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과실·불법행위 명확한 구분 필요하다

의료과실·불법행위 명확한 구분 필요하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5.02.17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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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통증의학회 "의료진 심각한 법적 위험 노출…필수의료 붕괴 초래" 
응급수술 과정 사망사건 의료진에 '공동불법행위' 판결…"심각한 우려"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필수적인 의료행위를 어떻게 공동불법행위로 볼 수 있나?"

대한마취통증의학회는 14일 성명을 통해 최근 데이트 폭력으로 발생한 뇌출혈 환자의 응급수술 중 사망 사건 의사에게 적용한 공동불법행위 판결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의료 과실과 불법행위를 명확히 구분하는 법적 판단 기준 마련을 촉구했다.

광주고등법원은 5일 데이트 폭력으로 발생한 뇌출혈에 대한 응급수술을 과정에서 중심정맥관 삽입 중 발생한 혈관 손상으로 사망한 사례에 대해 의료진의 과실과 폭행 가해자의 행위를 공동불법행위로 판결했다. 

의료진의 과실 여부 판단에는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대법원은 "의료 행위는 환자의 상태, 기저 질환 등 수많은 변수에 의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의료인의 과실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의료행위가 행하여진 당시의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수준을 기준으로 하여, 의료인이 그 의료수준에 따라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하였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2다3822 판결)고 판시했다.

이번 사건에서 처럼 응급 수술에서 중심정맥관 삽입과 같은 시술은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수행되는 의료 행위로, 일반적인 의료 행위보다 기술적 난이도가 높고, 일반적인 주의 의무를 다했음에도 동맥천자 가능성이 3.7∼12%에 이르는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항상 존재하는 시술이다.

마취통증의학회는 "이번 사건의 경우 본질적으로 '환자를 해치려는 의도'가 없으며, 치료 과정에서 발생한 합병증에 대해 의료진은 일반적 표준에 따라 당시 상황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했음이 밝혀졌다"라면서 "시술 과정에서 노출될 수 있는 동맥천자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의료 표준을 준수하지 못했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의료 사고라는 게 일반적인 불법행위와 차이가 있다는 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응급 상황에서의 필수적인 의료 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판단이 필요한 영역이므로, 과실과 불법행위에 대한 분명한 구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마취통증의학회는 "단순한 의료 과실을 공동불법행위로 해석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부당하며, 향후 의료진이 심각한 법적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을 높인다"라면서 "의료진과 병원은 응급 상황에서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이 환자의 사망 원인이 됐다. 이에 대해 의료진과 폭행 가해자를 동일한 법적 책임 아래 놓는 것은 의료 행위의 본질을 심각하게 무시한 것"이라고 단언했다.
 
손해배상의 공정성도 훼손했다는 지적이다. 

마취통증의학회는 "이번 판결과 같이 폭행 가해자와 의료진, 병원에게 공동 책임을 인정하고 연대해 손해배상을 명령하는 방식은 손해배상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문제를 갖고 있으며, 향후 의료진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며, 필수 의료의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료과실에 대한 법적 기준 정비도 제안했다.

마취통증의학회는 "응급 의료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합병증은 과실로 단정치 않도록 법적 기준을 정비하고, 의료 과실과 불법행위를 명확히 구분하는 법적 판단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라면서 "정부도 의료진이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의료진이 고의성이 없는 과실에 대해 과도한 법적 책임을 지지 않도록 보호하는 법적 장치 마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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