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Health' 기회인가, 위기인가?

'U-Health' 기회인가, 위기인가?

  • 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
  • 승인 2009.09.14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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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주도권 확보해야" VS "실효성 의문"
의료와 사회 포럼 12일 원격의료 집중조명

1차의료를 중심으로 의료계가 원격의료와 원격건강관리 등을 포함한 새로운 시장인 '유비쿼터스 헬스(Ubiquitous Health, U-Health)'를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대형종합병원까지 U-Health 참여 범위를 확대해 제도를 설계할 경우 환자 쏠림 현상이 가속화돼 1차의료의 몰락을 부추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개인정보를 강력히 보호할 수 있는 법·제도적인 기반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개인정보의 유출로 인한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 의료와사회 포럼이 주최한 U-Health 포럼. 이날 포럼에서는 의사가 주도적으로 원격진료에 참여해야 한다는 긍정적인 입장과 실효성 문제와 개인정보 보호 문제를 우려하는 입장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의료와사회포럼은 12일 오후 5시 서울대병원 암연구소 이건희홀에서 'U-Health 건강정보, 누가 전달할 것인가'를 주제로 제 21차 포럼을 열고 U-Health를 둘러싼 장단점을 집중조명했다. 이날 포럼에는 의료법의 규율을 받지 않는 입법의 사각지대인 공공기관과 일반기업에서 의료정보의 남용을 막는 내용을 담은 '개인건강정보 보호법안'을 대표발의한 민주당 전현희 국회의원과 이윤성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을 비롯한 의료계 대표자들이 참석, U-Health를 둘러싼 발제자와 토론자들의 발언에 귀를 기울였다.

박양동 의료와 사회 포럼 공동대표는 "정부는 경제의 새로운 성장 비전으로 신성장동력 비전과 발전전략을 발표하면서 고부가 서비스산업 분야의 하나로 '글로벌 헬스케어'를 선정한 데 이어 최근 의료법 개정을 통해 U-Health 활성화 대책을 추진키로 하는등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며 "다가오는 변화의 시대에 대비하고, U-Health 시스템 안에서 의료인의 역할을 조명하기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를 모시고 포럼을 열게 됐다"고 밝혔다.

김소윤 연세의대 교수(의료법윤리학과)는 'U-Health 제도 개선을 위한 발전 방향' 주제발제를 통해 "미래 의료환경의 변화로 볼 때 원격의료는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 뒤 "의료계가 주인의식을 갖고 같이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김주한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원격진료유헬스팀장)은 'U-Health 시스템과 의료계의 역할'에 대한 주제발제를 통해 "3차 의료기관은 공공보건의료와 응급 및 특수상황에 대한 원격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1∼2차 의료기관은 지역적 한계와 접근성을 높이고, 분산된 전문성과 의료자원의 이용을 증진할 수 있는 형태로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원격건강관리서비스는 필연적으로 유사의료행위 개념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로 직결될 것"이라며 "의료서비스 직접제공의 당사자인 의료인이 새로운 시스템에 뛰어들어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 김 교수는 "처방약 원격배송과 원격복약지도가 이뤄지지 않으면 원격진료를 추진하는 의미가 없다"며 원격배송을 위한 물류센터를 설립해 각 약국으로부터 원격으로 처방전을 처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원격으로 복약지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지정토론에 나선 박금렬 보건복지가족부 보건산업정책과장은 "복지부는 원격의료의 활성화를 위해 재진환자로서 지리·환경·신체적 이유로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약 450만 명의 환자에게 원격의료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U-Health산업발전의 기반을 확립하기 위해 법과 제도적인 개선을 비롯해 표준인증체계의 확립과 전문인력 양성을 추진하고, U-Health 의료센터 지정·산업화 지원센터·해외시장 진출 지원 등 제도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과장은 첨예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는 원격진료 시행기관과 관련, 개인적인 생각임을 전제로 "원격의료는 외래가 대부분이므로 1차의료기관이 수행하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말한 뒤 "수가와 본인부담을 차별화해서 환자가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안을 놓고 의협·병협·소비자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조율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임구일 의료와사회포럼 사무총장은 "1차의료의 경우 2시간 이내 대면진료가 가능한 현실"이라고 밝힌 뒤 "대면진료의 틀을 바꾸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임 총장은 "의원과 병원간에 원격진료시스템을 먼저 구축해야 한다"며 점진적인 원격진료 허용방안에 무게를 실었다. 임 총장은 "원격진료의 경우 개인정보 보호 문제를 감안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원격진료 허용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문제를 우려했다.

지정토론자로 나선 송우철 대한의사협회 총무이사는 "급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고, 보험재정의 적자 문제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수가만으로 의료기관의 경영을 개선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 뒤 "의료시장을 확대하는 방안으로 원격진료와 건강관리서비스에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막연히 불안한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하기보다는 의료계가 주도적으로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해 서로 소통하고 의견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한 송 이사는 원격진료 시행기관 문제와 관련, "의료법 개정안에 의료전달체계를 확고히 하는 내용이 들어가지 않으면 의료전체의 균형적인 발전 측면에서 원격진료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의협은 복지부에 의료기관 종별 업무내용을 확실히 규정하기 위한 TF구성을 요구해 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장석일 여의도연구소 사회문화분과위원장은 "U-Health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고 밝힌 뒤 "원격진료와 원격건강관리를 의료계를 중심으로 의료의 영역으로 끌어안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럼 방청객으로 참여한 박정하 전 의협 의무이사와 개원의인 노환규·김세헌 원장은 3차 의료기관이 원격진료에 참여하게 되면 개원가는 몰락한다며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한편,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은 올해 7월 29일 입법예고된 상태로 10월안에 국무회의를 거쳐 10월말께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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