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허브의학 - 1

미국의 허브의학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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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8.10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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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훈(재미의사/의학칼럼니스트)

▲ 에키나세아는 항생제 출현으로 사라졌다가 감기 특효약으로 둔갑하자 NIH 연구자금에 의한 연구결과 "전혀 효과없다"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 허브의 종말

에키나세아(Echinacea)는 coneflower라는 야생식물로 만든 보조식품(허브 또는 약초)이다.  오랫동안 미국 민간요법에서 만병통치약으로 널리 알려져 왔으며, 지금도 감기예방을 위해 매년 수백만 명이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NIH(National Institute of Health)의 보완대체의학센터(NCCAM)자금으로 이뤄진 대규모 연구결과 감기예방과 증상치료에 아무런 효과가 없음이 드러났다(NEJM 2005년 7월 28일).  

만병통치약이 증거에 바탕 둔 의학에서 거짓치료제로 낙인된 것이다.

Echinacea는 북미에 산재한 식물로서 원래 미국 원주민이 처음으로 약효를 인정하여 널리 사용해 왔던 약초다.

백인으로서는 1870년대 독일에서 닥터 마이어(Meyer)가 처음으로 자연식품에서 얻은 그의 약학지식을 토대로 해서 Echinacea를 사용한 독자적인 처방으로 특허를 얻어 '마이어의 혈액 정화제'라는 이름으로 판매하여 '만능약'으로 선전하고 보급시켜, 의학계에서 논쟁거리가 되기도 했다. 여기서 '혈액정화제'는 인체의 배설력을 촉진시키고, 면역기능을 증강하는 약품이라는 뜻이다.

미국의 많은 의사들도 '만능약'으로 알려진 Echinacea의 약효가 인간의 면역시스템에 관여하고 있으리라 믿어왔다.

1914년 미국 닥터 N는 의학지(American Journal of Clinical Medicine)에 발표하기를 "나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체력회복의 증강' 즉 'Opsonin지수의 상승'을 필요로 하는 증상에 대해서 Echinacea 만큼 효력 있는 약품은 없다고 생각하며, 사람의 면역증강에 특효약이다"라고 코멘트 했다. Opsonin지수는 혈액에 존재하는 면역체 레벨의 수치이다.  

그 후 자연요법종사자와 식품업계는 이 약초를 대대적으로 광고를 이용해서 일반인에게 널리 보급되었으며, Echinacea 광고는 마치 '만병통치'한다는 한국의 한약광고를 방불케 했다.

그들이 말하는 주된 사용용도는 약 복용으로서는 감기와 독감바이러스를 비롯한 상기도감염증, 캔디다 감염, 세균성 편두선염 및 호흡기감염증, 비뇨기계통 전염병, 골반염증, 식중독 등이고, 외부에 바르는 약으로는 피부손상과 염증, 헤르퍼스, 피부궤양, 치통과 구강 및 치아염증, 습진, 동물에 물린 상처 등 부지기수이다.  

특히 20세기 초반까지는 감염증과 국소 염증치료의 민간요법으로 보편화됐던 치료제였다가, 항생제 출현 이후 사라졌다.

그러나 감기 특효약이 없자 1960년대에 다시금 감기치료 민간약으로 등장했다. 미국통계센터의 조사에 의하면 현재 보조식품으로서는 가장 많이 팔리는 인기품목이 되어 2004년도에만 1억5500만 달러의 매상을 올렸다.

국립보완대체의학센터(NCCAM)는 Echinacea연구에 막대한 자금을 지출한데 대해 허브식품의 인기가 증가일로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Echinacea의 효과가 없다고 과학적으로 입증된 신문보도 이후에도 식품점 판매 액수는 여전한 걸로 보아 일반인은 과학에 대한 믿음보다 전통으로 물려받은 신비물질에 더 매력을 갖고 애착한다고 풀이하고 있다.

AMA는 처음부터 속된 광고술에 혐오를 느끼고 Echinacea를 약품으로 인정치 않았으며, 지금도 보조식품으로만 취급하고 있다.

1990년대에 들어서 약효가 있는 보조식품을 현대의학에 수용하려는 보완대체의학이 활발해지면서 Echinacea 효과에 대한 무려 200종류의 임상시험이 시도되었으나, 모두가 소규모이고 연구결과도 제각각 달라 결론을 얻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러던 중 드디어 NIH 연구자금에 의한 대대적인 연구가 실시되어, 감기예방치료와 면역성증강에 "전혀 효과 없다"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NEJM 논문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버지니아 의대와 사우스-캐롤라이나 의대가 주도한 이번 연구는 지원자 437명을 두 그룹 즉 감기예방치료제 Echinacea를 복용한 그룹 A와 플라시보(Placebo) 그룹 B로 나눠 실시한 무작위 대조시험이다.

그룹 A와 B에게 각각 시험약을 복용케 한 후 1주일이 지나서 실험자 전원에게 비점막을 통해 감기바이러스(Rhinovirus)를 감염시켰다. 이들 모두를 호텔에 5일간 숙박케 한 후  연구과학자로 하여금 증상을 검사하고, 콧물을 채취해 바이러스검사와 함께 면역계 단백질인 interleukin-8을 측정했다. Interleukin-8을 측정한 이유는 Echinacea가 이 면역물질을 자극시킴으로써 감기를 퇴치시킨다는 가설이 있기 때문이다.

연구결과 두 그룹 사이에 아무런 증상의 차이가 없었다. 두 그룹 모두 감기에 걸려 동일한 증상을 겪었고, 콧물의 바이러스와 interleukin-8의 분량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즉 방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합리적인 무작위시험을 한 이번 연구에서 Echinacea그룹이 플라시보그룹에 비해 조금도 다른 점이 없었다는 점을 밝혀낸 것이다.

이 연구의 후견자라 할  NCCAM 원장 닥터 Straus는 "Echinacea가 감기바이러스 예방치료에 효과가 없다는 연구결과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그의 말은 '만병통치'라 떠들어대는 항간의 전통요법이 모두 거짓임을 시사하며, 바로 한국 전통의약을 겨눈 말로 들린다.

스탠포드의대 명예교수이자 대체의학회지의 논설의원인 닥터 Sampson은 NEJM의 전망(Perspective)란에서 "이번 연구를 마지막으로 연방정부는 과학적으로 지지할 수 없는 이러한 유사의료식품연구에 대해 앞으로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하고, "효과가 없다고 판명되어도 일반(무식한) 사람들은 사용을 중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의학계에서 해야 할 일은 경험상 '합당한 효과'가 인정된 분야에 대해서만 '무작위임상시험'으로 이를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대다수 허브는 그럴 가치조차 없음을 시사했다.

1999년 이래 NIH는 대체의학연구비로 15억 달러($1.5B)를 지출했다. 그 중 절반은 NCCAM에서 사용했는데, 어떠한 허브도 효과가 있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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