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제근(서울대 명예교수)
헤모글로빈(hemoglobin)은 적혈구 속에 철을 가지고 있는 단백질로서 산소를 운반할 뿐 아니라 피를 붉게 하는 성분이기 때문에 피의 붉은 색소라는 뜻에서 오래전부터 혈색소라고 불러왔다.
그러나 혈색소는 글자그대로 피 속에 있는 색소 즉 'blood pigment'이다. 피 속에 있는 색소는 여러 가지가 있기 때문에 'hemoglobin'을 혈색소라고 하는 것은 아무래도 적절하지 않다. 의학이외의 생물학 분야에서는 그대로 헤모글로빈으로 부르고 있고 마이오글로빈등과 대조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참고로 적혈구가 깨져서 헤모글로빈이 조직내에 나오거나 저장철의 불용성 형태로 있는 것을 헤모시테린(hemosiderin)이라 하는데 이것은 혈액속의 철과 관련된 색소이다. 헤모시데린을 현재 '혈철소'라고 부르고 있다. 헤모글로빈의 산물인 헤마토이딘(hematoidin)도 일종의 혈색소로서 산소분압이 낮은 환경에서 생기는 노란색 색소이다. 또 말라리아 감염에서 혈액이나 간조직에 나타나는 말라리아색소(malarial pigment)도 일종의 혈색소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hemoglobin'을 그대로 '헤모글로빈'으로 하고 혈색소는 'blood pigments'의 의미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Oxyhemoglobin'은 '산소헤모글로빈'으로 'methemoglobin'은 '메트헤모글로빈'등으로 이미 사용하고 있는 용어이며, 이것들을 '산소혈색소'나 '메트혈색소'로 하면 안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