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정책연구원, 진료보조인력 제도의 주요 쟁점 보고서 공개
제도 원칙 4가지 제시…"의료계 중심으로 제도 개선 논의해야"
정부의 일방적 정책 추진으로 발생한 의료공백으로 제도화 문턱까지 온 진료보조인력(Physician Assistant). 보건복지부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간호법을 만들기까지 하며 진료보조인력을 시범사업 형태로 운영 중이다.
이에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진료보조인력 제도의 주요 쟁점' 보고서를 통해 미래를 위한 제도의 방향을 24일 제시했다. 무분별한 활용은 근절돼야 하지만 의료기관 인력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현실적 대안으로 제도 활용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연구진은 진료보조인력을 활용하고 있는 미국, 영국, 캐나다 등의 사례를 검토해 제도 개선을 위한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우선 진료보조인력 활용에 대한 원칙으로 네 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진료보조인력은 국민 건강과 생명 보호를 위해 의사의 고유 영역을 침범하거나 의료인 면허제도의 근간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또 진료보조인력은 필수의료와 기피 전문과의 의료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이 아니고 전공의가 교육 기회를 박탈당하는 환경을 만들어서도 안된다고 짚었다. 진료보조인력 관련 논의의 출발은 정부의 일방적 의사결정이 아닌 의료계 중심의 거버넌스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연구진은 진료보조인력 제도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자격부터 업무범위, 법적 책임까지 대안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진료보조인력은 일정한 자격을 갖추거나 수행할 업무에 대한 중분한 교육과 훈련을 받은 사람으로 한정해야 하고 간호사 등 특정 직역에 특혜를 줘서는 안 된다. 간호사뿐만 아니라 의료기사, 응급구조사, 간호조무사 등 모든 보건의료 직역을 포함할 수 있다는 것.
연구진은 "진료보조인력이 의료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환자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충분한 의학적 지식과 경험이 전제돼야 한다"라며 "이런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는 공인된 의사단체에서 기초의학교육과 임상실습에 기반한 교육과정을 수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단기적으로 기초의학교육을 이수하고 일정 기간 임상 경험을 갖춘 사람을 대상으로 별도의 공인된 교육과정을 운영해 자격을 부여하는 방향이 있겠다. 단, 의료기관별 및 진료과별 교육과정은 이론수업과 임상실습을 병행해 의사가 하는 의료행위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진료보조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과 국가시험을 제도화해 합격한 사람에 한 해 면허를 부여해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더했다.
연구진은 "교육과정의 내용, 성과, 교육 이수율, 보수교육 수행 등은 의료기관 단위로 평가해야 한다"라며 "진료보조인력의 교육과정 구성과 운영은 의료행위를 직접 수행하거나 위임해야 하는 의사가 참여토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진료보조인력 업무는 의사의 지도감독을 필수적인 요건으로 명시하고 의사 업무 중 위임 가능한 업무기준을 설정하되 의료행위 수행의 위험도 및 난이도, 교육 및 훈련의 정도, 관리 및 감독체계 존재 여부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진료보조인력의 관리 운영은 '의사단체'가 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연구진은 "진료보조인력이 의사 감독 아래 업무를 수행하려면 이들의 자격과 역할, 위임된 업무범위, 평가 및 교육 등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라며 "의사단체가 진료보조인력의 운영 상황을 주기적으로 평가하는 관리감독 기구로서 역할을 해야 하고 의료기관별 규정 및 업무지침을 마련, 준수해야 한다"고 했다.
나아가 "각 의료기관은 (가칭) 진료보조인력 운영에 대한 규정을 마련해 규정된 범위에서만 진료보조인력을 활용해야 한다"라며 "운영규정에는 진료보조인력의 자격 및 소속, 업무 교육, 업무 범위, 평가, 보상 및 승급 체계 등에 대한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료보조인력의 자격 요건, 교육 이수 경력, 업무범위, 감독 의사에 대한 내용 문서화도 필요하다고 했다.
진료보조인력의 법적 책임에 대해서도 짚었다. 연구진은 "진료보조인력은 우선 의사만이 수행할 수 있는 의료행위를 보조하기 위해 생겨난 새로운 직종이라는 점에서 간호사나 응급구조사와 같이 독립적이고 고유한 업무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라며 "진료보조인력이 수행하는 업무에서 발생한 주의의무 위반에 따른 과실은 원칙적으로 행위의 주체인 진료보조인력에게 귀속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의사의 주의의무 책임은 진료보조인력에 대한 관리책임으로 한정된다.
연구진은 무엇보다도 "의료기관에 따라 진료보조인력 활용 정도가 다양해 제도 변화를 적응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정부, 의료계, 의료기관 등 각 이해관계자의 충분한 의견수렴과 논의가 필요하고 무엇보다 의료계를 중심으로 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