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배보다 배꼽이 큰 '의약품 조제료'의 비밀

coverstory 배보다 배꼽이 큰 '의약품 조제료'의 비밀

  • 고신정 기자·김진영 인턴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11.02.25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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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 10년, 약제비 지출 67조원…1/4 이상 약국 조제료로 몰려
수가항목 구분 모호-장기처방땐 약값<조제료…제도개선 서둘러야

Cover Story

 

"왜 이렇게 약값이 비싸?"

예민한 성격 탓인지 늘상 소화불량에 시달리는 직장인 A씨. 업무스트레스 때문인지 또 다시 속이 답답해진 A씨는 짬을 내 가까운 의원을 찾았다.

진료실 안, 그녀는 담당의사에게 증상을 설명한 뒤 문진과 청진·촉진을 받았다. 의사는'스트레스성 위장장애'라며 마음을 편히 갖고 틈틈이 운동을 하되, 맵고 짠 음식은 당분간 피하라고 조언했다.

5일치 약을 처방해줄테니 증세가 호전되지 않으면 다시 내원하라는 말도 함께. 진찰을 받고 진료실을 나올때까지 걸린 시간은 15분 남짓, 의원에 지불한 비용은 3700원 정도였다.

처방전을 손에 든 A씨는 인근 약국을 찾아 약을 지었다. 약을 타기까지 기다린 시간은 5분이 채 될까.

약사는 식후에 드시라는 말을 건네며 조제약 봉투 겉면에 4~5개의 빈칸을 채운다. 1일 (3)회 (5)일분. 아침·점심·저녁 식사 전·(후) (30)분. A씨는 봉투에 담긴 약을 받은 뒤 5800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약국 문을 나섰다.

이때 A씨의 머리를 스친 한 가지 의문, '왜 약국에 내는 돈이 더 많지, 왜 이렇게 약값이 비쌀까?'. 집으로 돌아온 A씨는 자신이 오늘 처방받은 '약값'을 알아보기로 했다.

엑사딘캡슐 150mg 10알(1일 2*투약일수 5), 에이스타정 15알(3*5), 모티리움-엠정 15알(3*5), 타라부틴정 15알(3*5), 그랑파제에프정 15알(3*5), 겔포스 15포(3*5)… 약값을 따져보니, 어라? 5000원 정도가 빈다. 약국에서 내준 약제비 영수증을 보니 약제비 총액이 1만 9500원이라는데 약값은 다 합해도 1만 5000원 남짓이다.

다시 인터넷 서핑에 열을 올리던 A씨는 자신이 바가지를 썼다고 생각했던 5000원이 약국 조제료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 약 지어준 값이구나' 했는데 그게 또 기본조제료와 조제료·의약품관리료·약국관리료, 복약지도료를 합한 금액이란다.

A씨의 머리 속이 다시한번 복잡해진다.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봐도 기본조제료와 조제료의 차이가 뭔지, 환자가 약을 받는데 왜 약국관리비용까지 내야하는지 납득이 되질 않는다.

 

                                  <2011년 조제수가 조견표>                    (단위:원)

투약일수 약국관리료 조제기본료 복약지도료 조제료 의약품 관리료 총 조제료
1 620 560 680 1,510 520 3,890
2 620 560 680 1,650 580 4,090
3 620 560 680 2,000 640 4,500
4 620 560 680 2,210 700 4,770
5 620 560 680 2,440 780 5,080
6 620 560 680 2,650 820 5,330
7 620 560 680 2,890 910 5,660
8 620 560 680 3,090 940 5,890
9 620 560 680 3,320 1,000 6,180
10 620 560 680 3,540 1,070 6,470
11 620 560 680 3,760 1,120 6,740
12 620 560 680 3,980 1,190 7,030
13 620 560 680 4,200 1,250 7,310
14 620 560 680 4,520 1,440 7,820
15 620 560 680 4,710 1,460 8,030
16∼20 620 560 680 5,340 1,540 8,740
21∼25 620 560 680 5,510 2,060 9,430
26∼30 620 560 680 5,580 2,120 9,560
31∼40 620 560 680 7,400 2,670 11,930
41∼50 620 560 680 7,660 3,200 12,720
51∼60 620 560 680 8,070 3,290 13,220
61∼70 620 560 680 8,250 3,740 13,850
71∼80 620 560 680 8,320 3,810 13,990
81∼90 620 560 680 8,400 3,890 14,150
91일 이상 620 560 680 8,480 4,160 14,500

