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보트 없는 TAP…일라프라졸 어떻게 되나?

애보트 없는 TAP…일라프라졸 어떻게 되나?

  • 신범수 기자 shinbs@kma.org
  • 승인 2008.03.24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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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양약품 신약 가져간 TAP사, 일본 다케다가 인수
애보트 후광 빠져 일단 '악재'…다케다 향후 의지가 관건

미국으로 진출한 국산 신약 '일라프라졸'의 성공 가능성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라프라졸의 전세계 판권을 가진 미국TAP사의 주인이 바뀐 때문이다.  

19일 TAP사는 일본의 다케다 제약사가 TAP사를 완전 인수하기로 미국 애보트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TAP사는 애보트와 다케다가 50대 50 지분으로 합작해 미국에 세운 제약사로, 이번 결정을 통해 100% 일본 다케다의 자회사가 됐다.

애보트라는 대형 제약사의 후광을 업은 TAP사가 일라프라졸을 전세계 블록버스터로 키워줄 것이라 기대했던 일양약품과 증권가는 혼돈에 빠졌다.

애보트 없는 TAP사가 과연 일라프라졸을 제대로 팔 수 있을 것인지, 심지어는 TAP사가 일라프라졸을 주력품목으로 양성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 조차 불확실한 상태가 됐기 때문이다.

애보트 없는 TAP, 일단은 '악재'

일라프라졸을 애보트의 TAP사가 개발해 파는 것과, 다케다의 TAP사가 그렇게 한다는 것은 180도 다른 얘기다.

다케다는 TAP사를 통해 미국 진출을 꾀했던 만큼 미국내 입지가 약하다. 다케다 자력일 경우 일라프라졸이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런칭될 가능성은 전보다 작아진 게 분명하다.

때문에 언젠가는 갈라설 애보트와 다케다였다면 차라리 애보트가 일라프라졸을 가져가 주기를 바랐던 게 국내 관계자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하지만 이번 관계 청산을 통해 일라프라졸이 다케다 손에 남게 된 이상, 일라프라졸의 운명은 완전히 안갯속을 헤매게 됐다.

일단 다케다의 미국내 마케팅 능력도 미덥지 않지만, 다케다가 이미 TAK-390MK이라는 일라프라졸과 똑같은 계열의 항궤양제를 개발 중이란 게 더 큰 걸림돌이다.

일라프라졸이 임상 2상을 마친 후 답보 상태인 반면, TAK-390MK는 이미 FDA 승인단계에 와있어 여러 면에서 일라프라졸보다 유리한 위치에 놓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복잡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일양약품측은 다소 낙관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TAP사의 다케다 인수 발표 후 회사측은 각 언론을 통해 "일라프라졸의 개발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란 취지의 공식적 해석을 내놓았다.

하지만 시장이 우려하는 것은 TAP사가 일라프라졸을 당장 '포기'할 가능성이 아니라 일라프라졸이 과연 TAP사의 후속품 지위를 차지할 것이냐이며, 더욱 근본적으로는 TAP사가 왜 비슷한 약을 두 개나 개발하고 있는가에 쏠려 있다.

TAP의 의지는 '오리무중'…일양약품은 '낙관'

이에 대해선 일라프라졸이 일종의 '보험'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즉 TAP사는 두가지 약 모두를 끌고 가다가 최종적으로는 시장성이 좋은 약을 선택할 것이란 얘기다. 이런 의미에서 일라프라졸은 TAK-390MR에게 부정적인 일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한 '차선책'이 되는 셈이다.

TAK-390MR을 둘러싼 만일의 '경우'는 특허소송이 대표적이다.

TAK-390MR은 프레바시드(란소프라졸)의 이성질체인데, 아스트라제네카가 로섹(오메프라졸)의 이성질체인 넥시움을 개발해 완벽한 세대교체를 이루어냈음에도 이 후 특허무효 소송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 조치란 뜻이다.

하지만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TAK-390MR이 성공적으로 프레바시드를 대체하고 큰 문제에 빠지지 않을 경우 일라프라졸은 세상 구경도 못하고 만년 후보물질 신세를 면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TAP사가 일라프라졸의 개발을 서두르지 않고 임상 2상 완료 후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3상에 돌입하지 않고 있는 상황도 이런 관측과 궤를 같이 한다.

물론 정반대의 시각도 있다. 

효과면에서 우수한 일라프라졸만이 넥시움과 경쟁할 수 있는 약이기 때문에 TAP사가 당연히 주력품목으로 키울 것이며, TAK-390MR은 프레바시드 특허만료와 일라프라졸 출시 사이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땜빵용'에 불과하다는 의견이다. 이는 일양약품이 이번 상황에 대해 갖고 있는 확신에 찬 '관측'이기도 하다.

그러나 TAP사의 의중은 현재까지 확실히 밝혀진 게 없다.

애보트와 TAP사의 사업계획서 등 각종 미국내 시장 분석 자료에서 TAK-390MR과 일라프라졸은 모두 프레바시드의 후속 약물로 소개돼 있으며, 이를 구분해 설명하고 있는 보고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결국 일라프라졸은 한국과 중국에서 순조로운 허가 절차를 밟고 있는 만큼, 일양약품이 판매권을 가지고 있는 두 나라에서는 큰 무리없이 시장에 도입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하지만 미FDA 허가를 받아 '국제적 블록버스터'가 될 것인지 여부는 아직은 '안갯속'이란 게 업계와 증권가에서 제기되고 있는 조심스런 전망이다.

그리고 그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는 애보트가 TAP사와의 관계를 청산함과 동시에 더 커진 셈이 됐다고 보는 게 현재로선 더욱 설득력있는 관측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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