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수이식 받으려면 혈소판 공여자 직접 구해야
혈액수가 현실화, 예약헌혈제 제도개선 절실

"백혈병 환자가 골수이식을 받으려면 수십명에 달하는 혈소판 공여자를 환자가 직접 구해와야 합니다. 지하철 역 앞에서 전단지를 돌리며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해야 합니다. 그 심정은 당사자가 아니면 아무도 모릅니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백혈병 환자 가족이 나와 혈소판 공여자를 구하는 어려움을 호소해 참석자들을 안타깝게 했다.
26일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 주최로 열린 '혈소판 성분제제 공급부족 해소를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안기종씨(한국백혈병환우회 사무국장)는 백혈병에 걸린 아내를 간병하며 겪은 일들을 털어놓았다.
안 씨는 "간호사가 20명 정도의 혈소판 공여자를 구해야 하고, 입원 예정일까지 못구하면 골수이식 날짜가 미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며 "날짜는 다가오고 마음은 조급해져 지하철역 출구 앞에서 전단지를 나눠주며 혈소판 공여자를 구했다"고 말했다.
안 씨는 "전단지를 나눠주면 잠깐 힐끗 보고는 쓰레기통이나 길바닥에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길바닥에 나뒹구는 전단지안의 아내의 웃는 사진을 보며 참 많이 울었다"고 말해 주위를 숙연케 했다.
원가보다 낮은 혈액수가 큰 문제
안 씨의 경우처럼 병원이 환자측에 혈소판 공여자를 구해오라고 하는 이유는 백혈병 환자에게 꼭 필요한 '성분채혈혈소판'이 적십자 혈액원으로부터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
적십자에서 성분채혈혈소판 공급을 필요한 만큼 하지 못하는 것은 채혈 수가가 원가에도 못미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현행 성분채혈혈소판 수가는 4만1660원. 그러나 원가는 13만6575원에 달한다. 결국 1유닛 채혈할 때마다 무려 9만원이나 적자를 보게 되는 것이다.
적십자사 혈액사업의 운영자금이 혈액수가로 충당되는 현실에서 이같은 왜곡된 수가구조는 채혈을 하지 말라는 것이나 마찬가지.
혈소판 유효기간이 다른 혈액제제에 비해 너무 짧은 것도 한 이유다. 성분채혈혈소판은 채혈일로부터 5일안에 사용해야 한다. 혈액원에는 혈소판이 없고, 환자는 당장 수술을 해야 하니 병원으로서는 어쩔 수 없이 환자에게 직접 공여자를 데려오라고 부탁할 수 밖에 없다.
교인 3만명 교회...공여자 한 명도 없어
공여자를 구하는 일도 쉽지 않다. 전혈, 혈장채혈과는 달리 혈소판성분채혈은 채혈시간이 2시간(전혈은 10분)이나 걸리고, 뽑는 피의 양도 205ml로 전혈분리혈소판 채혈보다 5배나 많아 헌혈자가 부담스러워 하기 때문이다.
안 씨는 "교인이 3만명이나 되는 대형교회에 다니고 있어 공여자를 구하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단 한명의 신청자도 없었다"고 털어놨다.
안 씨는 "공여자를 구하러 환자 간병은 제쳐두고 군부대, 전경부대, 종교단체 등을 전전해야 한다. 이것은 반인권적인 일"이라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혈액수가 인상, 등록헌혈제도, 헌혈예약제도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