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우·박단, 우원식·박주민 만나 "의료 공백 해결 시작"
"7500명 의대교육 방치 시, 나머지 대학 무더기 불인증 나올 것"
전공의 7대 요구안, 특혜 아닌 '의료 정상화' 위한 필수 요건

의사 대표와 전공의 대표가 국회의장, 보건복지위원장을 만나 '의료 정상화'를 이야기했다. 7500명 의대 교육 불가 상황과 침몰한 의료현장을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는 메시지도 전했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17일 국회의장실에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을 만나, 의료 공백 사태의 출발이었던 의대정원 확대, 필수의료정책패키지의 문제점을 다시 지적했다.
김택우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재정여건이나 수련환경, 교육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의대 증원을 밀어부친 결과, 3개 대학이 최근 주요변화평가에서 '불인정 유예'판정을 받았음을 먼저 짚었다. '7500명 의대생 교육' 상황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나머지 대학 역시 내년, 내후년에는 무더기 '불인증'이 될 거란 관측도 함께다.
김택우 회장은 "교육부는 보건복지부가 2026년에 몇 명의 의대생을 뽑을 것인지 논의하기에 앞서 선발한 인원을 어떻게 교육할 지 먼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현재 교육 여건 안에서 신입생 교육이 불가함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할 지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보건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에 대해서도 "전공의 요구안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시작됐다는 것엔 의의가 있지만 위원회 독립성·전문성 확보에 대한 시각차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추계위가 보정심 산하 조직으로 편성되면, 윤석열식 잘못된 의료개혁이 반복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공의 7대 요구안이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의료 환경의 필요조건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단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를 떠난 지 벌써 1년이 돼 간다. 2월 사직서 제출 이후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왔고, 7월이 돼서야 사직서가 수리됐다. 8월에는 12시간가량 경찰 조사를 받았고, 12월에는 계엄 선포를 하며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를 처단한다고 했다"며 전공의로서의 지난 사태를 먼저 정리했다.
정부가 전공의들이 겪은, 지금도 개선되지 않은 근무환경을 그대로 둔 채 "돌아오라"는 공허한 말만 반복하고 있음도 비판했다.
수련환경 개선안으로는 ▲전공의 근로시간을 주 64시간으로, 연속 근무시간을 20시간으로 단축해 점진적으로 근로기준법에 부합하도록 규정 ▲ 사용자 단체인 대한병원협회에 위탁된 수련환경평가위원회를 독립하고, 전공의 추천 위원을 과반 이상으로 두어 전공의 권익 보호를 위한 기구로 개편 ▲의료법 제59조 2항 업무개시명령 조항 폐지를 통한 전공의·의료인 기본권 보호 등을 제안했다.
박단 위원장은 "젊은 의사들은 7가지 요구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것은 특혜나 특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의사 수급을 추계하고 환자들이 전공의가 아닌 전문의를 더 자주 만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며, 필수 의료 기피 원인인 의료 소송 문제를 해결하고 전공의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원식 국회 의장은 "의료 공백 사태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에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이다. 우리 국정에 무한 책임을 지는 정부와 여당이 조금 더 유연성을 갖고 대화를 하면 해결하지 못할 문제가 없다. 그 사실을 요구해 왔었다"라면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는 그 어떤 문제도 해결해 나갈 수 없다. 한자리에 모여 대화를 통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신뢰가 생기고, 그 속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출발점이 만들어질 것"이라며 간담회의 의의를 강조했다.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은 "의료 공백기간 초과 사망자가 1만명에 이른다는 보도가 있었다. 우리가 압도돼야할 숫자는 바로 이 숫자"라면서 "더이상 살릴 수 있었던 분들이 돌아가시는 일은 막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추계위 역시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기구로 탄생될 수 있도록 열린 자세로 이야기하면서, 해법들을 하나하나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열심히 듣겠다"고 말했다.

간담회에서는 의료사태 해결방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의장 공보실 측은 간담회 직후 브리핑에서, 국회와 의료계가 전공의 근로환경 개선, 업무개시명령 조항 폐지 등에 대해 조기해법 마련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음을 밝혔다.
의대 증원과 관련해서는 국회의장은 선발규모 조정 등 해결의 시급성을 강조했고, 의료계는 교육현장의 어려움부터 인식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고도 전했다.
박단 위원장 역시 백브리핑을 통해 "의료계에서는 신입생 선발이 진행되고 있는 과정에서 교육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전했다"며 "최상목 권한대행이나 정부가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여야의정협의체 참여 여부에 대한 질의에는 "협의체 역시 대화 방법 중 하나라고 본다. 대화를 계속 지속하자는 데에 대해서만 의장, 복지위원장과 공감을 이뤘다. 언제, 어떻게 만나자는 약속은 따로 없었다"고 설명했다.
추계위 관련해서는 "정치적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과학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되는 부분이다. 정부가 제시했던 근거가 3개의 보고서인 것처럼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우리가 의료 이용을 하게 되고, 거기에 필요한 의사 수는 얼만큼인가를 논의한 다음에 이것도(의사 수도) 추계를 해야 한다.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서 의사 수급추계위원회 자체는 장기적인 과제의 관점으로 이해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