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정협의체 1일 4차 회의 후 "공식적 회의 중단" 브리핑
이진우 의학회장 "한치의 물러섬 없는 정부 일관된 입장에 절망"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제안으로 출범한 여야의정 협의체가 결국 한 달 만에 논의를 중단키로 했다. 협의체 시작 때부터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의료계를 대표하는 대한의사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참여하지 않아 반쪽짜리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여·의정·협의체는 1일 네 번째 회의를 갖고 공식적 회의 중단을 알렸다. 협의체에서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 계류하고 있는 고등교육기관 평가 인증 개정령안 논의를 당분간 중지하기로 협의했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 개편에 대해서는 의료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기로 했다. 다만, 내년 의대정원 변경에 대해서는 입시가 상당히 진행된 상황을 감안해 수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의료계에서는 이진우 대한의학회장과 이종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사장은 협의체에 참여해왔는데, 이들은 1일 네 번째 회의를 마친 후 가진 브리핑에서 "한치도 물러나지 않는 정부의 일관된 입장에 절망했다"라며 "더 이상의 논의는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여당을 대표에 참여했던 이만희 의원이 "공식적 회의를 중단하고 휴지기를 갖기로 했다"는 열려있는 결말을 이야기한 데 대해서도 온도차를 보였다. 이진우 의학회장은 "휴지기라는 말은 정부 여당 입장"이라고 선을 그으며 "의대정원에 대한 확실한 태도변화, 정책변화를 보여주면 그때 가서 다시 판단하고 논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진우 회장은 "의료 붕괴로 나아가는 현실이 너무나 심각하기에 의료계 내부의 우려하는 시선, 회의적인 시각에도 협의체 참여를 결단했다"라며 "2025년 의대정원 문제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안을 충분히 검토해 구체적인 조정안을 제시했고, 2026년 증원 유예와 함께 합리적인 추계기구를 만들어 2027년 이후 정원 논의를 진행하자는 제안도 전달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입시 일정이 진행되고 있는 급박한 현실에서 유연한 정책 결정을 통해 의정사태 해결 의지를 조금이라도 보여달라고 간절히 요청했지만 정부는 어떤 유연성도 보이지 않았다"라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의학회와 KAMC 제안을 거부하면서 한치도 물러나지 않는 일관된 입장에 절망했다"라고 토로했다.
오히려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다는 것을 재확인한데다 국회 역시 말로만 해결하겠다고 이야기하는 현실을 확인하고 "협의를 중단하는 참담한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그는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미래세대를 위한 의학교육 현장이 무너졌고 수련병원 진료공백으로 중증 필수의료가 한계에 도달했으며 사상 초유의 의료시스템 붕괴가 목전에 이르렀다는 절박함을 호소했지만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결과에 사과를 하고, 의료계를 향해서도 "송구하다"고 표현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2025년 정원 조정은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변함없는 입장을 보였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025학년도 입학 정원은 현재 입시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혼란을 주는 어떤 조치를 취하는 것은 교육현장에 막대한 부담을 주기 때문에 불가하다"라고 못 박으며 "2026학년도 정원부터는 의사인력추계위원회에 의료계가 참여해 의견을 제시하면 숫자에 구애받지 않고 논의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이어 "2026학년도 정원도 입시 일정을 고려하면 논의할 시간이 많지 않다. 이 순간에도 논의할 시간이 점차 줄고 있다"라며 "쉼 없이 속도감 있게 의료개혁 과제를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