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에서 인지기능 저하 등 메커니즘 세계 첫 규명

당뇨에서 인지기능 저하 등 메커니즘 세계 첫 규명

  • 조명덕 기자 mdcho@kma.org
  • 승인 2009.08.03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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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인균 서울의대 교수팀, '양성자자기공명분광영상' 이용
고혈당이 뇌의 기능까지 변화시켜...예방·치료 가능성 제시

류인균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정신과·서울대 자연대 뇌과학협동과정 겸임)팀이 당뇨환자에서 나타나는 우울증상 및 인지기능 저하와 관련된 뇌 생화학적 메커니즘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당뇨 환자에서 합병증으로 뇌졸중 등 뇌혈관의 이상이 발생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이러한 혈관성 이상이 없는 당뇨 환자에서도 우울증상이나 인지기능 저하가 생기는 것에 대해서는 그 메커니즘이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 류인균 서울의대 교수
현재까지는 당뇨 환자에서의 우울증상이나 인지기능 저하가 만성 질환에 대한 심리적인 반응이라는 것이 주요 견해였다.

최근 뇌영상 연구기술의 발달에 따라 뇌의 미세한 구조적·생화학적 변화도 탐지할 수 있게 되면서, 당뇨에서 뇌내 대사물질(cerebral neurometabolite)의 미세한 변화로 인지 및 정서상의 변화가 생기는 것이 아닐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으나, 실제 고혈당 또는 당뇨로 뇌 안의 여러 신경전달 물질(neurotransmitter)이나 뇌내 대사물질들이 어떻게 변화되는지, 이러한 변화가 인지·정서의 변화와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이러한 실정에서 류 교수팀은 제 1형 당뇨병에서 글루타메이트 (glutamate) 등 중요한 뇌내 대사물질의 항상성의 변화가 일어나고, 이같은 변화가 기억력과 작업수행을 하는 속도나 능력의 저하 및 우울증상 등과 관련이 있음을 밝혔다.

한편 대사물질의 변화는 혈당조절이 잘 안되던 환자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류 교슈팀은 123명의 제 1형 당뇨병 환자와 38명의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양성자자기공명분광(Proton Magnetic Resonance Spectroscopy)을 적용·분석한 결과 제1형 당뇨병 환자들은 건강한 사람들에 비해 뇌의 전(前)전두엽의 글루타메이트 등의 농도를 보여주는 Glx(glutamate/glutamine/γ-aminobutyric acid)가 9%나 증가해 있었다.

특히 평소 당 조절이 잘 되지 않는 환자일 경우 Glx가 더 증가했으며, 전전두엽의 Glx가 더 많이 증가한 사람들이 인지기능의 저하와 우울증상이 심했다.

이같은 연구 결과로 당뇨 환자들의 인지기능 저하와 우울증상은 단순히 우연에 의한 현상이거나 심리적인 반응을 넘어 고혈당이 뇌의 기능까지 변화시키는 합병증을 초래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아울러 혈당이 적절하게 잘 조절될 경우 중추신경계의 합병증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고 글루타메이트의 항상성에 작용할 수 있는 약물 치료로 당뇨 환자의 인지기능 저하와 우울증상을 예방·치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원하는 '21세기 프론티어 뇌기능활용및뇌질환치료기술개발연구사업단'과 미국 국립보건원 (NIH)의 지원을 받아 이루어진 이번 연구는 신경과학 및 정신과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인 <일반정신의학회지(Archives of General Psychiatry)>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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