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우 의원 "의료인이 무과실 입증해야"
의협 반대입장, 필요적 조정전치주의 도입 주장
의료사고 발생시 의료인이 자신의 무과실을 입증해야만 책임을 면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이 추진 중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열린우리당 이기우 의원(보건복지위)은 최근 이같은 내용의 '의료사고 예방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을 마련 중에 있다고 밝히고, 4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의료계와 정부, 시민단체 대표등이 참석한 가운데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 의원이 추진중인 법안의 주요내용은 ▲의료인이 자신의 무과실을 입증해야 책임 면제 ▲무과실의료사고 보상 도입 ▲9개 중과실을 제외한 경미한 과실의 형사처벌 특례 인정 ▲의료사고 피해자가 소송 또는 조정절차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임의적 조정전치주의' 채택 ▲의사배상책임보험 의무 가입 ▲의료사고 피해구제위원회 및 전문위원회 구성 등이다.
법안은 특히 의료인이 의료사고 배상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의료인 스스로 의료사고에 대한 주의를 게을리 하지 않았고, 시설·장비 및 인력의 흠이 없었다는 사실을 증명토록 명시했다.
또 경미한 업무상 과실치사의 경우 피해자가 동의한 경우 의료인의 형사상 처벌을 면제하되, 설명의무 위반 등 9가지 경우를 '중과실'로 규정하고 형사처벌 면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에대해 이날 공청회에 의료계 대표로 참석한 정효성 의협 법제이사는 의료인의 무과실 입증책임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정 이사는 "이 조항은 민법 제750조가 명시하고 있는 피해자 입증 책임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의료사고의 과실 유무는 의료사고피해구제위원회 산하 전문위원회에서 판단토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정 이사는 또 형사처벌특례에 예외 조항을 둔 것에 대해서는 "제도 도입에는 찬성하지만, 설명의무 위반이나 오진을 중과실에 포함시켜 특례 대상에서 제외한다면 우리나라 의료수준은 몇 년 안에 의료후진국이 될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임의적 조정전치주의에 대해서도 "의료분쟁시 의료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절차를 의무적으로 거치도록 해 피해자의 권리를 신속히 구제하고 분쟁에 따르는 시간적 경제적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필요적 조정전치주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정부 대표로 참석한 임종규 보건복지부 보건정책팀장과 소비자단체 대표로 나선 이인재 의료소비자시민연대 연구위원도 무과실 의료사고 보상제도, 의료사고 피해구제위원회 구성방식 등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밝혀 법안 추진에 난관이 예상된다.
의료분쟁조정법은 지난 1988년 의협이 맨 처음 건의한 이후 지금까지 6차례에 거쳐 정부안 또는 의원안으로 국회에 제출됐으나 법무부 등 관계부처의 반대로 모두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