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신생아 식물인간된 B씨부부 패소 판결
재판부"추정만으론 의사의 무과실 입증책임 물을 수 없다"

의료사고 피해자가 의료진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 과실의 존재를 입증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와 주목된다.

막연한 추정으로 의사의 무과실 입증책임을 지우는 것은 잘못이라는 판결이다.

부산지방법원은 최근 A병원에서 출생한 신생아가 식물인간 상태에 빠지자, 신생아의 부모인 B씨 부부가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의사는 환자에 대해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할 주의 의무가 있으며, 환자가 의료사고 이전에 건강상의 결함이 없었다는 사실을 증명한 경우에는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해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들을 가지고 막연하게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해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입증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특히 "의료행위 과정에 있어서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 과실의 존재는 환자측에서 입증해야 한다"며 "의료과정에서 어떠한 주의의무 위반의 잘못을 인정할 수 없다면 그 청구는 배척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B씨 부부의 신생아에서 나타난 각각의 증상에 대한 의료진의 조치에 어떠한 과실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B씨 부부는 지난 2002년 1월 7일 B병원에서 제왕절개수술로 신생아를 분만했으나, 분만 직후부터 양다리의 과신전 상태, 제대동맥 허혈성 괴사 상태 등 증상이 잇따라 발생했다.

이후 신생아의 상태는 호전되지 않아 같은 해 8월 2일 C대학병원으로 전원된 후 저산소성 뇌증으로 인한 뇌실주위 백질의 저산소성 뇌손상, 시상의 출혈과 허혈성 변화, 대뇌피질 이형성증, 우측 고관절 탈구 등 진단을 받고 식물인간 상태가 돼 뇌성마비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자 B씨 부부는 의료진이 신생아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A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