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신년]히포크라테스/안경숙

[2001신년]히포크라테스/안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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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1.01.02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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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건강증진 의사들 적극 나서야

안경숙 대구녹색연합 회장

 

 

계명의대 79학번 안경숙. 그녀는 `청진기' 대신 `메가폰'을 잡았다. 환경보호를 위한 `외침'을 위해서다.

경제성장으로 대다수 국민들은 굶주림을 벗고 `윤택한 삶'을 선물로 얻었지만, 그 댓가로 우리 모두에게 소중한 물과 공기 그리고 토양은 이물질로 얼룩져 가고 있다.

이미 오염된 환경에 익수해진 많은 사람들은 가끔 TV나 영상매체 등을 통해 맑은 물속에서 물고기들이 노니는 장면을 보면, 마치 다른 세상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불과 십수년전만 하더라도 우리 주변에 늘 함께 해온 친숙한 벌레와 물고기들이 그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것이다. 


'환경운동' 외도 길 10여년

“아무리 강인한 사람이라도 공기 없이는 4분을, 물 없이는 4일을 견디지 못하고, 물과 공기만으로 한달정도 밖에 생존하지 못하는 나약한 존재가 바로 인간입니다. 의학의 발달과 경제성장으로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있지만, 질병의 고통에서 허덕이고 있는 사람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인류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으로 오염되지 않은 공기와 물 그리고 건강한 식단이 보장돼야 합니다.”

안경숙씨의 현재 직함은 대구녹색연합 회장. 학창시절 사회운동의 일환으로 관심을 갖게 된 환경운동이 벌써 10년이 넘었다. 대학졸업 후, 당시만해도 어느 정도 보장된(?) 의사의 길을 걷지 않고 외도를 즐기고 있는 셈이다.

“제가 환경운동에 접근한 것은 예방의학을 실천하기 위한 생각에서 비롯됐습니다. 의대를 선택한 것도 비로 이런 이유 때문이구요. 의대를 마치고 86년 여의사로는 처음으로 경상북도 경산군 보건소장으로 발령받았습니다. 91년까지 6년간 보건소장으로 근무하면서 이 지역 주민들에게 금연운동과 전기 아껴쓰기 등 1차 보건의료를 강조하면서 주변에서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환경문제를 같이 고민했습니다.”

주민찾아 예방 중요성 강조

안 회장은 주민건강을 지켜주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그래서 결론내린 것이 마을 사람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생활습관 등을 일러주었다. 질병치료 보다는 예방의학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 준 것이다. 

“의욕만 앞선 환경운동을 몸소 실천하기 위해서는 보건소장은 제게 큰 짐이었습니다. 91년 3월에 사표를 제출함과 동시에 S생명보험(주) 대구총국 의무실장으로 자리를 옮겨, 환경과 건강에 대한 자료실인 `대한보건자료실'을 운영하는 등 환경문제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됐습니다.”

안 회장은 이것도 속에 안차 94년 4월 미국 정부의 초청으로 IVP(International Visitor Program)과정에 참가하기 위해 두번째 사표를 냈다. 약 한달동안 미국 7개 도시 50여곳을 돌면서 환경·여성·보건 분야에 관한 시설방문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귀국한 그녀는 93년 4월 대구배달환경(대구녹색연합의 이전 명칭) 회장을 맡으면서 본격적인 `운동'에 나섰다.

환경지키기 의사역할 중요

안 회장이 이끌고 있는 대구녹색연합은 `재미있는, 함께하는, 생활속에, 대안있는 환경운동'을 모토로 내세우고 있다. 이에 부합해 일반 시민들은 물론 학생들까지 안 회장의 환경운동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교육에 신문을 활용하자'는 취지의 NIE(Newspaper in Education), 환경만화 그리기, 환경관련 퀴즈, 헌옷 모으기, 환경 퍼포먼스 등이 바로 그것.

“환경운동은 건강증진 차원에서 의사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병원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정확한 지식을 갖고 있는 의사가 오피니언 역할을 충실히 하면, 우리환경 지키기 운동은 급속히 번질 것입니다.”

안 회장은 자가용이 없다. 아직 운전면허가 없는 것도 이유겠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서민들의 애환을 직접 느끼고 에너지 절약을 몸소 실천하기 위해서다. 장바구니 들고 다니기, 이면지 활용, 우유팩 모으기, 엘리베이터 안타기 등 3R 운동이 몸에 밴 탓인지, 집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는 한달에 5ℓ짜리 쓰레기 봉투 2장이면 충분하다.

그녀는 특히 `아이들로부터 잠시 빌린 자연을 되찾아 주자'는 신념으로 하루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초등학교 4학년생 딸을 둔 엄마로서 “이땅의 아들 딸들에게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운 숲과 푸른 하늘, 고기들이 마음껏 노니는 강과 까만 밤하늘에 수없이 반짝이는 별을 선사해 주고 싶어 진정한 환경운동가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말한다.

의욕넘치지만 재정 열악

그러나 그녀에게는 아직도 어려움이 많다. 95년 여동생과 대구에 `자매가정의학과의원'을 공동 개원했지만, 진료업무를 돕기 보다는 오히려 동생과 사업하는 남편의 도움을 받을 때가 많다. 환경 지킴이로서 의욕은 불타고 있지만, 재정면에서는 열악한 상황이다.

몇해 전 의협에서 환경문제를 다루기 위해 출범시킨 `Green Doctor'가 의약분업 사태로 유야무야인 상황인데, 앞으로 이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한 것도 안회장의 바램이다.
새해에는 모두가 숨쉬고 마시는 맑은 물과 공기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그녀에게 많은 관심을 가져 큰 힘이 됐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대구녹색연합 홈페이지 www.docgreen.net ☎ (053)791-8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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