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밥은 땅 파서 만드나" 내년 환자 식대 수가 '4600원'

"병원 밥은 땅 파서 만드나" 내년 환자 식대 수가 '4600원'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24.11.22 18:44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건복지부, 2025년 식대조정안 보고...3.6% 물가지수 변동률 적용
의원 기본식대 19년간 1210원 올라..."양질의 식사제공 먼나라 얘기“

내년 의원급 의료기관 입원환자 식대가 끼니 당 4600원, 병원 5030원으로 정해졌다. 올해보다 각각 160원, 170원 오르는 금액인데 치솟는 물가를 따라잡기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입원환자 식대 3.6% 인상을 골자로 하는 '2025년 식대 세부조정(안)'을 마련, 최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서면 보고했다. 

정부는 2017년 이후 매년 전전년도 소비자물가지수 변동률을 반영해 식대수가를 조정하고 있다. 내년 식대 인상률 3.6%는 2023년 소비자물가지수변동률을 적용한 것이다.

이를 반영한 내년도 입원환자 기본 식대(일반식)는 ▲상급종합병원 5530원(2024년 대비 190원↑) ▲종합병원 5290원(180원↑) ▲병원·요양병원·치과병원·한방병원 5030원(170원↑) ▲의원·치과의원·한의원·보건의료원 4600원(160원)이 된다.

당뇨나 신장질환 등 식단조절이 필요한 환자들에 제공되는 치료식의 가격도 200원 남짓 오른다. 내년 치료식 식대는 ▲상급종합병원 7210원(250원↑) ▲종합병원 6780원(240원↑) ▲병원·요양병원·의원 6390원(220원↑)이다.

병·의원이 자체 영양사와 조리사를 고용할 경우 지급되는 영양사 가산은 640원, 조리사 가산은 590원으로 정해졌다. 일종의 인건비 지원 명목인데, 각각 올해보다 20원이 오른 금액이다. 

ⓒ의협신문
2025년 입원환자 식대 조정안

의료계 반대했던 식대 급여화, 정부 뜻대로 강행했지만....

환자 식사에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6년 6월부터다.

이전에는 각 병원들이 각자의 원가에 맞춰 입원환자 식사 가격을 정하는 방식이었는데, 시민사회단체들을 중심으로 입원 진료비 가운데 식대 부담액이 너무 높아 환자들의 부담이 크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급여화 논의가 물살을 탔다.

당시 전문가들은 암 등 중증질환자의 치료비와 약값 등 의료서비스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건강보험재정을 투입해 환자의 밥값을 지원하는 것이 타당하느냐고 문제를 제기했지만 정부는 환자부담 완화를 이유로 식대 급여를 강행했다.

이 때 책정된 식대 수가는 일반식 3390원, 치료식 4030원이다. 당시 병원들은 일반식 한 끼당 7000원, 치료식 9000원 정도를 환자로부터 식대로 받아왔는데 실제 수가는 관행 수가의 절반 수준에서 결정됐다.

이후 식대 수가는 지난 19년 간 2000원 남짓 올랐다. 식대 급여화 이후 상당기간 수가가 동결된데다, 이후 조정율도 줄곧 낮았던 까닭이다.

정부는 식대수가 도입 이후 10년 만에, 2015년 처음으로 식대수가를 6% 가량 인상했고 이후 2017년부터 이른바 자동조정기전 방식으로 매년 전전년도 소비자물가지수변동률과 연동해 식대수가를 조정하고 있다. 

2025년 기준, 의원 일반식은 식대수가 급여화 첫 해인 2006년 대비 1210원, 치료식은 2360원 오른 수준이다. 물가지수를 반영해 수가를 매년 인상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모수가 워낙 작다보니 현실적 물가를 따라잡기는 역부족이다. 

"김밥 한 줄도 5000원인데" 골칫거리 된 식대, 찔끔 인상 해법 안돼

의료계는 지금의 식대 수준에서는 환자에게 양질의 식사를 제공할 수 없다면서 치솟는 물가를 감안해 식대수가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김밥 한 줄이 5000원을 넘고, 1만원을 가지고도 밖에서 제대로 된 밥 한끼를 먹기 힘든 것이 현실"라면서 "병원 밥만 땅을 파서 만드는 것도 아니고, 이 정도 금액으로 어떻게 환자를 위한 양질의 식사를 마련하라는 것이냐"고 토로했다.

그는 "영양사, 조리사 등 필수로 고용해야 하는 직원 인건비는 물론, 식자재비 또한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면서 "비현실적인 식대수가로 병원 운영상 적자가 심화되고 있고, 식사에 대한 환자와 보호자의 불평도 커지고 있다.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한병원협회는 최근 식대 조정기전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를 진행키로 하고, 그 기초자료로서 병원계를 상대로 식대 운영관련 설문조사를 벌이고 있다.

입원환자 식대 관련 수입, 지출현황 등이 조사항목이다.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