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료 사상 초유의 의사 폐업투쟁이 전개되며 의료계는 전에 없던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투쟁기간 내내 방송사의 뉴스 헤드라인은 의료계의 속보를 실었으며 TV토론 프로그램에 의약분업과 관련된 인사들이 참석, 의약분업과 임의조제, 대체조제를 여론의 도마 위에 올렸다.
신문도 시시각각 전개되는 상황을 보도하며 의약분업의 이슈를 부각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런 언론의 집중보도는 지금까지 의료문제에 대해 건강상식이나 명의(名醫)찾기 보도로 일관하던 언론의 태도와 일반 국민의 의식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됐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과거 언론이 가지고 있던 의료계에 대한 몰이해와 아전인수식의 보도태도는 이번 투쟁과정을 보도하는 과정에서도 여지없이 나타났다는 의견이다.
20일 폐업투쟁 돌입과 함께 일제히 시작된 언론의 포커스는 집단폐업 돌입에 따른 의료대란과 환자 불편불안 가중, 폐업 이탈 회원 증가 보도, 의료사고에 대한 의사의 책임 등에 맞쳐졌다.
21일자 연합뉴스를 인용한 한국일보는 대구에서 있었던 의사들의 파업 동참 촉구에 대해 '진료 의사들에 협박 잇따라, 경찰 수사착수'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보도하며 "인도주의적인 양심에 따라 정상 진료를 펴고 있는 의사에게 협박전화와 방해공세가 잇따르고 있다"며 '협박'이란 단어를 강조 일반인에게 의협을 폭력적인 범죄단으로 인식할 만한 뉘앙스를 갖게 했다.
23일자 MBC 뉴스데스크는 '몰래 문 여는 병원 많다'라는 헤드라인을 뽑고 병원관계자의 인터뷰를 통해 "인근에 있는 다른 의원도 폐업신고를 했지만 정상진료를 하고 있다"는 부정확한 보도를 해 파업대열에서 의사회원을 이탈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였다.
24일자 문화일보도 1면 머리기사 역시, '병의원 폐업이탈 속출'이라는 제목아래 "일부 지역 동네의원 절반 넘게 문열어"로 보도하면서 일부지역은 어디를 지칭하는지 또 그런 집계는 어디서 발표한 것인지 전혀 밝히지 않아 의문을 갖게했다.
게다가 '전공의협의회가 진료복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는 보도까지 실어 24일 모임은 단순히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일 뿐이라는 대전협의 공식입장을 무시하고 추측보도를 냈다. 보도의 목적이 대전협의 독자적인 움직임을 강조 의협의 조직을 이간시키려는 의도가 있지 않나 하는 오해의 여지도 있었던 보도였다.
폐업률이 떨어지고 이탈 의사회원이 늘고 있다는 기사는 거의 모든 방송과 신문을 통해 보도됐는데 기사들이 내세운 폐업률 집계는 보건복지부가 집계한 것이거나 어떤 기관에서 집계했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언론이 만일 정확하고 공정한 보도를 하고자 했다면 의사폐업률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복지부의 자료를 그대로 인용하지 말았어야 했다. 결국 전체적인 의사회원들이 복귀를 희방하고 있다는 언론의 보도와는 달리 25일의 폐업철회 투표에서도 보듯, 많은 회원들의 투쟁열기는 여전히 높았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이것은 폐업 이탈 부분이 과대하게 보도했음을 보여준다.
의료사고의 보도 역시, 많은 문제점이 지적됐다. 폐업기간 중 첫번째로 보도된 인천 조기분만 태아 사망 보도는 태아 사망원인이 전적으로 의사폐업 일정에 쫓겨 일어난 사고로 보도했다. 아이의 사망은 분만촉진제의 투약이라기 보다는 일반적인 사산으로 보여진다는 당국의 발표가 있고서야 꼬리를 내렸으나 사실보도보다는 감정을 자극해 의사에 대한 적개심을 끌어내려는 행태가 역력함을 알 수 있었다.
투쟁기간 중 최악의 보도는 25일 MBC가 보도한 '의협 폐업 철회 결정' 오보와 페업 철회가 발표된 후 문화일보에서 보도한 기획기사였다. 여야 영수회담에서 의료계가 요구한 약사법 개정이 받아들여졌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의협의 공식입장이 발표되기도 전에 헤드라인 제목으로 보도된 파업철회 소식은 의협에 상주했던 기자단에서 조차 그 사실여부를 MBC기자에게 질문하는 웃지 못할 헤프닝을 연출했다.
후속보도에서 '폐업 철회'를 말한 아나운서의 멘트는 페업 철회가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다는 아리송한 자세로 대체됐다.
문화일보 26일자 28면 '약사법 개정 순조롭게 이뤄질까'라는 기획기사에서는 "임의조제가 왜 문제인가에 대한 해답은 간단하다. 약사들이 가벼운 질병에 일반의약품을 이것 저것 섞어 약을 지어주면 굳이 환자들이 병원을 찾지 않을 것이란 계산이다.", "대체조제 논란도 결과적으로 약품 선택권의 확보가 곧 음성거래행위에 따른 수입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밥그릇챙기기'로 풀이된다"고 지적해 '밥그릇' 보도를 넘지 못한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우려를 자아냈다.
이번 의료기관의 폐업투쟁과 의약분업 파동을 겪으며 의협이 뼈저리게 느낀 것은 의료계와 일반인들과의 소통단절이라고 지적하는 회원들이 많다. 일반인들은 아직 임의조제니 대체조제니 하는 용어에 익숙하지 않고 의약분업 사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25일은 의료계의 역사적인 날이다 이제부터 더이상 의료계의 의지가 '집단이기주의'나 '밥그릇챙기기'란 냉소적인 보도로 왜곡되는 일이 없게 의협 차원에서의 전문화된 홍보전담 시스템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