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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무기한 수업거부 서남의대 사태 어디로 가나

[집중취재]무기한 수업거부 서남의대 사태 어디로 가나

  • 김인혜 기자 kmatimes@kma.org
  • 승인 2001.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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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습환경 개선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수업거부에 들어간 서남의대 학생들과 학교측은 12월 중순 현재까지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월 초부터 수업거부에 들어간 서남의대 학생들은 교육 환경 개선과 학사규정 개정 등을 요구하며 학교측과 정면 대치하고 있으며 교육부와 의협, 청와대 등에도 건의서를 보내 서남의대 사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학교내·외에서 침묵시위를 벌이는 등 학교측의 성의 있는 태도를 요구하고 있는 이들은 교육 환경 개선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투쟁을 계속 전개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서남의대 학생들의 수업거부 사태 초점은 과도한 유급률과 병원 실습 환경 개선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학생들은 학사 규정을 개정, 과도한 유급률을 낮출 것과 교수 확보 및 병원 환경 개선으로 임상실습에 차질이 없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학생측에 따르면 서남의대는 지난 95년 설립당시 광주 녹십자병원과 남광병원, 서진병원 등 3개 병원을 부속병원화하는 학교발전방안을 매년 제시해 왔다고 한다. 그러나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서남의대는 입학 초기마다 청사진을 되풀이할 뿐 당장에 필요한 임상실습 환경 개선에는 뚜렷한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어 학생측은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특히 서남대학 재단의 방만한 경영 등을 볼 때 서남의대가 제시한 발전 기획안이 본 궤도에도 오르지도 못하고 사장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하다.

이에 대해 서남의대측은 신설의대로서의 어려움이 많아 단기간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의대 발전계획안을 이행하기까지 적어도 5년 정도의 투자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생측과 의료계 일부에서는 서남의대가 설립당시 제시한 계획안을 이행하기까지 재학생들은 부실한 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철저한 사전 심사를 거쳐 의대 설립 허가를 내주었어야 했다는 지적이 높다.

지난 94년 설립인가를 받아 95년 50명의 신입생을 선발, 올해 첫 졸업생을 배출한 서남의대는 광주 녹십자병원과 남광병원을 대학병원으로 활용, 800병상 규모의 서진병원을 신축해 대학병원으로 삼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2001년 12월 현재 서남의대는 같은 재단에 소속돼 있는 협력병원인 남광병원에만 시설 투자를 집중하기로 하고 당초 약속한 서진병원의 부속병원화는 불투명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지난 98년 의협이 신설의대의 실태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서남의대는 기초의학과 임상의학 각 16명과 41명의 교수를 확보, 남광병원과 녹십자병원에서 임상 교육을 실시해왔다. 또 실습시간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밝혀 자체 병원에서 본과 3학년생들의 임상실습을 해결할 수 있을 것임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서남의대가 소유하고 있는 2개 병원은 대학부속병원으로는 매우 미흡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시설 투자도 미흡하다고 지적됐다. 교수진 확보도 교육부 의과대학 설립준칙에 따라 각 과의 교수직 중 최소한 1명의 선임교수는 교수경력 10년 이상이어야 하나 서남의대를 포함한 대부분의 신설의대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수 확보는 현재 서남의대의 시급한 과제다. 서남의대 관계자에 따르면 지역적 특성상 전라도 지역 출신의 임상 교수를 초빙하려 하고 있으나 지원자가 거의 없는 실정이며 대부분 1∼2년만에 개원하거나 학교를 떠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서남의대 임상 교수는 현재 43명으로 보고됐으나 해외 유학 등을 제외하고 실제 강의를 하고 있는 교수는 23명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때문에 학생들은 교수 불충분으로 인한 임상실습의 부족을 우려하고 있으나 학교 관계자는 내년 2월까지는 16∼19명의 임상교수를 충원할 계획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이같은 신설의대의 시설 미비, 임상 교수 부족 등의 문제는 결과적으로 학생들의 적극적인 수업환경 개선 요구 등으로 불거지고 있다. 서남의대 본과 3학년들은 특히 임상실습 교육 여건이 충족되지 않음을 주장, 위탁교육을 통해서라도 충분한 실습을 할 여건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예과생들을 포함한 본과 저학년들은 졸업후를 고려, 수련병원 확보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11월 초 요구안을 발표, 각 과별 임상교수 3명 이상 확보와 입학정원의 40%이상의 전공의 수를 보장, 병원의 질적 수준 향상 등을 요구하며 서남의대 부속병원을 실제적인 대학병원 규모로 신축할 것과 학사 운영 정상화, 학생 복지 확충 등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며 학교측이 국가고시 100% 합격을 위한 무리한 유급률도 완화시켜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서남의대의 올해 첫 졸업생들의 국가고시 합격률은 100%. 그러나 50명 입학 정원이었던 졸업생 수는 19명에 불과하다. 학부모들도 이에 동조, 결의문을 내고 실습 병원에 대한 계획과 실습기자재 보충, 교수 확보안에 대한 실행 가능한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후 학생측은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지난 11월 말 의협과 교육부 등에 진정서를 제출, 개교 7년동안 개선책 없이 운영해 온 의대 교육의 파행을 고발하며 학교측과 정면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남의대는 이에따라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 의대발전계획안을 수행할 것을 약속하고 나섰다. 비대위측은 11월부터 남광병원 개·보수 공사를 시작하고 있으며 내년 5월께 완공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임상교수 충원 계획과 수련의 T/O확보, 임상진료에 필요한 실습 기자재를 연내에 확보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비대위는 그러나 학생전원이 위탁 파견돼 임상 실습교육을 받을 경우 오히려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 병원의 환자 수에 따라 성형외과와 비뇨기과, 정신과 등 일부 과에 한해 위탁 파견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유급률과 관련해서는 내년 3월학기부터 의학과 완전 학기제를 실시할 것이라며 학생측의 요구를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단측의 이같은 해명에 학생측은 좀처럼 신뢰하지 않는 입장이다. 재단의 병원 증축을 포함한 장·단기 발전 계획안에 대해 강력한 실천 의지를 표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재단측이 극구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측은 재단측과 추후 협상을 계속할 의지를 밝히고 있어 사태해결의 여지는 남겨놓고 있으나 합의점을 찾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우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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