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의료법 및 고등교육법 개정안 국회 제출키로
"인증평가 실효성 확보"-"선의의 피해자 양산" 팽팽
민주당이 의료인 교육기관의 인증평가를 의무화하고, 그 결과에 따라 해당 학교에 대한 지원 및 졸업생에 대한 면허시험 응시를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서남의대 사태로 촉발된 부실의대 논란을 정리하겠다는 것인데, 각계의 입장 차이가 크다.
허윤정 민주당 보건복지전문위원은 15일 민주당 박은수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과 김상희(교육과학위원회) 의원 주최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인증평가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 및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마련, 조만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등교육법에는 의과대학 인증평가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의료법에는 미인증기관에 대한 제재조치 근거가 각각 담길 예정. 미인증기관에 대해서는 해당 기관에 대한 정부지원을 제한하는 한편, 해당 대학 졸업자에 대한 면허시험 응시를 제한하는 내용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허 전문위원은 “의사 면허는 평생 환자를 돌볼 수 있는 독점적 권한”이라면서 “의과대학이 이 같은 과정에 깊이 관여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을 검증할 최소한의 기준과 부실교육을 제공한 기관에 대한 제제조치를 마련하는 일은 필수적인 사항”이라면서 법 개정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특히 그는 “부실의대로 운영으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는 어마어마한 비용을 지불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된 의학교육을 받지 못하는 재학생”이라면서 “인증평가가 모든 것을 해결할 마술지팡이가 될 수는 없겠으나 학생들의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허 전문위원은 “준비된 틀 안에서 예정대로 의료법과 고등교육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라면서 “약학대학에 대해서도 점진적으로 제도도입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이를 바라보는 각계의 시선을 엇갈렸다. 특히 졸업생의 면허응시 자격을 제한하는 것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일단 인증평가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측에서는 부실의대 관리기전의 하나로 이 같은 방안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는 입장.
안덕선 고려의대 교수(한국의학교육 평가원장)는 “현재의 인증평가는 평가 후 의과대학 교육상황변화에 대처하기가 힘들고 미비점 및 개선조치에 대한 추적확인이 불가능하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면서 “특히 인증평가 거부에 대응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 부실대학을 관리할 수 있는 기전을 갖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과 영국 등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학교 교육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각 교육기관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고, 그에 따른 패널티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안 교수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평가 불인정 대학에 대해서는 졸업생들의 면허시험 응시 및 전공의 진입을 제한하고 있으며, 해당 대학에서는 학자금 융자에서 제외하거나 지원금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에는 더욱 엄격해 평가결과가 학위수여 취소는 물론 학교 폐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안덕선 교수는 “면허시험은 개인에 대한 평가로 직무수행을 위한 최소한의 학력을 점검하는 기전으로, 이것만으로는 학교 교육의 질적 수준을 가늠할 수 없다”면서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과 같이 해당 전문가가 어떤 환경에서 교육을 받았는지 각 교육기관에 대한 평가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의평원 의학교육인증단장을 맡고 있는 임기영 아주의대 교수는 41개 의과대학 가운데 유일하게 2주기 인증평가에 참여하지 않았던 서남의대의 사례를 들면서 부실의대 관리를 위해서라도 인증평가와 불인증기관에 대한 제제조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부실의대 운영으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는 의사가 되기 위한 필수적 교육을 받지 못해 돌팔이 아닌 돌팔이 취급을 받아야 하는 학생들”이라면서 “그들에게 자신의 생명과 건강을 맡겨야 하는 환자와 국민들도 또 다른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의과대학은 일반과목들과 달리 수월성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능력 기본요건을 갖추기 위한 교육”이라면서 “환자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하는 학생을 배출하는 학교라면 그것은 실패한 교육이며 그런 교육은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원계 "인증평가 의무화 공감...학생·학부모 등 보호책 마련해야"
병원계에서도 인증평가 의무화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했으나, 그로 인한 피해가 해당 학교 뿐 아니라 재학생, 졸업생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했다.
신좌섭 서울의대 교수는 “인증평가 의무화에 대해서는 동감한다”고 전제하면서 “다만 인증기관에 대한 법적제제와 관련해 선의의 피해자일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보호조치가 명확하게 마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병원협회를 대표해 참석한 조정진 한림의대 교수 또한 “의학교육 발전을 위해 인증제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나, 소속 학생의 면허와 연계할 경우 피치 못할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인증의 책임은 교육기관에 있는데 그 책임을 학생에게 지운다는 것은 부적절한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사견임을 전제로 “서남의대의 사례는 운영과정보다는 진입과정에서 적절한 필터링을 하지 못한데서 나타난 문제”라면서 “서남의대라는 매우 특수한 사례를 들어 인증평가를 의무화하는 것이 타당것인지는 다시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복지부-교과부 "관련 제도, 법령 고려해 신중히 검토할 문제"
정부 관계자들 또한 같은 우려를 표하면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복지부의 경우 전문의제도 및 면허시험제도 개선과 함께 논의해 보자는 말로 우회적인 반대의 뜻을 전했고, 교과부는 대학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관련 법령의 성격과 정면 배치된다며 완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창준 복지부 의료자원과장은 “인증평가제도가 아직 시작단계이므로 시행착오를 통해 합리적인 발전방향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인증평가 의무화를 위해서는 인증기관의 인프라 확충이 선행되어야 하며, 이에 대해서는 정부의 지원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정부가 올해 전문의 제도와 최근 논란이 불거진 면허시험제도와 관련해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이 과정에서 의과대학의 교육 및 수련과정 개편도 방안을 함께 검토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방연호 교과부 인재정책분석과장은 “학문분야 평가인증에 대해 의무화하는 것에 대해 대학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고등교육법 11조 입법취지와 맞지 않는다”면서 “특히 그 결과를 면허 등 자격제도와 연계하는 것은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또한 외국의 사례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영국은 모든 대학이 국립으로 운영되며, 미국의 경우에도 우리와 대학설립규정에 많은 차이를 두고 있다”면서 부정적인 답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