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일적 평등주의' 의료하향평준화 주범

'획일적 평등주의' 의료하향평준화 주범

  • 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
  • 승인 2007.09.1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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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식 연세대 교수 현 정부 보건의료정책 정면 비판
건강복지공동회의 창립기념 토론회 '새 보건·의료·복지 개혁안' 제시

▲ 의료분야는 1977년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하면서 수립한 저보험료 저수가 정책 패러다임과 정부의 명령과 통제에 의한 획일적 형평을 고수하면서 하향 평준화되고 있다는 쓴소리가 나왔다.

30년 전의 낡은 인식 체계를 바탕으로 수립한 보건의료정책을 아직까지 지속하고 있기 때문에 의료는 하향 평준화되고, 국민의 다양한 요구에도 부응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쓴소리가 나왔다.

이규식 연세대 교수(보건행정학)는 17일 건강복지공동회의 창립기념 토론회에서 '한국 의료 선진화를 위한 정책 방안' 주제발표를 통해 "1970년대 복지국가론에 입각해 의료를 필요도에 따라 모든 국민에게 평등하게 공급해야 한다는 '공공재' 이념은 이미 쇠퇴했음에도 한국은 획일적 평등주의와 이를 고수하려는 정부의 지나친 개입으로 인해 의료는 하향평준화 되고, 생산의 효율성을 상실했다"고 비판의 날을 세운 뒤 "시대 상황과 국민 요구에 걸맞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의료를 공공재라는 시각으로 접근하다 보니 민영의료를 허용하지 않아 다양성이 없어졌고, 민간병원을 영리나 추구하는 기관으로 치부해 공공병원 확충과 같은 시대에 뒤떨어지는 정책을 추진하게 됐다"면서 정부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한 뒤 "과도한 정부 개입에 의한 관리방식을 개혁하고, 민영의료의 허용으로 소비자선택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특히 "현재와 같은 건강보험제도나 요양보험제도로는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맞아 지속 가능성에 문제가 있다"면서 "권위적이고 획일적인 건강보험체계를 경쟁체제로 전환시켜 보험재정에 대한 보험자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약분업제도의 문제에 대해 이 교수는 전면적인 평가를 통해 이용상의 불편 요인과 재정 누수요인을 파악, 국민의 이중부담을 개선해 만족도를 제고하는 제도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 교수는 "의료를 공공재로 간주하는 측에서는 의료의 차등화를 초래하고, 건강보험제도를 붕괴시키며, 의료의 상업화를 촉진시킨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가 심할 것"이라고 전망한 뒤 "조세로 국민의 의료를 보장하는 국가에서도 영리병원을 인정하고, 자비 부담하는 민영의료가 허용되고 있는만큼 의료의 상업화라는 주장은 지나치게 편향된 이념에 따른 것"이라고 일축했다.

지정토론에서 윤해영 대한의사협회 각과개원의협의회장은 "의료시스템의 선진화와 육성을 위해서는 병원급 의료기관에 치중하지 말고 1차 의료기관의 육성이 전제돼야 한다"면서 건강보험료의 단계적 인상과 규제위주의 의료정책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송 대한병원협회 정책이사는 건강보험을 적정보험료·적정수가·적정급여체제로 전환하고, 의료기관에 대한 규제 개선과 영리법인 의료기관 활성화·의약분업 평가 및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정책이사는 약가제도를 고시가에서 실거래가로 변경하면서 1999년 1조 2000억원이던 약제비가 2006년 7조원을 상회하고 있다면서 조제료 과다 지출·신의료기술 불인정 등 정책 실패를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경태 한국제약협회 부회장은 "의약품의 건강보험 등재방식을 포괄등재방식에서 선별등재방식으로 바꾼 것은 급여범위를 확대해 보장성을 강화해 나가는 건강보험정책 방향과 정면 배치된다"면서 정부의 약가정책을 비판했다. 문 부회장은 "신약등재가 2005년 35개, 2006년 64개에 달하던 것이 올해에는 단 하나도 등재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약의 선택은 정부가 아닌 진료를 맡은 의사와 치료를 받는 환자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구일 의료와 사회포럼 정책위원은 "현실적으로 건강보험만으로 보장성 강화는 절대 불가능하다"면서 "참여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은 목표부터 잘못 설정돼 있다"고 지적했다. 임 위원은 2006년 12월 현재 건보공단 직원은 1만 423명으로 비숫한 자격관리와 징수업무를 하고 있는 국민연금공단(4833명)의 2.3배에 달한다면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상혁 이화의대 교수(예방의학)는 "모든 국민에게 모든 의료를 형평적으로 국가가 제공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한 뒤 "국가가 세금을 걷어 무든 국민을 행복하게 해 주겠다는 국가중심주의적 정책을 버리고, 세금을 덜 걷음으로써 국민이 자신의 선택을 통해 한계만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장주의적 보건의료정책을 채택, 탈규제와 작은 정부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토론회를 통해 새 패러다임 구축을 위한 개혁 구상과 정책 목표를 제시한 이규식 교수는 지정토론에서 지적한 내용을 보강하고, 세부적인 실천전략을 담아 보건의료복지 분야의 정책으로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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