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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술과 묵은 장

새 술과 묵은 장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6.04.24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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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경열<의협 공보이사 겸 편집인>

의협 공보이사와 <의협신문> 편집인이라는 중책을 3년 만에 내려놓으면서 마음 한 켠에 "그간의 중압감에서 이제는 벗어날 수 있겠구나"라는 후련함과 "이렇게 했더라면 좀 더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는 신문을 만들 수 있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교차하고 있다.

3년 전 편집인이라는 짐을 질 때는 <醫協新報>라는 제호를 갖고 있었지만 지금은 <의협신문>이라는 새로운 한글이름으로 바뀌어 발행되고 있다.

2003년 4월 편집인으로 취임하면서 오랜 역사의 상징인 제호를 바꾸게 된 이면에는 '신문'이라는 명칭을 함부로 쓸 수 없도록 규제하고, 통제했던 과거 정치권력에 대한 일종의 '자유언론선언'의 의미를 내재하고 있음을 밝혀둔다. 의협신문 편집국과 광고국 구성원들도 '新報'라는 오랜 구태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새롭게 출발해 보자며 전폭적인 성원과 의지를 실어줬다.

전체 보건의료계를 통틀어 가장 권위있는 전문신문을 만들기 위해 의협신문 구성원들이 흘린 값진 땀방울을 기억한다. 이러한 노력으로 인해 지난 3년 동안 신문발송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명절 연휴를 제외하고 한 번도 거르지 않은 채 일주일에 두 번 월요일과 목요일자 신문을 발생할 수 있었으며, 신문의 주장을 담은 사설을 빼 먹는 일 없이 게재할 수 있었다.

읽히는 신문, 사랑받는 신문을 만들어보자며 대대적으로 신문의 디자인을 뜯어 고치고, 전면 컬러 지면을 제작해 낸 것도 이 기간 동안 이뤄졌다. 편집기자들이 몇날 며칠을 고민해 가며 디자인 시안을 만들고, 허물며 밤 새워 격정적인 토론을 벌이던 모습도 가슴에 담아두고 있다.

국민과 의사 사회를 직접 연결할 수 있는 언론매체를 가져야 한다는 일념아래 인터넷 신문 <KMA Times>를 창간하게 된 것도 지난해 이 맘 때의 일이다. 우여곡절 끝에 탄생의 이정표는 세웠지만 너무 의욕만 앞세워 돌아볼 여유조차 없이 앞 만 보고 가라며 채찍만 들이댄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너무 큰 짐만 벗어놓고 떠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 뿐이다.

2004년 1월 제호를 변경하면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성서의 말씀을 빌었던 기억이 있다.

"아무도 새 천 조각을 헌 옷에 대고 깁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헌 옷에 기워 댄 새 헝겊에 그 옷이 땅겨 더 심하게 찢어진다. 또한 아무도 새 포도주를 헌 가죽 부대에 담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포도주가 부대를 터뜨려 포도주도 부대도 버리게 된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새로운 편집인에게 무거운 짐을 건네줘야 하는 이 시점에 다시 심기일전을 당부하는 것 조차 주제넘은 일이긴 하다.

하지만 늘 새롭지 않으면 새로운 일을 하는데 버거울 수밖에 없듯이 옛 생활방식과 닫힌 인식으로는 새로운 기회를 잡지 못한다.

하지만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이 무조건 과거는 배척하고,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곡해되어서는 곤란하다.

"장은 묵어야 제 맛"이라는 속담을 결코 잊어선 안된다.

특히 의협과 같이 3년 마다 선거를 통해 수장을 뽑고, 상임진을 새로 구성해야 하는 조직에서는 장이 바뀌든 안 바뀌든 묵은 장 처럼 일관성 있는 맛을 내야 할 필요가 있다. 수장의 개인적인 스타일이나 역량에 휩쓸리기 보다는 잘 정비된 시스템에 의해 일관성과 연속성을 가질 때 의사사회가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

<의협신문>은 앞으로도 정확한 보도와 논평을 통해 독자들에게 시대의 변화를 알림으로써 독자 스스로 권리를 찾고, 의사 사회의 여론을 올바로 조성하는데 앞장서 주길 당부한다. <의협신문>이라는 언론매체에 부여된 정보전달과 여론조성의 역할은 무척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의협신문>은 특히 전국 각지의 의료현장에서 묵묵히 주어진 몫을 다하고 있는 독자들에게 문을 넓혀 보다 다양한 의견을 지면에 반영하고, 독자의 가려운 곳을 긁어 줄 수 있는 언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의사사회 내부의 갈등을 조정하는 중재자이자, 지면을 통해 소개되는 의학·학술 정보가 일반 언론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도록 전문언론의 위상을 다져나가 주길 부탁한다. 의사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패배의식을 걷어내는데 앞장서는 <의협신문>이 되길 바란다. 실패의 방법을 우리는 지난 수년간의 뼈아픈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독자들의 가슴 속에 숨어 있는 긍정적이고, 밝은 유전자를 일깨우는 일이 <의협신문> 구성원들에게 주어져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지혜'와 묵은 장의 깊은 맛을 알아보는 '속 깊은 안목'을 앞으로도 계속 지면 곳곳에서 자주 마주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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