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공보의 근무를 병역의무에 대한 특혜로 받아드리는 현재의 시스템은 공보의들에게 정말로 큰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현재의 시스템상 공중보건의사는 4주간 국방부에 소속된 군사훈련을 마치고 복지부에 소속되면서 이등병 제대를 하게 된다. 이는 군의관과 같은 신분으로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케 하는 파격적인(?)일이다. 법률 개정(병역법 제 34조, 1999.2.5.개정)으로 법제화된 것인데 군 장교급에 해당되는 38개월의 병역의무를 주면서 신분은 이등병이 되는 모순이 발생한다.
우리는 의사인가, 군복무 대체요원인가, 아님 공무원인가? 농특법에는 계약직 공무원으로 돼 있는데 이는 공보의에게 많은 제약을 준다. 대법원 판결에서도 나와 있듯이 공중보건의사들은 공무원이다. 하지만 보수 및 직무수행에 따른 여비, 맞춤형 복지 혜택, 복수여권, 일반 공무원들에게 주어지는 기본적인 혜택은 전혀 주어지지 않고 있다. 일부 개념있는 공무원들을 제외하고 많은 복지부 및 지자체 공공기관 관계자들에게 이러한 공보의의 모순되는 상황을 주장하면 항상 "너희들은 군복무 대체 인력이니까", "계약직 공무원인데…", "그건 우리 부서에 관할된 내용이 아닌데" 식의 개념없는 답변으로 일관한다. 엄연히 군복무는 4주 훈련으로 끝난 후 복지부에 소속된 공무원이고, 그들이 부여한 공무원의 의무를 따라야 한는 공무원이고, 같은 정부 기관에 속한 공무원인데도 그렇다는 말이다. 자신들이 공무원 혜택을 받을 때면 모든 법·규정을 조목조목 따져서 파고 들면서 말이다. 그러면서 지자체 행사나 재가암사업, 의료인력이 부족할 때는 "너희들은 의사니까 당연히 해야지" 하면서 의사 신분을 천직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을 도덕성에 족쇄를 채워 진료를 요구하고 있다.
의사이기에 당연히 응급환자나 진료 등에 있어서 의무적으로 환자를 책임져야 하고, 국가에서 진행되는 사업이나 지자체 사업 동원 등에는 공무원이기 때문에 군말없이 참여해야 하고, 군복무 대체이므로 군인들처럼 엄격한 통제를 지키며 살라는 것이다.
공중보건의사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공익법무관에 관한 법률 제3조에 공익법무관을 법무부 소속 '전문직공무원'으로 인정하는 것처럼 동일한 해달라는 것이다. 공무원으로써 정액급식비 등의 실비보상·여비·초과근무수당비등에 대한 급여와 정식적인 대우 및 공무원으로서 가지는 기본적인 처우 등에 대해서 동일하게 개선해 달라는 것이다. 물론 공무원으로서 가지는 책임과 의무를 다한다는 기본적인 전제 아래에서 그렇게 해달라는 말이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는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아 전공의 신분문제 제기와 함께 일반인이나 공무원들이 공보의들에게 가지고 있는 편협한 시각을 바꿔 나가고 스스로도 나태해진 모습이 있다면 이를 과감히 떨쳐버리기 위한 20주년 기념캠페인을 시행하고 있다. 이번 행사의 모토는 '애프터 유(after U)'로 '할아버지, 할머니 어르신이 먼저이십니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많은 공보의들이 전국 곳곳에서 진료와 예방사업에 매진함에도 불구하고 다소 잘못된 인식을 바꿔 나가기 위해 심기일전해 나아가고자하는 것이다.
먼저 '세 번 더하기 운동'을 통해 우리 자신의 다짐을 보여주려 한다. 이는 진료 시 어르신들에게 다가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찾자는 것으로 '환자분이 들어오실 때 얼굴 한번 더 보기', '진료할 때 손 한번 더 잡기', '나가실 때 인사 한번 더 하기'를 실천하는 것이다.
또한 대외적인 행사로 '사랑의 돋보기 설치 행사'가 진행 중이다. 전국의 약 1200여곳의 보건지소에 돋보기를 설치하여 어르신들의 불편함을 덜어 드리자는 행사다. 도수별로 5개를 준비해 필요하신 어르신들은 직접 집으로 가지고 가셔서 착용도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예정 중인 행사로 '사랑의 이름표 행사'가 있다. 이는 반영구문신으로 연락처를 세겨줘 치매노인·장애아들의 가출로 인한 실종 사고를 예방하자는 취지다.
자체적인 행사로 그간 공보의를 아우를 만한 매개물 하나 없는 현실에 착안하여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일원의 자긍심을 갖도록 뱃지와 핸드폰 액정닦이를 제작·배포도 했다. '모범 공중보건의사상'을 정하여 각 시도별 1인씩을 선정, 상패와 상금을 수여할 예정이다. 특히 '모범 공중보건의사상'은 그간 네거티브였던 공무원들과 지역 언론사들에게 우리 스스로 올바른 모습을 찾아가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공보의의 실상을 그대로 반영시켜 그들에게 알림으로써 그들의 부정적인 시각을 바꾸고 내부적으로 단합된 모습을 다져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외부적으로는 공중보건의사집단이 문제를 일으키는 집단이 아닌 대국민 의료의 일선에서 가장 고생하고, 자기의 젊음을 희생할 줄 아는 집단임을 각인시키는 계기로 삼을 예정이다.
무의촌 해소를 위해 전국에 배치된 공중보건의사들은 스무살이라는 세월을 지나면서 대국민 보건에 지대한 역할을 해왔고, 지금도 2000여곳의 보건지소·보건소·병의원 및 기타 의료기관에서 묵묵히 맡은 바 임무를 수행 중이다. 이번 20주년을 맞이한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는 이러한 회원들의 노고와 대국민 건강에 수호자임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20주년 기념행사인 'after U'행사가 내부적 역량강화와 대국민 건강에 초석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이 글을 통해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