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가 자사의 제품을 건강보험급여 목록에 올리기 위해서는 정부와 '협상'이라는 것을 거치게 된다.
정부가 약제비 지출을 최대한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는 말이 협상이지 거의 '협박' 수준이라는 게 제약회사들의 불만이다. 하지만 '협박' 보다 더 두려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보복'일 수도 있다.
릴리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 '스트라테라'(아토목세틴)가 9월부터 건강보험 급여를 인정받게 됐다.
2007년에 한 번, 올해 초에 또 한 번 급여를 신청했다가 고배를 마셨던 경험이 있으니, 2년 5개월만에 드디어 빛을 본 셈이다.
스트라테라는 운동성 틱이나 뚜렛증후군, 중증 불안장애를 동반한 ADHD 환자에게는 유일한 치료제로, 부작용이 덜한 비향정신성 약물이란 장점 때문에 임상 현장의 기대를 모았던 제품.
이때문에 잇따른 급여 등재 실패로 인한 릴리의 실망감은 컸고, 혹자는 릴리가 과거 '자이프렉사'와 관련해 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때문에 정부에 잘못보인 것 아니냐는 추측성 의혹을, 혹자는 자꾸만 안 되는 회사에는 다 이유가 있다며 제약사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동안 포스테오·심발타(현재는 급여) 등 릴리의 주요 신약들이 줄줄이 건강보험 문턱에서 퇴짜를 맞았으니, 잊을만하면 이런 의혹들이 터져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어쨌든 스트라테라가 급여 인정을 받게되면서 앞으로 급여 등재에 재도전해야 할 제품들이 즐비한 릴리로서는 한숨을 돌렸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사항 보다 제한적인 범위에서 2차치료제로 인정받았다는 점이 아쉽기는 해도, 앞으로 적극적으로 시장을 개척해야하는 상황에서 '비급여'란 꼬리표를 뗀 점은 긍정적이다.
비급여로 판매할 때 1캡슐당 3000원대 중반에 이르던 가격이 2000원대로 떨어져 가격 경쟁에서도 크게 뒤쳐지지 않는다.
반면 ADHD치료제 시장의 약 70%를 점유하고 있는 '콘서타'(메칠페니데이트·얀센)는 요즘 바람잘 날이 없다.
식약청이 어린이 돌연사에 대한 위험성을 제기하는 안전성 서한을 발표한 데 이어, 최근에는 학부모 대상 건강강좌를 통해 판촉행위를 진행한 사실이 알려져 취급정지 행정처분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