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가 선별검사 안받아
자궁경부암은 자궁경부질세포검사를 시행하기 시작한 1950년대 이전에는 여성암으로 인한 사망원인의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자궁경부암은 전세계 여성에게 발생하는 암 가운데 두 번째로 흔한 암으로, 매년 약 50만명의 신환이 발생하고 약 25만명이 자궁경부암으로 사망한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몇 년 전만 해도 여성암 중 발생률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흔했지만, 생활 환경이 좋아지고 선별검사에 의한 조기진단이 증가하면서 자궁경부암의 발생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한국중앙암등록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 현재 한 해 3971명이 자궁경부암으로 진단, 등록되었다. 이는 여성암 발생의 9.1%로 여성에서 다섯 번째로 흔한 암으로 집계되었고, 상피내 암종을 포함할 경우 여성에서 두 번째로 흔한 암으로 여전히 높은 발생률을 나타내고 있다.
자궁경부암의 선별검사는 자궁경부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감소시키는데 극적으로 기여하였다. 미국에서는 자궁경부질세포검사를 시행함으로써 검사를 받지 않아 사망할 가능성이 있던 환자의 약 70%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는 보고가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조기진단의 중요성을 간과해 주변 장기까지 전이된 뒤 병원을 찾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06년 3월 한국여자의사회에서 10대에서 60대까지의 여성 18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66.1%의 여성은 자궁경부암 선별검사를 받지 않는 것으로 조사되어 조기진단 및 선별검사의 중요성에 대한 홍보와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사항은 여성이면 누구나 규칙적인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궁경부암 선별검사를 받는 여성은 받지 않는 여성에 비하여 극적으로 자궁경부암 발생이 감소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자궁경부암 선별검사는 일반화된 검사라고 알려져 있었지만 이렇게 수검률이 낮은 데에는 국가의 정책과 지원이 따르지 못하는 데에도 원인이 있다. 아직도 노인 인구나 저소득층 등 공공의료의 혜택으로부터 소외된 계층이 있다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따라서 자궁경부암 검진의 필요성에 대한 홍보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한편, 경제적 또는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는 여성에 대한 국가 지원의 강화-예를 들자면 이동검진사업이나 무료검진-가 확대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대국민 홍보 가장 중요
자궁경부암 발생의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인 인유두종바이러스 (human papillomavirus: HPV) 감염과 관련하여, 자궁경부암과 HPV와의 상관관계는 흡연과 폐암, B형 간염과 간암의 관련성보다 더 높다고 알려져 있다.
세계 22개국 1000여 개의 자궁경부암 조직에 대한 분석에서 HPV DNA 검출률이 99.7%로 거의 모든 자궁경부암에서 HPV가 연관되어 있음이 보고된 바 있다. 현재 임상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는 HPV 검사는 세포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의심될 때 2차 검사로도 매우 유용하며, 기존의 선별검사 단독 사용에 비하여 진단의 민감도를 1.43배 상승시킨다고 보고되었다.
이와 함께 지난 2006년 6월 암으로서는 처음으로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이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아 머지 않아 진료실에서 사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백신은 자궁경부암의 주요원인인 HPV 16형과 18형을 거의 완벽하게 차단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국내에 도입되어 100% 적용될 경우, 국내 환자 수가 약 70%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자궁경부암의 예방은 가까운 장래에 크게 두 단계로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1차 예방은 HPV 백신 예방접종이고, 2차 예방은 자궁경부질세포검사와 HPV 검사를 이용한 선별검사로 전구암 단계에서 치료하는 것이다.
자궁경부암의 경우, 자궁경부질세포검사에 의한 선별검사의 수진율을 높이는 문제가 현재로서는 가장 중요한 현안이다. 현재 '국가 암 조기검진사업'에서는 만 30세 이상 여성은 2년에 한 번 무료로 자궁경부암 선별검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실제 수검율은 매우 낮은 상황이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대국민 홍보 부족으로 검진사업 자체가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자궁경부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적극적인 대국민 홍보가 가장 중요하다. 또한 기존의 자궁경부질세포검사에 HPV 검사를 선별검사에 추가하여 정확도를 향상시킴으로써 국민들의 선별검사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방법도 고려되어야 한다. 그 외 검진기관에 대한 국민들의 접근성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자궁경부질세포검사는 따로 환자가 원하는 병원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국가 차원 정책 구체화 기대
지난 7월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대한부인종양학회,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주관하고 안명옥 국회의원의 주최로 열린 '여성 건강권 수호 대토론회'가 국회의원, 전문의료인, 여성단체 관계자, 정부 관계자 및 일반인 등 총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이 자리에서는 의료계에서 자궁경부암 선별검사 수진율 증가를 위한 홍보와 HPV 검사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 강화에 대한 제안과 함께, 정부 및 여성단체에서의 '여성의 관점에서 검진의 접근성 확대', '자궁경부암 예방을 위한 조기 성교육의 필요성' 등 여성 건강권 수호를 위해 자궁경부암 예방의 중요성에 대한 심도 깊은 토론이 있었고, 자궁경부암 및 여성암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전시회가 진행되었다.
특히 토론회에 앞서 31명의 국회의원들이 '여성 건강권 확립을 위한 국회의원 선언문'을 발표하였고, 전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이 추진 중이다.
이렇게 의료계·국회·국가기관 그리고 여성단체 등이 우리사회의 발전과 가정의 행복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제도권의 보호에서 소외된 여성의 건강, 특히 자궁경부암의 예방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자궁경부암 환자의 감소는 국가적으로도 암으로 인한 전체 치료비용의 절감을 유도하여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국가가 중증질환의 보장성 확대에 많은 예산을 배정하는 것과 동시에, 보다 효과적인 자궁경부암의 예방에 대한 실질적인 국가 차원의 정책과 지원이 구체화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