의약분업 10년, 조제료로 20조원 지출

의약분업 이후 10년, 건강보험 위기론이 다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에 빨간불이 들어오자, 정부와 시민사회단체들은 늘 그렇듯 총액계약제 등 의료공급자 통제 중심의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안을 본격적으로 들고 나섰다. 행위별 수가제가 낭비적 의료이용을 부추기고 있는 만큼 이를 뜯어 고치자는 것이다.

여기서 잠깐, 현재의 건강보험 재정위기가 잘못된 지불제도에서 기인한 것인지는 잠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보험재정의 위기는 의료이용의 증가·의료접근성의 향상·노인인구의 증가 등 여러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약제비의 증가다. 의약분업 이후 건강보험에서 약제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2000년 1조 2675억원 수준이었던 약제비는 의약분업 직후인 2001년 4조 5743억원으로 폭증했고 2004년 6조원을, 2009년말 10조원 선을 넘겼다. 10년여간 무려 8배 이상 몸집이 불어난 것.

위기감을 느낀 정부는 뒤늦게 각종 약제비 절감책을 쏟아냈다. 약가거품을 빼겠다며 기등재약 목록정비사업을 진행했고, 고가약 처방을 줄이기 위해 고가약 대신 저가약을 처방, 약제비를 절감할 경우 의료기관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마련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노력에도 약제비 비중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2008년 기준 건강보험 약제비 비중은 27.3%로 OECD 국가들의 평균인 17.7%를 크게 웃돌고 있고, 2009년에도 27.2%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높은 약제비 비중은 여전히 건강보험 재정을 위협하는 제1요소다. 의료계가 지불제도 개편 등 단편적인 대안만으로는 건강보험을 살릴 수 없다고 지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고, 정부가 약제비 절감이라는 카드를 버릴 수 없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약제비를 줄이는 방법에 대해서는 지난 몇년동안 여러가지 논의와 시도가 있었다.

건강보험에서 통칭하는 약제비란 실제 약값인 '약품비'와 '약국의 조제행위료'를 더한 금액. 정부는 그동안 이 두가지 요소 가운데 약값을 줄이는데 온 힘을 기울여왔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그 결과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그렇다면 또 다른 축인 약국 조제료는 어떠한가?

약국 조제료는 2000~2009년 총 18조 4324억원이 지출됐는데,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약제급여비 66조 7232억원의 27.6%에 이르는 규모다. 환자가 1000원을 내고 약을 지었다면 통상적으로 그 가운데 270원 쯤이 약국에 조제행위료로 들어갔다는 얘기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약국 조제료 역시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는 추세로 2001년 1조 7547억원 규모였던 것이 2006년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섰고, 2007년 2조 2901억원, 2008년 2조 3702억원 수준으로 늘었다. 2009년 약국 행위료는 전년보다 9.9%가 늘어난 2조 6051억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국 조제료에 대한 논의는 그 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아 있었다. 의료계는 지속적으로 조제료의 적정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으나, 의약분업 이후 10년간 조제료에 대한 손질은 단 한차례도 없었다.

약국 조제료 어디에, 얼마나 들어가나?

약국 조제행위료는 기본적으로 기본조제료와 조제료·의약품관리료·약국관리료·복약지도료 등 5개의 항목으로 구성된다.

약국관리료·기본조제료·복약지도료 등 3개 항목은 방문당 정액제로 2011년 현재 620원(상대가치점수 9.3점)·560원(8.39점)·680원(10.07점)으로 책정돼 있고 조제료와 의약품관리료의 경우 조제일수별로 차등화해 지급된다.

