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전공의에 대한 부당한 구속 수사를 감행한 검찰을 규탄하며, 회원 보호를 위해 14만 의사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

전공의들의 사직을 비롯한 일련의 행보는 모두 개인의 자율적인 의지에 의해 행해졌으며, 어느 누구의 강요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에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타 직장을 구한 전공의, 사직서를 제출했다가 철회하고 다시 병원으로 복귀한 전공의, 처음부터 사직서 제출을 하지 않은 전공의 등 다양한 선택을 한 전공의가 있었고, 이들의 모든 선택은 존중받아야 합니다.

물론 자신의 미래를 내던지면서까지 불의에 항거하고, 대한민국 의료를 정상화시키려 노력한 사직 전공의들이 사직을 선택하지 않은 타 동료들에 대해 불만을 가질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직에 가담하지 않은 동료들의 신상이 담긴 정보를 리스트화해서 유포시킨 행위는 비판의 소지가 있습니다.

이에 이러한 행동은 내부적인 자정을 통해서 바로잡는 것이 합리적인 문제 해결 방향이며 충분히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현 정부는 내부 자정을 유도하기 보다는 마녀사냥식의 여론 몰이를 통해 형사 처벌하려 하고 있습니다.

현재 도저히 정상적인 정부라고 볼 수 없는 현 정권의 지휘를 받는 대한민국 수사기관의 무리한 수사 행태는 규탄받아 마땅합니다. 지난 10월 검찰은 '의료계 블랙리스트'라고 불리는 명단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로 사직 전공의 한 명을 구속했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언으로 두려움에 떨었던 지난 3일에 검찰은 또 다시 한 명의 사직 전공의를 무리하게 구속시켰습니다.

개인 신상정보가 담긴 문건을 만들어 유포한 행위는 증거가 이미 나와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불구속 수사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수사기관에서는 개인 신상정보 유포 행위를 스토킹 범죄로 규정하면서 의사들에 대한 국민적인 인식을 더욱 나쁘게 몰아갔고, 이내 사직 전공의들을 스토킹처벌법 위반으로 구속했습니다.

심지어 지난 10월 구속되었던 사직 전공의는 보석 신청마저 기각되었는데, 보석 기각 판결문 상 기각 사유는 형사소송법 제95조 제3호(죄증을 인멸하거나 인멸할 우려)와 제4호(도망이나 도망우려)였다고 합니다. 수사 기관에서 이미 모든 증거를 가져갔고, 본인이 사실관계도 인정한 상황이며 도망 우려는 언급할 필요도 없는 상황임에도 보석 신청이 기각된 것입니다.

개인정보를 유포한 행위가 처벌받을 수 있는 행위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행위를 국민적인 인식이 훨씬 나쁜 스토킹 범죄로 규정하고, 스토킹처벌법을 적용해서 사직 전공의들을 구속한 것은 분명한 탄압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이미 인터넷상에 유포된 증거가 수사기관에 의해 확보되어 증거인멸의 가능성도 없고, 도주의 우려는 더더욱 없는 사직 전공의들을 불구속이 아닌 구속 수사하는 것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습니다.

이에 저는 사직 전공의에 대한 부당한 구속 수사를 감행한 검찰을 규탄하며, 구속된 회원들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정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여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모든 지원과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이어질 법정 싸움에서 힘겨워할 사직 전공의 회원의 보호와 지원을 위해 14만 의사 모두가 힘을 모아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2024년 12월 4일
제 43대 대한의사협회장 후보 주수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