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 에드워즈 지음/리얼북 펴냄/1만원
NHS 전체로 보면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되었는데도 환자에게 돌아오는 혜택은 실망스러운 수준이었고 정부는 오히려 병원근무자의 사기를 꺾어버렸다. '돈이상의 가치'를 얻기 위한 목표가 시행되고 NHS의 구조와 효율성, 윤리를 위협하는 개혁이 이뤄지면서 NHS는 상호협력과 의료복지에서 멀어지고 도리어 이윤창출을 향하고 있다.
닉 에드워즈가 쓴 <의사이야기>는 영국 2차병원 응급실 의사가 본 영국 건강보험제도의 모순과 행정편의 주의에 둘러싸인 관료사회를 유머와 위트로 비판하며, 의사 내부의감추고 싶은 소소한 일상까지 담아내고 있다.
이 책은 응급실이 주 무대이다. 심근경색으로 심장박동이 정상이 아닌 환자, 교통사고로 의식을 잃고 겨우 호흡을 유지하는 환자, 당뇨병성 혼수상태인 환자 등 그냥 방치하면 곧바로 사망에 이를 수 밖에 없는 위급한 환자가 대부분이다. 첫 응급치료가 생명을 구할 수도, 잃게 할 수도 있다. 이런 환경에서 일하는 응급실 의사가 받는 스트레스는 일이나 사생활에서나 남다르다. 극한이 직업인 것이다.
절대절명의 급박한 응급실, 그러나 저자는 이 상황속에서도 의료 외적인 면에도 눈을 돌린다. 환자의 육체적 고통을 매개로 환자와 의사가 만나는 곳으로 모두에게 힘든 공간이지만, 그 가운데서도 재미있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또 응급실에서 들려오는 소란과 수군거림의 정체가 무엇인지도 알게 될 것이다. 직업적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의사들끼리 나누는 엉큼한 유머도 접할 수 있다. 의학의 힘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특이한 상황이나 삶이 드리우는 매혹적인 아이러니를 관찰하면서 느낀 감회 또한 잘 나타나 있다. 의료현장에서 바라보는 NHS와 응급실 분야가 직면하고 있는 심각한 문제에 대해서도 외면하지 않는다.
의사 내부이야기를 밝히는 것은 동서를 막론하고 어려운 일인지 저자 이름은 필명이다(☎02-3439-22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