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 '새 판단기준' 이후, 의료법 위반 무죄 판결 이어져
고민 깊은 정부 "판례 존중한 행정조치 필요성, 기준 마련 쉽지 않아"

보건복지부가 최근 수원지방법원 판결로 촉발된 한의사 X-ray 사용 제도화 논란과 관련해 내부 검토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의사 X-ray 사용에 관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주장과, 최근의 판례 변화를 고려해 정부가 관련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부딪혀 고민이 깊다.
보건복지부는 "수원지법 판결과 이후 한의계의 의견 제출에 따라, 한의사 X-ray 사용과 관련한 실무검토에 착수했다"고 6일 밝혔다.
앞서 수원지법은 지난 1월 X-ray 골밀도 측정기를 사용해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의사에 대해 무죄 취지의 원심(1심) 판결을 확정했다.
여기에는 지난 2022년 한의사 진단기기 사용과 관련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이른바 '새 판단기준'이 근거가 됐다.
대법원은 △관련 법령에 한의사의 해당 의료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이 있는지 △통상에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지 △한의사의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이 한의학적 원리에 입각해 이를 적용 또는 응용하는 행위와 무관하다는 점이 명백한지 등을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이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의외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새로운 판단기준으로 내놓은 바 있다.
2심 재판 과정에서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 설치·운영을 다룬 의료법과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안전관리 규칙이 '새 판단기준'에 따른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금지규정에 해당한다는 반론도 나왔으나, 재판부는 이것이 직접적으로 '한의사의 사용을 금지한 규칙'은 아니라고 봤다.
수원지법 판결 이후 한의계는 다시 한의사 X-ray 사용 제도화 주장에 불을 붙이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지난달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의사를 의료기관 방사선 안전관리책임자로 인정하는 등 판례에 따른 행정적 후속조치를 취해달라고 보건복지부를 압박했다.
일련의 흐름 속에서 보건복지부도 그 가능성을 검토하는 실무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김국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최근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나 "새 판단기준이 나온 이후,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폭넓게 해석하는 판례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판례를 존중해 필요한 행정 조치를 할 필요가 있으나, 관련 기준을 만들기도 쉽지 않아 고민이 크다"고 상황을 전했다.
"판례에 따라 한의사가 엑스레이를 사용해도 처벌을 받지 않게 되는데, 정부가 관련 기준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기준 없이 찍는 X-ray 즉, 관리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고도 언급한 김 정책관은 "현재로서는 여러가지 가능성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무선에서는 다양한 근거 자료들을 검토하고 있다. 일련의 판례는 물론 한의대에 X-ray 사용과 관련한 교육과정이 있는지, 있다면 어느 정도 수준의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지, 한의사 국가고시에 관련 문항이 출제된 사례가 있는지까지 꼼꼼히 따져보고 있다고 했다.
복지부 의료자원과 관계자는 "이제 행정의 영역으로 넘어왔다고 봐야 한다"면서 "관련 자료들을 폭넓게 검토해 필요하다면 안전관리책임자에 한의사를 포함할 것인지, 포함한다면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등 기준을 정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같은 판례를 놓고도 한의사 X-ray 허용의 단초라거나, 한의사 X-ray 사용을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형사처벌을 할 수 없다는 등 여러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고, 직역간 이해관계 대립과 입장 차도 첨예한 사안"이라며 "당장 시일을 정해 놓고 결론을 내기보다는 아직은 실무 검토 단계 정도로 이해해달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