 시 심장기능 저하와 심부전 등을 유발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김효수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 교수팀(조현재 순환기내과 교수·강민준 심혈관연구단 연구원)은 타목시펜으로 유도되는 '심근세포 특이적 라트로필린-2 결손 마우스 모델'을 제작, 형질 분석을 통해 확장성 심근병증의 새로운 병태생리를 규명한 연구결과를 [Circulation Research](IF 16.5) 최근호에 발표했다.
심부전의 대표적인 형태인 확장성 심근병증은 심장이 확장되면서 심장 기능이 저하되는 심장근육 질환. 심근세포의 재생을 유도하는 근본적인 치료제는 없으며, 추가 손상을 막기 위해 저염식·금연·금주·규칙적 유산소 운동과 고혈압·당뇨·고지혈증 약물 치료 등 기본적인 치료를 진행한다.
김효수 교수팀(조현재 교수·이춘수 박사)은 5년 전 라트로필린-2가 심근 줄기세포에서 선택적으로 발현하며, 결손 시 배아 발달 단계에서 심장 발육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배아 치사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이 유전자가 생명 유지에 필수적임을 증명했다.
교수팀은 성인 심장에서 라트로필린-2의 역할을 규명하기 위해 2년에 걸쳐 유전자 조작 마우스 모델을 제작, 형질 분석 결과를 정리해 발표했다.
연구 결과, 타목시펜을 투여해 심근세포에서 라트로필린-2를 제거한 마우스는 며칠 내 갑자기 사망하는 현상을 보였다. 심근경색증 모델에서도 대조군에 비해 사망률이 월등히 높았다. 심전도 모니터링상 부정맥과 방실전도 차단이 사망 원인으로 지목됐다.
해부 육안검사에서 심장이 크게 확장됐으며, 조직검사에서 심근 섬유 결합이 해체돼 흐트러진 모습을 보였다. 전자현미경 검사에서 심근섬유 해체와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 파괴 현상이 관찰됐다. 심장을 녹여 심근단일세포를 분리한 뒤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분석한 결과, 활성 산소종(ROS) 축적이 확인됐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기전을 분석한 결과, 라트로필린-2 결손 시 p38-MAPK 경로의 활성이 저하되고, 심근세포 간 결합 인자인 Adherens, Desmosome, Connexin 발현 감소로 심근 섬유가 해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미토콘드리아 조절 단백질인 PGC-1α 발현이 감소, 미토콘드리아 양이 줄어들고 구조가 파괴돼 에너지 생산 효율이 떨어지면서 심장 기능이 나빠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병태생리를 증명하기 위해 라트로필린-2 결손 마우스에 'p38-MAPK 경로 활성제'를 투여한 결과, 확장성 심근병증이 치료되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이는 라트로필린-2 결손으로 인한 심부전을 개선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으로, 향후 심부전 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효수 교수는 "심장은 박동을 지속해야 하므로, 미토콘드리아의 기능과 심근세포 사이의 물리적 결합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번 연구를 통해 심근세포에서 라트로필린-2 결손 시 기능과 구조가 손상돼 심부전 및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음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라트로필린-2는 마우스와 인간의 유전자 서열이 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이번 연구를 결과를 인간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고 밝힌 김 교수는 "라트로필린2라는 세포 표면 수용체를 자극할 수 있는 리간드를 유전자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연구중심병원 사업과 한국연구재단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