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음 많은 의료광고

잡음 많은 의료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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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6.11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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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훈(동아일보 기자)

의료광고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 한국소비자연맹은 5개 종합일간지에 실린 의료광고를 분석한 뒤 그 결과를 발표했다. 요지는, 의료광고를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된 후 허위과장 광고가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4월 한 달 동안 5개 종합일간지에 총 154건의 의료광고가 게재됐다. 이 중 법이 시행된 이후 실린 광고는 모두 104건이었다. 2006년 11월 한 달간 13개 종합일간지에 49건의 의료광고가 게재된 것과 비교하면 그 새 3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그러나 104건의 광고 중 사전심의를 받고 '심의필' 표시를 한 광고는 고작 6건에 그쳤다. 치료 방법을 소개하면서 부작용을 언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킨 광고는 5건에 불과했다.

한국소비자연맹이 허위과장 광고로 규정한 것들을 보자.

일정 기간 안에 치료효과가 나타나는 것처럼 표현한 광고가 53건(34.4%)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획기적인 의료기술인 것처럼 소비자들을 호도한 광고가 37건(24.0%), 제 3자의 사례나 체험담 등으로 소비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광고가 24건(16%)의 순이었다.

자극적이고 과장이 심한 표현도 많았다. 소비자연맹은 ?고혈압 합병증까지 완치 ?췌장암 말기였는데 치료로 거뜬 ?디스크 수술 5~10분이면 된다는 문구를 대표적인 사례로 뽑았다.

이런 광고를 내걸면서까지 환자를 유치하려는 병·의원의 절박함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갈수록 경쟁은 치열해지고 환자들이 약아지는 것을 필자가 모를 리 없다.

그렇지만 췌장암 말기 환자를 거뜬하게 치료한다는 주장이나 5분 만에 디스크 수술을 하고 고혈압 합병증까지 모두 고친다는 내용은 해도 해도 너무했다. 이런 광고를 내건 사람의 양심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왜 이런 광고가 버젓이 신문에 게재되고 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원칙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사전심의를 거치도록 돼 있는 제도가 유명무실하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환자만 유치하면 된다는 안일한 의식을 버리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는 약 한 달 전, 본 칼럼에서 의료광고 사전심의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 때 필자는 '교묘하게 심의를 통과한 불법 및 허위과장 광고가 나올 경우 의료계 단체들로 구성된 광고심의위원회에서 '봐주기'를 하고 있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경고했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고 해도 순기능 뿐 아니라 약간의 역기능이 있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그 역기능이 전면으로 부각되면 그 정책은 실패한 것으로 규정된다. 의료광고 관련 정책은 잘만 운영되면 분명 병·의원 경쟁력을 강화하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의료광고를 대폭 허용한 것은 역기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정책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사전심의를 받지도 않고 허위과장 광고가 난무할 경우 이 정책은 실패한 것이 돼 버린다.

그렇게 되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아마도 의료광고 시장은 꽁꽁 얼어붙을 가능성이 높다. 왜 그럴까?

이미 만든 정책은 돌리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사전심의제도를 대폭 강화할 확률이 크다.

의협을 비롯한 의료계 단체의 자율적 심의가 흔들릴 수도 있다. 시민단체가 개입하고 정부가 영향력을 발휘하려 할 것이다. 환자, 즉 소비자들이 혹시 입을지 모르는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명분이 있기 때문이다.

사전심의만 강화하는 데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허위과장 광고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려 할 것이다. 이미 복지부는 그런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어디까지를 허위과장광고로 규정할 것인가에 대한 근거조항이 미비해 아직 규제를 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눈앞의 작은 이익에만 급급하다가는 더 큰 것을 잃고 만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지금, 사전심의를 철저히 따르는 원칙부터 지켜야 한다.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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