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시, 의료기관개설위 결정 뒤집어 아동병원 '허가' 논란
의사회 "위원회 법적 구속력 강화해 무분별 병상 증설 막아야"
경기도 안양시가 의료기관개설위원회 결정을 뒤집고 60병상 규모의 아동병원 설립을 허가해 논란을 빚고 있다. 안양 권역에 병상이 넘쳐나는 데다 소아청소년 병상 가동률은 50% 정도인데 굳이 60병상 규모의 병원이 또 들어올 이유가 없다는 게 지역 의료계 입장이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안양시는 최근 소아 환자 의료서비스 혜택을 위해 60병상 규모의 A아동병원 개설을 허가했다고 시 차원에서 보도자료까지 내며 공개적으로 알렸다.
문제는 안양시에 의료기관 개설이 적정한지 심의하는 의료기관개설위원회가 병원의 설립을 '불허' 했다는 점이다.
의료법에 따르면 병원급 의료기관을 개설하려면 시·도 의료기관개설위원회 심의를 거쳐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시·도지사는 개설하려는 의료기관이 시설 기준에 맞지 않거나 정부의 병상수급 및 관리 계획에 적합하지 않으면 개설허가를 할 수 없다.
이에 따라 개설허가를 신청한 A병원 심의를 위해 지난달 말 안양시 의료기관개설위원회가 열렸다. 위원회는 안양권(군포, 의왕, 과천 포함) 주요 중소병원의 병상 상황 및 병상 수급 계획, 소아병상 분포 및 병상 가동률 등을 따졌다.
현재 안양권에서는 이미 1200병상이 승인된 상황. 구체적으로 안양샘병원 425병상, 고려대의료원 과천 분원 500~600병상, 안양시장 공약사항인 치매안심병원 250병상 등 2028년까지 병상 확충 계획이 예정돼 있다. 이는 경기도 병상수급 및 관리계획을 반영한 것이다. 경기도는 지난해 11월 도 병상수급계획을 수립해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바 있다.
소아청소년 병상만 따로 놓고 보면 평촌한림대성심병원 42병상, 안양샘병원 30병상, 원광대산본병원 30병상으로 100병 이상이 존재한다. 이 중 소아청소년 입원 환자는 절반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 위원회의 지적이다. 위원회는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해 병상 과잉 공급이라는 이유로 A병원 개설 허가를 승인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구본상 의료기관개설위원장(안양시의사회장)은 "2028년까지 1200병상이 더 공급되면 병상가동률이 더 떨어진다는 것이 자명하다고 위원회는 판단했다"라며 "A병원은 중환자를 볼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경증환자 위주의 병원이었다. 소아외과나 소아신경외과, 소아정형외과 같은 전문의가 없어 중환자를 위한 협진 시스템도 갖춰져 있지않다"고 지적했다.
안양시는 법률자문, 보건복지부 유권해석까지 받아 의료기관개설위 결정을 뒤집었다. 안양시 동안구보건소는 지난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보건복지부와 법률 전문가 등은 의료기관의 법적 기준을 충족하고 소아청소년과는 필수의료에 해당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병상 과잉 공급을 이유로 부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위원회 심의 사항을 벗어난 것이라고 의견을 냈다"고 설명했다.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질환 중심 구조전환 사업에 참여하면서 소아 응급환자 응급실 이용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열경련 등 소아 경증 환자 수용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병원 허가 이유에 현재 의료계 상황도 끌어왔다.
김순기 동안구보건소장은 "의료기관개설위원회 결정을 존중하고 우려하는 바를 충분히 공감하지만 병원 개설 허가는 의료법과 지역의료 상황 등을 면밀히 고려해 결정된사항이었다"고 말했다.
안양시의사회는 명백한 의료법 위반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위원회 결정의 법적 구속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에도 의료기관개설위원회 심의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이미 발의된 상황.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8월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개설을 위해서는 의료기관개설위의 사전심의와 승인을 거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구본상 안양시의사회장은 "의료법상 위원회 결의를 따라야 한다는 구속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이번 안양시의 결정은 의료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고 중앙 부처인 보건복지부의 병상수급 기본 시책에 정면 위배되는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위원회 법적 구속력을 강화해 무분별한 병상 증설을 막아야 한다"라며 "전문가 집단의 판단을 무시한 설립 강행이 반복되면 정부의 병상 관리 정책마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