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미플루 특허포기압박에 로슈 반대입장 고수

타미플루 특허포기압박에 로슈 반대입장 고수

  • 신범수 기자 shinbs@kma.org
  • 승인 2005.10.18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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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사무총장도 결단 요구, 인도·대만 "제네릭 생산 강행 뜻"
내성 바이러스 출현…백신 및 치료제 개발 시급

조류독감 바이러스의 유럽 상륙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현재 유일한 치료제인 타미플루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이에 판매사인 로슈가 물량을 감당할 수 없다는 지적과 함께 타미플루에 대한 특허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국제적 압력도 가중되고 있다.

하지만 로슈측과 WHO 등은 타미플루의 생산이 매우 복잡한 단계를 거치므로 타회사가 생산하기 힘들다는 설명과 함께 특허권 유지를 고수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도의 한 제약사는 타미플루의 제네릭 생산을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대만 역시 "타미플루 대량생산 방법을 알고 있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특허권 포기 압력 가중"

아시아지역에서 발생한 H5N1 바이러스가 터키와 루마니아 등 유럽으로 번져 나가자 서방국가들은 보안강화 등 대책 마련과 함께 치료제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WHO는 전체 인구의 25%분을 비축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나 로슈가 앞으로 10년간 공장을 완전 가동해야 전세계 인구의 20%분을 생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타미플루 확보량은 유럽지역 인구의 10%에 불과하다.

타미플루 부족이 문제로 떠오르자 코피아난 유엔사무총장은 6일 WHO 본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지적재산권이 저개발 국가에서 타미플루 뿐아니라 각종 백신의 이용을 방해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대만 질병관리센터장인 귀쉬쑹도 "대만 과학자들이 타미플루 제조방법을 알고 있으며 지적재산권과 국가위기 사이에서 저울질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귀쉬쑹은 또 "대만은 빠른 시간에 타미플루를 대규모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며 "로슈가 제조의 어려움을 과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국소비자단체 역시 14일 미정부에 제네릭 생산 허용을 촉구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인도 제약사 시플라는 한 발 더 나아가 구체적 생산계획도 내놓았다. 이 회사는 "타미플루 제네릭을 내년 1, 2월에 생산, 유럽과 미국을 제외한 국가에 인도적 차원의 낮은 가격으로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슈…절대 반대 입장"

하지만 열쇠를 쥐고 있는 로슈측은 '타미플루의 유일한 제조사'로 남을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로슈는 10일 성명서를 통해 타미플루 제조과정이 복잡하여 타회사의 생산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특허권을 벗어난 제조허락이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제네릭 생산이 강행될 경우에 대해서는 "아직 위법행위를 인지하지 못해 이같은 고려는 한 바 없다"고 밝히고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권리를 보호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로슈가 회원사로 등록된 미국 제약사 로비단체 PHRMA도 10일 입장을 발표했다. 이 단체는 "보건당국자들은 난해하고 고비용이 소요되는 치료제 개발의 혜택을 무시하는 강제적 방법을 동원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미 로슈측은 WHO에 타미플루 300만팩을 기부한 바 있으며 터키에 20000팩, 루마니아에 2400팩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생산량을 8배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정확한 생산량 공개는 하지 않고 있다.

한편 타미플루의 대량생산이 또다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미시간대학의 몬토 박사는 "다른 나라들이 타미플루를 생산하도록 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닐 수 있다"며 "치료제의 과다 사용이 야기되면 전세계 확산 이전 이미 타미플루에 대한 내성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슈에 대한 국내 움직임은?

현재 공식적으로 로슈의 특허권 포기에 대한 입장을 발표한 국내 단체는 보건의료단체연합 뿐이다.

이 단체는 13일 "질병관리본부 발표에 따르면 인체 간 전염이 일어날 경우 우리나라 국민 1500만명 감염, 9만∼44만명이 사망할 것"이라며 "타미플루 확보 전쟁이 벌어져 겨우 80만명분만 확보하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측은 TRIPS 협정 31조에서도 국가긴급사태 등 위기상황에서는 특허권자의 동의없이 강제실시를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는 점을 들며 "주어진 자율권을 최대한 사용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한편 해외 제약사 단체가 이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반면 국내 제약 두 단체인 '한국제약협회'와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 측은 별다른 의견을 갖지 않고 있다.

한국제약협회 고위 관계자는 이 이슈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답했으며 다국적의약산업협회 측은 입장 발표를 고려한 바 없으나 "한 제약사를 몰아세워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국제 규범에 따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타미플루 내성 바이러스 발견…타 치료제 개발에 총력

이런 상황에서 타미플루 등 제품에 내성을 보이는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출현, 또다른 충격을 주고 있다.

베트남 정부와 국제조류독감 조사단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4세 베트남소녀에게서 발견된 인체간 감염 H5N1 바이러스가 타미플루에 내성을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소녀는 조류독감 증세를 보인 오빠를 간병하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조류독감 백신에 대한 개발 분야에서는 흡입식 독감치료제인 릴렌자(Relenza)를 보유하고 있는 GSK가 가장 앞서가고 있다.

GSK가 개발중인 이 백신은 인체의 면역반응을 증가시켜 대규모 인구가 전염됐을 때 낮은 용량으로도 치료 가능하도록 하는 보조제를 사용하고 있다. 또한 H5N1로부터 변이된 바이러스에도 예방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백신에 대한 임상시험은 2006년으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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