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피화생 있을 땐 위암 발생률 10.9배 높아
김나영 교수 미국소화기학회지·Helicobacter 발표 예정
한국인을 대상으로 만성위염과 소화성궤양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과 위암과의 관계를 9년 동안 장기 추적 조사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김나영 서울의대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는 1992∼1998년 사이에 내원한 179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평균 9.4년 동안 장기 추적한 결과, 위암이 발생한 5명의 환자는 모두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감염돼 있었고, 이중 4명(80%)은 장상피화생 소견을 보였다고 밝혔다. 장상피화생이란 정상적인 위점막세포가 염증으로 소실된 후 대장이나 소장 점막세포인 장세포로 대체되는 현상을 말한다.
김 교수팀은 92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장상피화생의 존재 유무에 따른 위암 발생률을 8.6년 조사한 결과, 장상피화생이 없었던 경우(10만명 당 17.2명)보다 장상피화생이 있는 군에서의 위암 발생률(10만명당 187.4명)이 10.9배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김 교수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서 장상피화생이 위암 발생에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증명했다.
김 교수팀은 위암이나 소화성궤양이 없는 정상인 389명을 대상으로 연령대별 장상피화생의 유병률 및 위험인자에 대한 연구를 동시에 시행한 결과, 장상피화생 양성률은 30대에서 11.3%, 70세 이상에서는 42.9%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군과 비감염군에서의 장상피화생 유무를 비교한 결과,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비감염군은 40대에서 9.7%, 70세 이상에서 30%의 양성률을 보였다. 반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군은 30대에 21.1%, 70세 이상에서는 50%의 높은 양성률을 보였다.
김 교수팀은 장상피화생을 유발하는 위험인자 분석을 위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여부·숙주인자·환경인자 등에 대한 포괄적인 연구 결과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이 장상피화생의 가장 큰 위험인자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김 교수팀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군은 비감염군에 비해 8.2배의 위험률을 보였고, 연령이 증가하거나 흡연력이 있을 경우 3.5배, 매운 음식을 즐기는 경우 2.4배 위험률을 나타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과 흡연, 매운 음식에 의해 장상피화생 소견이 발생하면 이후 위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며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 환자라면 제균 치료를 받아 장상피화생으로 진행되는 것을 예방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장상피화생 발생 예방을 위해서는 30대에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검사를 받아 양성인 경우 제균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는 2006년 5월부터 2008년 3월까지 보건복지가족부 미래보건기술개발사업중개연구(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의해 수행됐다. 김 교수팀의 연구결과는 미국소화기학회지인 <Clinical Journal of Gastroenterology> 5∼6월호와 <Helicobacter>지에 발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