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자보 EDI…진료비 삭감 칼자루 될라

coverstory 자보 EDI…진료비 삭감 칼자루 될라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0.10.15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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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와 합의해 추진"국토해양부 의견불구 손보사 독단 추진

손해보험회사들이 자동차보험 EDI(Electronic Data Interchange;전자문서교환방식)를 도입해 진료비 삭감을 강화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손보사들은 최근 대한병원협회·대한의사협회 및 주무 부처인 국토해양부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건강보험 EDI 사업자로 KT를 선정해 손보사 중심의 자동차보험 EDI 도입을 독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 3월 국토해양부는 '자동차보험 EDI 도입 간담회'에서 손해보험협회의 일방적인 자동차보험 EDI 추진은 불가능하며, 의료계와 합의된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따라서 손해보험협회는 당연히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와 함께 자동차보험 EDI 도입을 위해 사업자 선정 등을 논의해야 했다.

하지만 손해보험협회는 국토해양부의 의견을 무시한 채 손보사들을 앞세워 자동차보험 EDI 사업을 추진해 왔다.

삼성화재·LIG·동부화재·메리츠·롯데 등 10개 손보사들이 연합해서 독자적으로 EDI 구축을 위한 사업자 선정 공고를 냈다.

이들 손보사들은 지난 7월 9일 '자동차보험 진료비 EDI 시스템 개발 사업자 선정 공고'를 내고, 9월 KT를 자동차보험 EDI 사업자로 선정하면서 손보사 중심의 자동차보험 EDI 도입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손보사들은 올해 시스템 구축 및 시범운영을 거쳐 내년 1월부터 업무에 적용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손보사들은 EDI 도입으로 전산 데이터화를 원하고 있다. 또 자동차보험 EDI 도입이외에도 자동차보험 심사업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위탁시킬 계획이다.

손보사들은 EDI 도입을 통해 ▲진료비 지급 관련 업무의 효율화 ▲정확하고 다양한 의료통계 확보로 체계적 진료비 관리 가능 ▲진료비 청구, 심사 및 지급의 투명성 확보 ▲자료전달 과정의 분쟁 예방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의료기관은 진료비 청구 자동화·전산화를 통해(EDI 청구) 진료비 지급 기한이 30일에서 15일로 단축되고, 출력용지 및 우편요금 절약 을 통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과는 달리 손보사 중심으로 EDI 도입이 추진되면 의료기관의 진료비 삭감이 강화될 뿐더러 자동차보험 진료비 심사 기능을 심사평가원으로 위탁하면 모든 진료내역이 심평원에 노출돼 통제수단이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손보사들이 오래전부터 자동차보험수가를 건강보험수가와 일원화하는 것을 원했던터라 수가 일원화가 현실화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의료계는 서면으로 청구해도 별다른 문제가 없는데 손해보험회사들이 EDI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전산청구를 통해 진료비를 더 삭감하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이라며 손보사들의 독자적 행보를 반대하고 있다.

이혁 의협 보험이사는 "손보사들이 의료계를 배제하고 독단적으로 EDI 사업을 추진해서는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또 "심사평가원에 진료비 심사를 위탁하려는 것은 자동차보험 진료비를 최대한 삭감하겠다는 의도가 강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의료계는 손보사 중심의 자동차보험 EDI가 도입될 경우 단기적으로 자동차보험 진료비 삭감 강화에 따른 시장 축소를 우려하고 있다. 또 장기적으로 정보 역량에서 현격한 열세에 놓이게 돼 앞으로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커다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의료계는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 형태의 EDI가 도입될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도입 시도 두차례 있었으나 '무산'

손해보험업계의 자동차보험 EDI 도입 추진은 1998년, 2005년 두차례 있었다. 그러나 의료기관의 참여가 미진한데다 보험사 간 이견(대형 VS 중소형)때문에 무산됐다.<표 참조>

1998년~2001년까지 4개 손보사(삼성·현대·LIG·동부)가 KT-EDI를 도입했으나 보험업계 일부 참여의 한계, 의료기관 참여확산 한계, 시스템 불안정 등으로 2002년 중단됐다.

또 2005년~2006년까지 8개 손보사가 공동작업만을 구성해 추진했으나 구축 비용 부담, 심사평가원 시스템 변경 예정 및 심사일원화 등에 대한 보험업계 의견차이, 의료기관의 참여가 부진해 추진이 무산됐다.

두번이나 무산된 이후 2009년 대한병원협회는 KPPO(민간의료보험협의체)를 구성해 주관사를 (주)메드뱅크로 선정하고 자동차보험을 포함한 민영의료보험 네트워크사업을 준비해왔다. 하지만 손보사들은 이를 거절했다.

손보사 독자적 자보 EDI 추진 안돼

이처럼 여러 차례 EDI 도입이 추진됐으나 결과가 좋지 않자 손해보험협회는 2009년 3월 자보 EDI 추진 TFT를 발족하고 본격적인 EDI 도입 준비 작업을 벌여왔다.

지난 3월 국토해양부가 주관한 '자동차보험 EDI 간담회' 당시 의협·병협·국토해양부는 모두 EDI 도입 추진에 합의를 했다. 또 국토해양부는 손해보험협회가 일방적으로 자동차보험 EDI를 추진하는 것은 안되며, 의료계와 합의된 방식으로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손해보험협회는 자신들의 의도대로 자동자보험 EDI가 도입될 가능성이 적어지자 겉으로는 EDI 도입 추진에서 물러나는 모양세를 취했다. 그대신 손보사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에 따라 삼성화재 등 10개 손보사들은 지난 7월 독자적으로 KT-EDI 방식의 자동차보험 EDI 구축을 위한 사업자 선정공고를 냈다.

