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점 재검토 특례 입법 기대감 상승...감원 근거 마련 가능성도
추계위 조속 설치ㆍ투명성 확보ㆍ위원 자격기준 완화 논의도 '순풍' 예상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주최로 열린 '의대 정원 조정안' 관련 '의료인력 수급추계기구 법제화를 위한 공청회'ⓒ의협신문](/news/photo/202502/158446_127802_327.jpg)
환자단체와 국회 그리고 의료계가 2026년 의대정원 재논의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정원 원점 재검토 가능성이 커졌다. 의료인력 수급추계기구(추계위) 조속한 구성 및 위원 요건 완화, 추계위 논의 과정과 결과에 대한 투명성 확보 등에도 큰 이견이 없어 입법화 기대감을 키웠다.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주최한 '의대 정원 조정법' 논의를 위한 '의료인력 수급추계기구 법제화 공청회'에서 대한의사협회 추천 진술인들의 의대 정원 조정법에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조정 특례 규정을 포함해야 한다는 강력한 요구가 여야 보건복지위원들과 환자단체의 공감을 얻었다.
공청회에는 의협 추천 진술인으로 안덕선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장, 김민수 의협 정책이사(사직 전공의), 정재훈 고려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 장부승 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 허윤정 단국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조교수(외상외과) 등 5명이 참석했다. 이외에도 공공의료 전문가, 수요자 대표 등 총 12명의 진술인이 참석했다.
"2026년 의대 정원, 원점 재검토ㆍ감원ㆍ증원 등 재논의 공감"
환자, 국회, 의사 간 2026년도 의대 정원 원점 재검토를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해 의료대란을 하루속히 끝내야 한다는 공감대 컸다.
정재훈 교수는 "2026년 이후 정원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면서 "만약 추계위가 합리적 시나리오를 구성해 분석한 결과, 의료수요 전망이나 교육 여건상 감축이나 동결이 더 이치에 맞다고 결론이 나올 수도 있는 경우 이를 수용할 준비도 돼 있어야 한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특례 조항을 두어 과도한 휴학·유급, 교육 여건 악화 등 돌발사태가 일어났을 때 정원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진술했다. 과거 한의대가 교육 정상화를 위해 한시적으로 정원을 감축한 사례가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장부승 교수는 한 발 더 나아가 "2024년도에 증원된 약 1,500명분을 2026년부터 9년간 3년에 걸쳐 2023년도 정원인 3,058명에서 감산하여 반영함으로써 2024년의 증원분을 점진적으로 무효화하고 사안을 원점으로 돌려 제로베이스에서 시간을 갖고 의제를 합리적으로 토론할 수 있다는 인식을 추계위 위원들에게 심어줘야 한다"고 진술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 대표는 "지난 1년 동안 의정갈등과 의료공백으로 피해를 본 국민과 환자의 입장에서도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2026년도 의대정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사실상 재논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여야 보건복지위원들도 역시 재논의를 위한 특례 규정 마련 필요성에 주목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원내대표)은 2026년도 의대 정원 증원 또는 감원을 포함한 특례 규정 필요성에 대해 신영석 고려대 보건대학원 연구교수와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부 교수의 견해를 물었다.
이에 신 교수는 "원칙적으로는 제로베이스에서 출발해야 하지만 현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1-2년 정도 단기적으로 (의대정원이) 정리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 교수는 "(2026년 의대정원을 긴급하게 확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예외적으로 가능하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에게 비슷한 질의를 받은 옥민수 울산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2026년 한 해 정도 부처간 협의를 통해 결정할 수 있을 수 있다"고 답했다.
"2026년 의대생 뽑지 않는 안식년으로...정부 2025년 증원 대비 전무"
![공청회에 의협 추천 진술인으로 참석한 허윤정 단국대병원 외상외과 교수. ⓒ의협신문](/news/photo/202502/158446_127803_3354.jpg)
2026학년 의대 신입생 선발하지 않는 안식년으로 하는 특례를 규정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허윤정 교수는 "작년부터 유급된 학생과 증원된 신입생을 합산하면 2025년도 1학년 학생은 7,500명에 이르는데도 보건복지부, 교육부의 공언과는 다르게 지난 1년간 의과대학 교육 환경에 대한 그 어떠한 투자와 개선도 현장에서 시작조차 되지 않고 있다"면서 "2026년도에는 의대생을 선발하지 않는 안식년 특례 규정 필요성을 강력히 호소했다. 아울러 "한의대나 약대에서 전례가 있으므로 국민적 설득과 제도적 뒷받침으로 즉시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국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2026년도 의대 정원 조정에 대해서) 의료계에 누누히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면서"다만 안식년 같은 전제를 두고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를 답했다.
