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창립 97주년 특집] 의료제도 개선

[의협창립 97주년 특집] 의료제도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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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11.11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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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주(서울 노원 권오주의원·의협 고문)

의료산업이란 무엇인가

참여정부가 들어 선 이후 의료계에 있어서 자주 등장하는 용어가 '의료산업'이란 단어이다. 의료보험이 도입된 이후 줄곧 의료계를 압박해 온 거시경제적 의료보험 운영에 의해 의료계가 초토화된 이후 새로 등장한 이 새로운 용어에 대해 아직 공통된 의미를 가진 것이 아니라 이를 보는 시각마다 서로 다르게 해석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지난 역사를 되돌아보면 용어가 주는 진정한 의미보다도 왜곡되게 운영되어진 결과 긍정적이기 보다 부정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오히려 많은 편이다. 좋은 결과로 이어져야 할 의료보험이나 의약분업도 그 한 예라고 보겠다.

산업이란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인간생활에 필요한 상품·서비스를 생산하거나 제공하기 위한 여러 가지 경제활동'이라고 되어 있는데 여기에 '의료'라는 접두어가 붙기 때문에 '의료에 관계되어 재화가 생산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의료와 관계하여 재화와 연계되는 대상을 한번 살펴보자. 흔히 '의술'은 인술이라 하여 도덕적 잣대로만 보는 경우가 많지만 그 의술이 진행되는 과정을 보게 되면 모두 산업과 연계되지 않는 것이 없다. 우선 의약품이나 의료기기의 제조와 그 유통을 위시하여 의료기관 경영에 있어서의 시설이나 전문인력 구성체를 들 수 있다. 또한 무형적인 의료 전문기술과 그 기술의 연마과정, 그리고 의료기술이 이루어지는 과정에 있어서 연관된 여러 서비스 등도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의료와 관련을 가진 모든 기업을 포괄하여 하나의 산업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이는 또한 국민의료비라는 하나의 창구와 연계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국민의료비의 크기가 곧 우리나라의 의료산업의 전체 재원이라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의료산업의 새로운 인식

현재 한국의 의료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의사의 인적 자원은 이미 8만5000명을 넘었고 3000명 이상의 신진의사들이 매년 배출되고 있다. 여기에 국제적 통계에는 인정되지 않고 있지만 의료이원화 정책에 의해 별도의 의료인력으로 한의사가 현재 약 1만5000명이며 매년 800여명이 배출되고 많은 예산도 배정되고 있어 불원간 의사과잉시대가 눈앞에 닥쳐오고 있다. 의료시설 또한 최근 1~2년 동안 수도권에 7000병상 이상이 증설되어 인적 물적 인프라는 충분하다고 본다. 또한 50년에 가까운 전문의제도의 확립으로 오히려 과다한 전문의 비율이 문제가 될 정도로 의료 기술적 측면도 풍부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료현실과는 달리 최근 참여정부 이후 공공의료가 열악하다는 말이 자주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현재의 풍부한 의료자원과 사적 의료기관과의 연계활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경직된 의료행정운영상의 문제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의료의 개념이 과거의 치료개념에서 현재에는 예방, 치료, 요양에 이르기까지 확대되고 있고, 그러한 의미에서 과거의 '의료보험'에서 '건강보험'으로 확대 개편되었지만 그 인프라 운영에 있어서는 아무런 변화가 없을뿐더러 어떤 측면에 있어서는 오히려 수혜자인 국민들과 이간질을 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의료산업이 의료와 연관되어 재화가 생산되는 행위라면 현재의 구도 하에 있어서 국민의료비라는 하나의 경제적 범주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의료'와 연계되는 모든 업종을 총괄하여 접근하는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이러한 하나의 의료산업 구조 속에서 의료제도를 어떻게 재구성해 나가야 할 것인가를 다루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의료산업으로의 접근방법이라고 본다.

 

의료산업 범주 내의 의료제도

정부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의료산업 범주안에 거론되고 있는 의료제도적 주제로 ▲의료인의 비전속 진료 허용 ▲외국인 의사의 국내 거주 자국민 진료허용 ▲신의료기술평가 제도 구축 ▲의료기관평가제도 통합 ▲의료기관 종별 구분 개선 ▲의료정보화(e-health) 촉진 등 6가지를 들고 있다. 모두가 다 현재의 구도로 보아서는 타당한 명제들이다.