문제는 10개 손보사들이 사업자로 KT를 이미 내정하고 EDI 도입을 추진했다는 사실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다른 사업자들이 사업자 선정 과정에 들러리를 설 이유가 없어졌고, 예상대로 KT가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다.

손해보험협회는 손보사들이 재원을 모아 추진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사업 추진 방향 및 사업자 선정과정에 있어 의료계와 협의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의협과 병협은 손보사의 독단적인 EDI 사업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의협은 10개 손보사 및 손해보험협회 앞으로 항의서한을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의료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손보사들은 자신들 입맛에 맞는 EDI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 의료계와의 마찰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자보 EDI 시스템 내년 1월 적용 목표

10개 손보사들은 제안서에서 현재 서면으로 수·발신하는 업무를 전자화해 데이터로 송수신하는 시스템 및 EDI 업무를 지원하는 자동차보험 진료비 포털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또 자동차보험 EDI 시스템을 올해 11월까지 구축하고, 데이터 및 운영 프로세스 검증, 시범운영을 12월까지 마칠 계획이다. 또 2011년 1월부터 자동차보험 진료비 EDI 시스템을 통한 진료비 관련 업무에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심사평가원 또는 별도의 심사기관에 심사를 위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손보사들은 EDI 시스템 구축 주요 요건으로 ▲진료비 청구서의 진료수가·약가 적합성 자동 점검(자동차보험 진료비 청구에 대한 삭감 역량 확보 목적) ▲심사평가원 등 제3의 기관 위탁 시 직결망 구성(향후 심사평가원에 심사 위탁해 더욱 강력한 삭감 추진 목적)을 제시해 진료비를 강력하게 삭감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는 진료비 지급 관련 업무의 효율화, 체계적 진료비 관리 기능 강화, 자료전달 과정의 분쟁예방 등의 기대효과가 있다는 말은 포장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보험사 중심 EDI 여러가지 문제있다

자동차보험 EDI 도입은 보험사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여러 문제점을 갖고 있다.

우선 상세 진료정보의 데이터화를 통해 정밀 자동 심사 및 삭감 기능이 개발돼 진료비 삭감이 가능해지고, 심사평가원에 자동차보험 진료비 심사를 위탁함으로써 더욱 강력한 진료비 삭감이 가능하게 된다는 점이다.

또 자동차보험 EDI 도입을 위한 OCS(처방전달시스템) 구축 및 유지보수 비용을 의료기관이 부담해 장기적으로 시스템 전체의 비용을 의료기관이 대부분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현행 수작업 청구의 전산화 이외의 모든 제반 관리업무는 종전과 같기 때문에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실질적인 업무 개선 효과 역시 미미하다.

현재 손보사들이 검토중인 KT기반 자동차보험 EDI 사용료는 연간 총액을 비교할 경우 보험사 총부담은 약 4000만원(회사 당 월 20~30만원)인데 반해 의료기관 총 부담액은 약 5억 3000만원으로(규모별 월 5000원~2만원) 손해보험업계의 초기 구축비용(약 17억원 예상)을 감안하더라도 심각한 불균형이 존재한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볼 때 의료기관이 부담하는 비용으로 자동차보험 EDI 시스템이 운영되는 구조가 될게 뻔하다.

의료기관 통제기전으로 전락 가능

현행 자동차보험수가는 건강보험수가에 준해서 결정되고 있다. 또 의료기관에서 직접 각 손보사로 진료비를 청구해서 받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자동차보험 심사가 심사평가원으로 위탁되면 건강보험수가와 심사가 일원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심사일원화는 민간보험회사들도 원하고 있는 것인데, 심사평가원으로 민간보험뿐만 아니라 자동차보험 심사업무가 일원화될 경우 보험회사들은 힘을 전혀 들이지 않고도 의료기관에 대한 통제기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도 심사일원화가 되면 자연스럽게 손보사들이 원하는대로 수가도 건강보험수가와 동일하게 적용될 가능성도 높아지게 된다. 손보사는 자동차보험 EDI 도입으로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게되는 셈이다.

자동차보험 관련 진료비는 2007년 8895억원(보험연구원, 2007)으로 현재 자동차보험 평균 삭감률이 7%(강창구, 2004)에서 10%로 악화될 경우, 연간 약 286억원의 추가삭감이 발생한다.

여기에 자동차보험 수가가 건강보험수가로 일원화될 경우, 자동차보험 진료비 규모는 총 7116억원 규모로 자보수가 가산율 20% 가정할 때 연간 약 1780억원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계, 효율적 대응 방안 마련해야

손보사들이 주축이 된 EDI가 도입되면 자동차보험 진료정보 집적에 따른 보험사와의 정보 역량 격차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EDI 도입은 정보화 사회에 있어 피할 수 없다란 점을 감안할 때 EDI 도입의 무조건적인 반대는 자칫 역풍을 맞기 쉽다. 의료계 입장에선 가장 유리한 형태로 EDI가 도입될 수 있도록 관련단체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손보사들이 추진하고 있는 EDI는 심사평가원 표준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어 사실상 심사평가원으로의 심사 위탁을 위한 포맷이므로 현행 자동차보험 청구 서식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심사평가원 심사위탁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말했다.

또 "의료계 입장에서 자동차보험 청구·심사·지급에 관련된 정보를 집적함으로써 손보사와의 정보역량 격차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료계는 요양기관이 건강보험 EDI 사용비용을 지불하는 것에 대해 불만이 많다. 따라서 손보사와 KT가 자동차보험 EDI 사용비용을 의료기관으로부터 받으려는 것을 막아야 한다. 또 손보사들이 자동차보험 EDI를 통해 진료비를 삭감하고, 건강보험수가와 자동차보험수가를 동일하게 적용하려는 의도도 저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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