"추계위 하루빨히 구성 한목소리...의료대란 조속 종식"
이날 공청회에서 질의한 모든 여야 보건복지위원들은 의료공백의 조속한 종식을 위해 추계위를 하루빨리 구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추경호 의원은 2월말까지 2026년도 의대정원을 확정해야 하는 시급성과 의대정원 확정 시기가 미뤄질 경우 발생할 입시 혼란을 우려하며 조속한 추계위 설치 및 구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은 "그동안 뭐하다가 이제와서 급하게 추계위 구성을 서둘러야 하는 상황을 맞이했나 자괴감이 든다"고 탄식하기까지 했다.
"깜깜이 추계위 유명무실화 우려...복지부 "투명성 확보 최선"
![공청회에 배석한 김국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의협신문](/news/photo/202502/158446_127804_366.jpg)
이날 공청회에서 나온 진술 또는 질의응답 중 추계위 논의 과정과 결과에 대한 투명성 확보 필요성에 반대하는 발언은 없었다. 보건복지부도 투명성 확보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원장은 네덜란드, 일본, 영국, 프랑스 등 의사인력추계기의 투명성 확보 사례를 자세히 설명하며 "이들 기관들이 연간 보고서를 통해 현황 자료, 통계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정책 제안을 하기도 한다"며 "추계위 설립을 보건정책심의위원회의 의대 입학 정원 결정과 같이 졸속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민수 이사도 "의료현안협의체, 배정심사위원회 등 깜깜이 위원회와 협의체를 통해 정부는 의료인력이라는 중요한 정책을 정치 역학적으로 처리했다"면서 "회의의 주기나 운영에 관한 사안 전반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인력추계에 관하여 추계위가 제시하는 연구와 수치가 학계에서 충분히 논의될 수 있도록 추계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진술했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도 "폭넓은 사회적 논의와 다수의 전문가의 의견에 기초한 논의가 가능하도록 회의록의 공개, 공개 청문회의 진행, 공개 심의의 진행 가능성, 대중 및 전문가 의견 수렴 절차, 전문기관에 대한 용역 발주 가능성 등 투명성 확보와 참여 보장을 위한 조항들의 추가가 필요하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은 "추계위의 독립성과 투명성 확보를 담보할 수 없다면 추계위가 유명무실화하거나 (논의 결과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지 않나"라고 반문하며 "이런 의료계의 정부에 대한 불신 불식시키기 위해 독립성과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겠느냐"고 김국일 정책관에 질의했고, 김 정책관은 "추계위 논의 과정에서 회의록 공개 등 객관적이고 공정한 절차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도록 하는 부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과도한 위원 자격기준 완화해야...현장 전문가 참여에 장애"
현재 발의된 의대 정원 조정안은 위원 자격기준을 ▲경제학ㆍ보건학ㆍ통계학ㆍ인구학 등 관련 분야를 전공한 자 ▲인력정책 또는 인력수급 추계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 및 연구실적이 풍부한 자 ▲대학의 조교수, 연구기관의 연구위원 이상 및 이와 동등한 자격을 갖춘 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기주 대한병원협회 기획부위원장은 "의료계로부터 자격기준이 너무 과다해 현장 전문가 참여 등에 장애로 작용할 수 있어 우려 돼 자격기준 완화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에 대해 해당 자격기준을 포함한 의대 정원 조정안 발의자 중 한 명인 국민의힘 안상훈 의원이 특히 관심을 보였다. "듣다보니 자격기준이 과도하다는 생각도 든다"면서 "현장 상황 반영을 위해 귀납적인 상향식 절차 조정안에 넣으면 전문성 등 자격기준 완화 여지가 있는지 궁금하다"며, 김 진술인의 견해를 묻기도 했다.
강정화 회장은 의료인이 아닌 시민단체나 환자단체 관계자들이 의료전문성 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위원 선정되지 못할 수 있다는 취지로 자격기준 완화를 요구하는 진술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