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는 왜 데이트 폭력범과 '공동불법행위자'가 됐나?

전공의는 왜 데이트 폭력범과 '공동불법행위자'가 됐나?

  • 박승민 기자 smpark0602@gmail.com
  • 승인 2025.02.12 15:55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2심 재판부, 피해자 사망에 이르게 한 관련성 인정 판단
16개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 "의료대란 도화선될 것" 비판

ⓒ의협신문
ⓒ의협신문

최근 법원이 데이트 폭력을 당해 응급치료를 받던 피해자가 숨진 민사 소송에서 의사에게 손해배상을 해야한다고 판결하자, 그 배경에 의료계의 이목이 쏠린다.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해자 치료에 최선을 다한 의료진이 데이트 폭력 가해자와 공동불법행위자로 엮여 피해자 가족들에게 4억 4000여만원의 배상책임을 져야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광주고등법원은 5일 데이트 폭력을 당한 후 병원에서 사망한 피해자의 유족이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데이트 폭력 가해자와 피해자를 치료한 의료인 및 병원에 공동불법행위가 성립된다며 공동손해배상 결론을 내렸다. 

[의협신문]은 12일 해당 사건의 1·2심 판결문을 입수, 재판부의 판결 배경에 대해 분석했다.

피해자 A씨는 지난 2017년 10월 교제하던 C씨로부터 폭력을 당한 후 112에 신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게 119 구급차를 불러 응급치료를 받게 해달라고 요청 후 한 병원을 방문했다. 

병원에서 뇌 CT 촬영 후 후두부 열상, 복잡분쇄함몰골절, 경막외출혈 등의 소견을 받은 A씨는 전남대학교병원으로 전원했다. 전남대병원에서는 뇌 CT 재촬영 후 두개골을 절제해 혈종을 제거하는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A씨는 수술을 받기 위해 마취 시술을 받다가 사망했다. 

당시 수술실에는 마취통증의학과 1년차 전공의 B씨를 비롯해 2년차 전공의, 3년차 전공의가 같이 있었다. 

1년차 전공의였던 B씨는 수술 시 수혈이나 수액 투여에 대비해 피해자 목 안에 있는 정맥(속목정맥)에 중심정맥관 삽입을 2·3년차 전공의가 지켜보는 가운데 시도했다.

삽입 시도가 실패하자 2년차 전공의가 다시 삽입 시술을 시도하는 과정 중에 A씨의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고 심박수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3년차 전공의는 A씨에게 수액과 승압제(에페드린 등)을 투여했으나 반응이 없자 승압제를 추가로 투여하고 마취통증의학과 교수에게 전화로 상황을 보고하고 흉부외과 전문의를 호출하는 등의 조치를 했으나 결국 피해자는 사망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 후 피해자의 사망 원인에 관해 '삽입시술 과정에서 오른 빗장밑동맥에 1∼2mm 정도의 관통상이 생긴 것으로 보이고, 관통상에 의해 대량 실혈이 발생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1·2심 재판부 모두 부검 결과를 바탕으로 전공의 B씨와 병원에 "삽입시술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의료상 과실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으므로 불법행위자로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데이트 폭력 가해자와 공동불법행위가 성립된다며 곽모씨와 공동손해배상 결론을 내렸다.

'공동불법행위'는 법률 용어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공동불법행위의 성립에는 공동불법행위자 상호 간에 의사의 공통이나 공동의 인식이 필요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각 행위에 관련공동성이 있으면 이뤄진다. 

또 관련공동성이 있는 행위에 의해 손해가 발생했다면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다.

법원은 가해자의 폭행치상 행위로 피해자의 수술은 불가피한 상황이었고 전공의 B씨의 의료상의 과실이 경합해 결국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2심 재판부인 광주고등법원 제3민사부는 "폭행치상 행위로 같은 날 병원에서 A씨에 대한 수술 및 삽입 시술이 행하게 됐으므로 '폭행치상 불법행위'와 '의료과오 불법행위'는 객관적으로 관련공동성을 인정할 수 있다"며 "그들 사이에 의사의 공통이나 공동의 인식이 없더라도 A씨가 사망한 결과에 대해 공동불법행위책임을 져야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의 판결에 의료계는 "선한 의도를 가지고 시행한 의료행위"임을 강조, 아쉬움을 드러냈다. 

16개 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12일 성명을 통해 "고의로 환자에게 위해를 가하는 의사는 세상천지에 단 1명도 없다는 것을 재판부는 과연 모르는가?"라고 반문하며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1차적인 원인을 제공한 자는 당연히 폭력 가해자다. 환자를 살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 의료진의 과실이 있었다하더라도 선의의 과정에서 일어난 불가항력의 천재지변과 같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이 중증·응급 의료계의 씨를 말리는 의료대란의 도화선이 될 것임을 경고한 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의사가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법률이 제정돼야 필수중증의료 인력 부족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며 "법조계와 정치권은 진정 국민을 위한 제대로 된 판결과 입법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