첫째, 의료인의 비전속 진료 허용은 과거에 있어 왔던 의사사회의 관행을 의료보험이 도입되면서 통제된 틀 속에 묶어 온 것이 이제까지의 정부의 행정이었다. 따라서 이 문제는 의사 직분에 걸맞게 의사로서의 의무를 다 할 수 있도록 개혁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형태로 복원시켜야 할 대상이다.

둘째, 외국인 의사에 대한 운영은 앞으로 닥칠 WTO와 연계하여 전향적으로 검토해 나가야 한다.

셋째, 신의료기술평가 제도 구축 역시 경직된 의료보험 행정의 결과이다. 의학은 정체된 학문이나 기술이 아니라 과학의 발달에 따라 항상 가변성이 많은 분야인데도 보험재정을 핑계로 규제되어 온 결과이다. 앞으로 신의료기술이란 무엇이며, 신의료기술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고, 그것을 제도권으로 어떻게 유입할 것인지 그 과정을 보다 투명하게 실시해야 할 것이다.

넷째, 의료기관평가제도 통합에 있어서는 지난 2000년도 심사평가원이 창설될 당시 그 당시까지 없었던 '평가'란 업무를 겸하게 하기 위해 창설된 것인데, 그 기능을 분산하여 혼란스럽게 한 결과가 아닌가 생각된다. 현재의 심평원에서도 어떻게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행정을 하는가가 문제이지 새로운 기구를 창설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다섯째, 의료기관 종별 구분의 혼란 역시 보험 행정이 만들어 낸 결과이다. 의료기관 종별은 1951년 9월 25일 의료법이 창설된 이후 의원, 병원, 종합병원 등 3분류체계가 현재까지 개정됨이 없이 유지되어 온 조항이며, 다만 1991년부터 의료보험 통계에 이용하기 위해 종합전문병원을 추가하여 인용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1950년 당시와 현재와는 그 종별 구분의 상황이 많이 변화되었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 부응되고 장래의 의료보험 정책 방향성을 재정비할 수 있도록 재구분할 필요는 있다. 이에 한 가지 더 첨가해 둘 것은 의료보험 행정에 있어서 개원의를 항상 문제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데 개원가의 현실과는 그 괴리가 너무 멀다. 그렇기 때문에 종별 구분에 있어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병실 운영기관과 외래만 운영하는 기관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의 의료정책에서 외래진료를 어떻게 정착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자료도 확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섯째, 의료정보화(e-health)문제는 현재 BT와 더불어 가장 각광을 받는 분야이다. 그런데 web site를 선진국과 비교해 볼 때 우리에게는 아직도 IT의 장점인 지식분야보다도 게시판 위주가 대부분이다. 의료분야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건강보험제도권안에서의 IT문제도 그 이용량은 굉장히 발전되었다고 보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의료행위분류, 의약품 분류, 의료재료 분류등 기본적인 분류체계는 아직도 원시적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컴퓨터의 발달에 의해 어떠한 형식의 코드라도 정리하는데 있어서는 문제가 없을지 몰라도 과학적 학문인 의학에 있어서는 앞으로도 무한한 발전을 수용할 수 있는 과학적 분류체계 바탕위에 합리적으로 정착되어지기를 바란다. 또한 e-health의 내부 추진으로서 전자건강기록(EHR), 보건의료정보 표준화, 원격의료, 공공보건 정보화, 소비자 건강정보, 의료정보화 등의 추진에 있어서도 과거 90년대 초 SMART Card추진 과정중 도중 폐기된 경험에서와 같이 먼저 정보 공개에 대한 개인정보 노출문제에 대한 보다 완벽한 보안 문제에 대해 먼저 사회적 공감을 얻은 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지엽적 문제보다도 가장 근본적인 것으로 먼저 현재 한국 의료의 갈등구조중 하나가 의료이원화의 추진과정이다. 의료란 원래 질병으로부터의 해방을 위한 유일한 목적일진데 거기에 동서의 갈등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비상식적이며 수치스러운 일이다. 따라서 의료선진화중 다른 무엇보다도 가장 시급히 수정해야 할 대상은 어떠한 결론으로 되던 간에 의료의 일원화가 선결문제이다. 내일의 갈등 없는 우리나라의 의료를 위해 가장 먼저 해소해 나갈 정부의 의지가 필요한 과제이다.

현재의 도덕적 잣대로만 보아 온 의료에 대한 새로운 평가로 미래지향적이며 국민들에게 안심하고 건강한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의료산업의 터전이 마련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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