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행정관 시절 경험, 현 정부에 투영해 보니 "갑갑하다"
"안 되는 것 억지로 만들면 문제 꼭 생긴다…의대정원도 그렇다"
대한의사협회장이 불신임 됐다. 차기 회장 보궐선까지 남은 시간은 두 달 남짓. 그 사이 의대정원 확대 등 의료현안에 대한 공백은 비상대책위원회가 이어가고 있다.
선거로 뽑힌 박형욱 비상대책위원장을 중심으로 꾸려진 비대위는 지난 21일 첫 회의를 가졌다. 의협 비대위는 첫 회의 결과물로 "2025년 의대 신입생 모집을 중지해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 비대위는 앞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회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그동안 의협과 대립각을 세워왔던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와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를 처음으로 아울러 이뤄지는 회의체인 만큼 결정 내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22일 출입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전공의와 의대생 조직은 교수, 개원의 보다 더 탄탄했다. 다른 직역보다 더 일사불란한 느낌"이라며 "복귀 문제는 개인이 결정할 문제이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복귀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행정관을 지냈던 경험을 바탕으로 현 정부의 문제점을 짚었다.
박 위원장은 "행정관 시절 안전상비의약품 편의점 판매 허용 정책이 이슈였는데 당시 주무부처 장관이 주저했다"라며 "장관을 중심으로 부처에서 움직이고 청와대는 뒤에서 조율을 하는 역할이다. 장관이 결심을 할 때까지 당시 청와대는 기다려 정책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관은 인사청문회를 거쳐 공무원으로서 일을 하는 것이고 청와대 비서관은 그런 과정을 거친 게 아니다"라며 "대통령실이 현안을 주도하고 꽉 잡고 있으면 부처에서 일을 할 수가 없다. 지금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은 굉장히 괴롭고 갑갑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여당과 정부는 연일 의협을 향해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손을 내밀고 있다. 박 위원장 역시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현 정부와는 대화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안 되는 것을 억지로 만들면 문제가 꼭 생긴다. 정책을 무리하게 만들면 끝나는 게 아니라 후유증이 계속 생긴다"라며 "처음부터 안되는 걸 무리하게 되도록 할 게 아니라 의사소통해서 합의를 해야 안정적으로 해결이 된다. 일부가 나를 따르라 해서는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사태가 이렇게까지 된다는 게 안타깝다"라며 "사회적인 소용돌이가 있으면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대화를 해 나가야 하는데 현 정부의 특징은 대화를 가장하고 있다. 대화를 가장하고 여론전만 펼친다. 그러니 문제가 해결이 안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