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사모 토론회, 의약품 선별등재방식 문제점 논의
약제비 절감 초점 잘못…사회적 합의 목소리 높아
지난 5월 3일 보건복지부가 보험의약품 선별등재방식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발표한 것과 관련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선별등재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대한의사협회·제약협회·제약사 등은 인프라 구축은 물론 신약의 보험등재 지연 등으로 인해 부정적인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약제비 적정화 방안에 반대하고 있는 단체 및 제약사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제도가 시행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건강복지사회를 여는 사람들의 모임(대표 문옥륜 서울대 교수, 이하 건사모)이 18일 주최한 '효율적 약제비 절감정책 수립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는 오는 24일 입법예고 기간 만료를 앞두고 있는 정부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은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시기상조' vs '예정대로 시행해야'
최영현 복지부 약제비적정화추진사업단장은 "5·3방안은 2001년 이후 연간 14% 증가하는 약제비에 대한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단순히 의료비를 줄이자는 것 뿐만 아니라 의약품의 품질 및 사후관리, 생산 판매관리에 의한 의약품 유통구조의 투명성 제고는 물론 선별등재와 가격협상을 통해 건강보험재정이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최 단장은 "이를 위해 정부는 관련기관, 관련 업계 등과 세부 방안을 협의 중에 있으며, 경제성 평가지침 및 약가협상 기준 및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강창원 의협 보험이사·문경태 제약협회 부회장·정병진 한국일보 논설위원 등 각계 전문가들은 새로운 제도 도입에 따른 파급효과 등을 고려할 때 국민들에게 제도의 취지와 절차를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구한 다음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특히 강창원 이사는 "선별등재방식을 도입할 경우 비급여의약품의 확산을 부추길 수 있고, 약값 상승에 대한 상상을 초월한 국민적 저항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부담 증가' vs '그렇지 않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국민부담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입장과 그렇지 않다는 입장으로 양분됐으나 의료비 증가에 따른 국민부담이 증가할 것이라는 주장이 우세했다.
이평수 공단 재무상임이사는 "5·3방안은 약제비 적정관리에 목표가 있고 선별등재방식 또한 약제비 절감방안이라고 볼 수 없다"며 "환자에게 꼭 필요한 의약품이 보험등재되지 않을 경우 의사들이 보험등재신청을 해 환자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배상철 교수(한양대)는 "선별등재방식은 건강보험재정에는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국민 전체의 의료비는 늘릴 것"이라며 "이러한 제도를 도입하기 전에 의약품 이외에 다른 진료 행위에 대해 충분히 보험급여를 해주고 의약품을 의사들이 적절히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윤구현 간사랑동우회 총무도 "실제 환자 입장에서는 보험료가 올라가더라도 보장성 강화가 절실한 시점"이라며 "새로운 제도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환자들이 불안해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심사기간이 길어져 환자들의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새로운 약제비 적정화 방안도 고려해야
열린우리당 김춘진 의원은 "선별 등재 방식의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면 다빈도 주요 질환 의약품만이라도 우선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으며,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은 "특수한 상황에서 환자들의 신약접근권이 떨어지거나 과도한 약제비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게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강창원 보험이사는 "총 의료비가 약제비에 비해 너무 낮은 것이 문제"라며 "의사들의 처방권, 의료의 질을 높이는 방법을 고려해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약가협상을 공단과 제약회사가 할 경우 공단이 상대적으로 너무 우월한 역할을 하게 되므로 독립적인 약가 결정 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노태호 한국얀센 상무는 "기존의 자료가 부족한 상황이므로 우선 등재를 하고 사후 약물경제성평가를 통해 선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문경태 한국제약협회 부회장은 "기존의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약물 사용량 조절·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다"며 현행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배상철 교수도 "약물경제성평가는 비용효과(효용) 분석을 통해 결정해야 하는데, 자료의 정확성이 부족하고 현실적으로 자료가 없다"며 조급히 시행해서는 안된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