조제료는 최저 1일 1510원(22.54점)을 기본으로 최장 91일 이상 8480원(126.43점)까지 구간별로 차등적용되며, 의약품관리료 또한 1일 520원(7.79점)부터 91일 이상 4160원(61.98점)까지 달리 적용된다.

일수가 늘어날수록 약국이 받는 수가도 늘어나는 개념이다.

이를 모두 합산한 개념인 총 조제료도 처방일수별로 금액이 달라진다. 1일치 처방을 했다면 3개 정액수가와 조제료, 의약품관리료를 더해 약국은 3890원의 조제행위료를 받는다.

5일치는 5080원·10일치는 6470원·30일치는 9560원·91일 이상은 1만 4500원이 조제행위료로 지불된다. 처방전당 최소 3890원에서 최고 1만 4500원이 조제료로 지불되는 셈이다.

그러나 현재의 조제수가가 원가나 약사의 노동력을 적절히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권혁창 성공회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연간 의료비 중 약제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높다는 점, 수가계약을 위한 환산지수 연구결과 매년 약국이 다른 종별에 비해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은 현재의 약국 조제료가 적정한 수준인지 의문이 들게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민건강공단의 2011년 환산지수 연구결과에 따르면 약국유형에서 다른 종별에 비해 수가 인하요인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원가를 기준으로 산정한 2011년 약국의 환산지수 조정률은 -62.2%로 병원급 이상 -30.25%, 의원 -31.76%에 비해 가장 높은 마이너스 폭을 기록했다. 경영수지를 기준으로 한 연구에서도 마찬가지로 약국의 인하폭이 -63.4%로 가장 컸다.

마이너스 폭이 크다는 것은 다른 종별에 비해 수가 인하요인이 많다는 것으로, 수가가 상대적으로 고평가되어 있다는 의미다.

각 수가항목이 노동강도나 위험성을 제대로 담아내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약국 조제료는 행위별 수가제에 기반을 두어, 의료행위료와 마찬가지로 상대가치점수에 수가협상 결과를 반영한 점수당 단가를 곱하는 방식으로 적용된다. 이 때 상대가치점수는 해당 업무에 대한 노동강도나 위험성을 반영해 산출한다.

권혁창 교수는 "행위별수가제 하에서 상대가치점수는 소요되는 인력의 투입시간·난이도·노력 등 업무량을 정확히 반영한 결과여야 한다"면서 "그러나 현재의 조제료는 수가항목의 구성이나 각 항목별 점수구성 모두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접근결과라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수가항목 구분 모호…장기처방시 약값-조제료 '역전현상'

 
5개 조제료 항목을 꼼꼼히 뜯어보면 의문은 더욱 커진다. 단 약국관리료와 의약품관리료의 경우, 성격상 별도 구분할 필요성이 있느냐가 논란의 초점이다. 의약분업 당시 약국의 수익감소를 우려해 무리하게 수가항목을 세분화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복약지도료에 대해서도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현행 약사법에 따르면 복약지도와 관련해 '약사는 의약품의 명칭과 용법·용량, 효능·효과, 저장방법, 부작용, 상호작용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복약지도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약국에서 이 같은 설명을 듣기란 쉽지 않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는 "조제료 산정 당시 복약지도료는 3~5분간 환자를 대상으로 설명을 하는 것을 기준으로 설정됐으나 실제 이를 지키는 약국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구를 위해 일부 약국에서 실측한 결과 약국들이 복약지도에 할애하는 시간은 평균 25초에 불과했다"면서 "단순계산하자면 복약지도료를 현재의 8~14% 수준으로 인하해야 적정수준이 된다"고 꼬집었다.

처방일수별로 산정하도록 하고 있는 조제료와 의약품관리료는 '약값-조제료 역전현상'이라는 웃지 못할 해프닝을 연출하기도 한다.

