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키, 아들은 180cm, 딸은 166cm돼야”

“내 아이 키, 아들은 180cm, 딸은 166cm돼야”

  • 김영숙 기자 kimys@kma.org
  • 승인 2009.12.16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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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지역 부모 자녀 기대 성장치 상위 10% 희망..10명 9명은 키우기 시도

"180 ㎝이하는 루저"라는 한 여성의 발언으로 외모에 대한 한국 사회의 극단적 집착에서 부모들도 자유로울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신의 자녀가  성인이 될 경우 남자 180.6cm, 여자 166.7cm까지 성장하기를 바랬다.

이는 표준성장도표(소아학회)상 전체 학생의 평균을 넘어, 상위 10%에 해당 되는 것으로 자녀 키에 대한 과도한 욕심을 내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부모 10명중 9명은 "자녀의 키를 키우기 위한 방법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답해 키 성장 보조제·클릭닉  등 관련 산업의 호황을 반영했다.

강남을지병원 청소년성장학습발달센터 지난 9~10월 강남지역 초등학교-중학교 학부모 400여명을 대상으로 성장/스트레스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 결과 키에 대해 부모들이 잘못 알고 있는 부분도 있었으며, 키가 크면 행복할 것 같았으나 오히려 키큰 학생들의 스트레스가 높고 체질량지수가 낮아 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조사됐다.  .

키 작으면 건강에 문제?..자녀 신장 작을수록 자녀 건강에 부정적

성장에 대한 질문에는 모두 314명의 학부모가 답했으며, 이중 자녀의 현재 키가 표준성장도표의 연령별 평균신장에서 상위 25%미만일 경우 고신장군, 25~75%는 중신장군, 75%이상은 저신장군으로 구분해 분석했다.

분석결과 학부모가 희망하는 자녀의 성인 키는 남자는 평균 180.6cm, 여자는 평균 166.7cm로 조사됐다. 부모의 기대치를 신장군별로 나눠보면 남자 고신장군은 181.5cm, 중신장군은 179.9cm, 저신장군은 178.4cm까지 기대하였으며, 여자의 경우 고신장군은 168.0cm, 중신장군은 166.2cm, 저신장군은 163.0cm까지 성장하기를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부모의 희망 자녀신장은 성인 평균키보다 월등히 높은 것이다. 표준성장도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자(18세) 평균 키는 173.3cm이며, 여자(18세) 160.0cm이다. 부모의 기대치는 이처럼 남녀 모두 실제 평균치보다 7cm이상 차이가 나는 것이며, 남자와 여자 모두 상위 10%범위였다.

또한 부모들은 자녀 신장이 건강상태와 관련있는 것으로 여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저신장군의 학부모 23.4%가 "(자녀의)전반적인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고 답했다. 이는 중신장군 학부모 20.3%, 고신장군 학부모 19.1%보다 높은 것으로 자녀의 신장이 작을수록 부모는 자녀들의 건강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저신장군일수록  한약·성장보조제 선호..성장호르몬 주사도 2%

키에 대한 과도한 욕심은 키를 키우는 방법으로 이어졌다. 조사결과 학부모중 10명중 9명은 "자녀 키를 키우기 위한 방법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시도해 본 방법(복수응답)에 대해서는 '우유먹이기' 63%, '한약/성장보조제' 42.9%, '조기수면' 50%, '키 크는 운동' 47.5%, '성장호르몬 주사' 2.1%, '사춘기 억제주사' 0.2% 순으로 조사됐으며, '아무것도 시도해 보지 않았다'라는 답변은 11%에 그쳤다.

이중 저신장군 학생의 학부모들중 '우유'(86.6%), '한약/성장보조제'(75.8%)등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성장방법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강남을지병원 서지영 교수는 "저신장군에서 실제로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방법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높았다"며 "학부모들의 키에 대한 의학적인 치료방법 인지도가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또 "키가 작은 자녀는 건강상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많은데 이런 부정적인 생각이 자녀에게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객관적으로 자녀의 건강상태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키 작으면 스트레스 높다?..키 큰 학생이 되레 스트레스 비율 높아

 또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키는 크지만 체질량지수는 적은 것으로 조사됐으며, 정신적으로 문제지수가 높고,  가족관계등 삶의 질은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학부모 409명이 응답한 스트레스 관련 질문에서는 자녀 6.3%(26명)이 고도 스트레스군으로 나타났다. 본 조사에서는 스트레스 척도인 BEPSI-K를 사용 총점 5~25점사이에서 13점이상으로 조사된 학생을 고도 스트레스군으로 분류했다.

고도 스트레스군 자녀의 신장은 162.6cm로 일반군 학생 154.1cm보다 큰 것으로 조사됐으나, 체질량지수(BMI)는 오히려 17.6kg/㎡으로 일반군 학생 19.1kg/㎡에 비해 크게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키 성장이 빠른 학생들이 스트레스에 취약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로 인해 적절한 체중 증가가 이뤄지지 않았을 것으로 의료진들은 분석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고도 스트레스군 자녀의 스트레스에 따른 정신건강 문제점수(K-CBCL)는 일반군 자녀보다 훨씬 높으며, 반면 스트레스에 따른 삶의 질 환산점수(CHQ-PF-50)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을지병원 황준원 교수는 "스트레스는 소아 청소년에서 비단 신체적 기능 뿐만아니라 기대되는 역할수행의 곤란 및 자존감, 정신건강의 저하를 초래하고, 가족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결국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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