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우 의원 '의료사고예방및피해구제법' 제출
'무과실입증 책임주의' 의료계 반발 예상
형사처벌특례를 인정하는 의료분쟁조정법이 국회에 제출됐다.
열린우리당 이기우 의원(보건복지위)은 8일 무과실의료사고 보상 제도, 형사처벌 특례, 임의적 조정전치주의, 무과실 입증책임주의 등의 내용을 담은 '의료사고 예방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보건의료인이 형법 제268조 중 업무상 과실치상죄를 범했을 경우 종합보험등에 가입돼 있을 때에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했다.
그러나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거나 사회상규에 위배되는 의료행위 등을 한 경우 △무자격자로 하여금 의료행위 등을 하게 하거나 면허된 이외의 의료행위를 한 경우 △약제에 필수적인 과민반응조사를 하지 않고 약제를 투여한 경우 △처방과 다른 약제를 사용하거나 처방전 없이 의약품을 조제한 경우 △혈액형이 적합하지 않은 혈액을 수혈한 경우 △수술 또는 치료·조제·투약과정에서 환자를 혼동한 경우 △진료기록부 등의 위·변조가 확인된 경우는 형사처벌특례 대상에서 제외했다.
법안은 또 보건의료인이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특이체질 또는 과민반응으로 인해 발생하는 등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환자의 생명·신체 및 재산상의 손해에 대해 국가가 보상하도록 명시하는 무과실 의료사고 보상제도를 도입했다.
국가는 무과실이 입증된 의료사고의 경우 피해자에게 3000만원 한도 내에서 보상을 하도록 규정했다.
이와함께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 및 분쟁을 구제·조정하기 위한 '의료사고피해구제위원회'를 법인 형태로 설치하고, 보건의료계와 소비자, 공익 대표 등 15인 이내의 위원을 두도록 했다. 위원회 산하에는 진료과목별 전문위원회를 설치토록 했다.
또 보건의료기관개설자는 의무적으로 책임보험 등에 가입토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법안은 지난 94년 정부가 의료분쟁조정법안을 국회에 처음 제출한 이후 총 6차례에 걸친 입법시도가 모두 무산된 가운데 발의된 것이어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의료사고 발생시 반드시 위원회의 조정절차를 받도록 하는 필요적 조정전치주의가 아닌 피해자의 선택에 맡기는 임의적 조정전치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며, 특히 보건의료인이 자신의 무과실을 입증해야만 배상책임을 면할 수 있도록 한 무과실 입증 책임주의를 명시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또 무과실의료사고 보상을 위한 재원 부담 주체, 의료사고피해구제위원회 위원 구성 등을 놓고 정부와 의료계, 시민단체간의 마찰이 예상된다.
형사처벌특례 역시 지금까지 법무부가 일관되게 반대입장을 견지해오고 있어 법안의 국회 통과에는 적지않은 난관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