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습의사> 등 메디컬 스릴러 소설 줄 이어
외과의사 자전적 수필·의사가 펴낸 전문서적도 눈길
TV 드라마에 불고 있는 '메디컬' 열풍이 서점가에도 불어닥쳤다.
최근 서점가에는 메디컬 소재를 다룬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를 비롯, 신간서적들이 줄을 잇고 있다. 박친감 넘치는 메디컬 스릴러와 병원을 배경으로 한 코미디 등 독특한 소재를 내세운 소설에서부터 의사의 자전적 수필까지 종류도 갖가지.
이러한 책들은 공통적으로 현직 의사 또는 의사 출신이 펜을 잡음으로써,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전문 지식을 무기로 메디컬 소재의 사실성을 충분히 살려내 독자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소설 <견습의사>는 '메디컬 스릴러의 여왕'으로 불리우는 테스게리첸의 신작.
지난해 <외과의사>를 펴낸 바 있는 테스 게리첸은 캘리포니아 의대를 거쳐 하와이 호놀룰루의 병원에서 근무했던 '진짜의사' 답게, 인턴 출신 살인마 '외과의사'와 그에 대적하는 여형사의 활약을 치밀하고 사실적으로 그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뼈만 남은 시체 조사에서 오목가슴과 내반슬을 바탕으로 구루병 환자였다는 사실을 추론해내는 과정이나 연쇄살인·폭력 성향의 원인으로 전두엽 억제불능 증후군을 지목하는 장면, 글루코코르티코이드를 복용해 장파열을 유도함으로써 병원에서 탈주한다는 설정 등은 같은 의사가 봐도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은 일본 작가의 메디컬 스릴러 소설. 심장이식 권위자 기류 교이치 교수를 초빙한 도조대학 의학부 부속병원은 바리스타 수술팀으로 명성을 떨치지만 갑자기 세차례 연속 수술에 실패하며 환자가 사망, 신경내과의 만년 강사 다구치와 후생노동성의 괴짜 공무원 시라토리가 밀실 살인사건을 해결해 간다는 내용이다. 현직의사이기도 한 글쓴이 가이도 다케루는 전문적인 내용과 치밀한 구성에 생명력을 더했다.
보다 가볍게 읽기 좋은 소설로는 2005년 발간돼 오랫동안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가 있다. 글쓴이는 비록 의사가 아니지만, 엽기 정신과 의사 이라부가 별난 정신과병원을 배경으로 야쿠자 중간보스·베테랑 곡예사·의사 등 다섯명의 환자를 치료해가는 과정을 유쾌하고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이밖에도 청조사는 MBC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2005년 출간한 <하얀거탑> 전3권을 최근 세트로 묶어 다시 펴내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의사의 일상과 애환을 다룬 자전적 성격의 수필도 쏟아지고 있다.
대한외과학회장·초대 구로병원장·서울아산병원장 등을 지낸 민병철 교수는 젊은 의사들이 갈수록 외과의사를 기피하는 현 세태를 우려하듯, <나는 대한민국 외과의사다>란 에세이를 펴냈다. 어떻게 외과의사의 길을 걸어왔는 지 솔직담백하게 고백하면서 병원 속에서 겪는 애환과 기쁨, 더불어 의사를 꿈꾸는 젊은이를 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와 비슷한 종류로, 교보문고 3월 첫째주 베스트셀러 종합순위 5위를 기록한 <인생수업>은 20세기 최고의 정신의학자이자 호스피스 운동의 선구자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와 그의 제자 데이비드 케슬러가 죽음을 앞둔 사람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 책.
2005년까지 국경없는 의사회 캐나다 지부이사를 지낸 데이비드 몰리는 <국경없는 의사회>란 책을 통해 엘살바도르·콩고·잠비아 등에서 벌인 인도주의 활동이 현대인에게 주는 감동을 풀어내기도 했다.
한편 '메디컬'을 소재로 하고 있지는 않지만, 의사가 쓴 다른 분야의 전문서적도 눈에 띈다.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으로 별다른 홍보없이 입소문 만으로 20만권 이상을 팔아치운 박경철 원장(신세계연합의원)은 경제감각을 여실히 드러낸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으로 경제서 부문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박 원장은 또다른 경제서적 출간도 준비중이라고.
현재 임상 현장에 몸담고 있지는 않지만 서울의대를 졸업한 컴퓨터 전문가 안철수 의장(안철수연구소 이사회)도 최근 <컴퓨터의사 안철수 네 꿈에 미쳐라>를 펴냈다.
이러한 메디컬 소재의 출판물들은 시대·나이·성별을 떠나 감동과 재미를 줄 수 있는 몇 안되는 소재로 꼽히고 있어, 최근 출판계를 강타한 '칙릿' 열풍에 대적할만한 신드롬을 일으킬 수 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