일례로 갑상선 기능저하 환자에게 씬지로이드 1개월치를 처방한다고 했을 때, 1개월치 약값은 390원에 불과하지만 여기에 약국 조제행위료가 더해지면 총 약제비는 9950원이 된다.

약사들이 이 약을 내어주면서 받는 조제행위료는 약국관리료 620원·조제기본료 560원·복약지도료 680원에 30일치에 해당하는 조제료 5580원·의약품 관리료 2120원 등 총 9560원으로 약값의 24.5배에 달한다. 총 약제비 가운데 조제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96%다.

지역의사회 관계자는 "약값의 24배가 넘는 조제료를 받는다는 것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겠느냐"면서 "이는 원가나 노동력의 개념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만성질환의 경우 별도의 복약지도가 필요하지 않으며 병이나 팩단위 조제가 상당수를 차지한다"고 지적하면서 "약 한통을 집어주는 대가로 약 알수 만큼의 비용을 지불한다는 것은 누가봐도 이해하기 힘든 논리"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모순점을 의료소비자인 환자들이 인식하기란 쉽지 않다. 실제 현장에서 이에 대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차단돼 있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2009년 국민 알권리 보장 차원에서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을 일부 개정, 약제비 계산서 및 영수증에 약값과 각 항목별 조제행위료를 별도로 구분해 적도록 했으나 강제 규정이 아니다보니 이를 지키는 약국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제도가 바뀐지 1년여가 지났지만 대부분의 약국들은 여전히 약제비와 조제료를 합한 약제비 총액만을 영수증에 적고 있다.

조제료 개선작업 속도내야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정부도 부랴부랴 조제행위료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작업 속도는 더디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7월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조제료 개선계획을 공식화 했다.

복지부는 우리나라의 약제비 비중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매우 높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병이나 박스 등 한 달 이상 복용할 수 있는 포장단위 의약품 조제때, 조제료 산정기준을 현행 일수별 계산에서 1일 수준으로 일괄 적용하는 방식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후 복지부는 연구용역을 통해 구체적인 조제수가 개선방안을 마련해 같은 해 10월께 건정심 제도개선소위에서 구체적인 안을 논의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후속조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단에서 발주한 관련 연구용역은 최근 마무리됐다. 현재로서는 어느 범위까지 조제료에 손을 댈 것인지 조차 명확하지 않으나, 공단에서 발주한 '약국조제료 지불방식 개선방안 연구(김진수 외)'결과를 보면 어느 정도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앞서 공단은 지난달 연구용역결과 중간발표를 통해 약 품목별 수가 차등화-투약일수 단순화 등을 조제료 개선을 위한 해법으로 내놨다.

현재 1~91일까지 세분화돼 있는 투약일수를 △1~3일(기준수가 2일) △4~7일(4일) △8~14일(8일) △15~30일(15일) △31일 이상(31일) 등 총 5개 단계로 단순화해 낭비적인 요소를 줄이고, 그대신 수가에 품목개수를 새로 반영하는 것으로 약사의 노동력을 반영해 나가자는 것이 골자다.

약 품목수별 수가 차등화는 △1~4개 △5~7개 △8개 이상의 총 3단계로 운영하는 방안이 제안됐으며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는 복약지도료에 대해서는 의약품처방조제지원시스템(DUR)을 포함해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감액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연구팀은 이같은 가상모형을 반영할 경우 총 약국 조제료의 12.4%~16.7%, 금액으로는 3230억원~4351억원 쯤의 건강보험재정이 절감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에 참여했던 권혁창 교수는 "조제료 수가항목의 구성이 복잡한데다 조제일수별로 항목이 추가로 세분화돼 있어 재정지출의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단기적으로 약국 조제료를 현실화해 재정절감효과를 고려하되, 장기적으로는 다른 지불제도 개편안과 함께 타 의료기관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공단 관계자는 "급속한 인구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에 따라 약국조제료 부담도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건강보험의 재정안정을 위해 약국조제료에 대한 합리적인 지불방식을 마련해야 한다는 원칙이 세워진 만큼,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제도개선 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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