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간호사, 의사 처방전 확인의무 있다"

대법원 "간호사, 의사 처방전 확인의무 있다"

  • 이석영 기자 lsy@kma.org
  • 승인 2010.01.04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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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주사제 투약한 간호사 유죄 확정..."의사 실수 확인했어야"

간호사가 의사의 처방전을 확인하고 환자에게 투약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2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의사의 잘못된 처방을 확인하지 않고 투약해 환자를 의식불명에 빠뜨린 혐의(업무상 과실치상)로 기소된 전직 간호사 김모(53)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김 씨는 S대학병원에 근무하던 지난 2000년 3월 9일 종양수술을 받은 환자 A씨에게 의사의 처방에 따라 정맥주사를 놓았으나 환자가 의식불명에 빠졌다. A씨는 이틀 전인 7일 종양제거 및 피부이식수술을 받기에 앞서 마취보조제인 '베큐로니움 브로마이드(Vecuronium Bromide)'를 투약 받았다.

그런데 이 병원 마취과 소속 의사는 수술 당일 A씨에게 투약한 '베큐로니움' 사용량을 컴퓨터에 입력하는 과정에서 1병 적게 기입했고, 수술 다음 날 단순히 수량을 맞추기 위해 1병 분량이 처방된 것처럼 써넣었는데,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던 성형외과 소속 전문의 최 모씨가 수련의 김모씨에게 약을 그대로 투입하라고 지시했고 김씨 역시 간호사 김씨에게 '베큐로니움' 투약 처방전을 전달한 것이다.

베큐로니움은 전신 근육을 이완시켜 원활한 수술에 도움을 주지만 호흡근을 마비시키는 작용도 해 수술 후 회복 환자에게, 특히 인공호흡 기구를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사용해선 안된다. 그러나 간호사 김씨는 이같은 주의사항을 간과한채 환자에게 그대로 투약한 것.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김씨에게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2심 재판부도 유죄를 인정하되 벌금 2백만원으로 형을 경감했다. 대법원 재판부 역시 김 씨의 주의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경력이 오래된 간호사라 하더라도 단지 잘 모르는 약제가 처방되었다는 등의 사유만으로 그 처방의 적정성을 의심해 의사에게 이를 확인해야 할 주의의무까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그러나 환자에 대한 투약 과정 및 그 이후의 경과를 관찰·보고하고 환자의 요양에 필요한 간호를 수행함을 그 직무로 하고 있는 종합병원의 간호사로서는 그 직무 수행을 위하여 처방 약제의 투약 전에 미리 그 기본적인 약효나 부작용 및 주사 투약에 따르는 주의사항 등을 확인·숙지해야할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약효와 주의사항 및 그 오용의 치명적 결과를 미리 확인하였다면 이 사건의 처방이 너무나 엉뚱한 약제를 투약하라는 내용이어서 착오 또는 실수에 기인한 것이라고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음을 쉽게 인식할 수 있었다"며 "이같은 사정이 있다면 간호사에게는 그 처방을 기계적으로 실행하기에 앞서 해당 처방의 경위와 내용을 관련자에게 재확인함으로써 위험을 방지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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