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진료비를 놓고 의료계와 보험사간의 '네탓, 내탓' 공방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닌 것 같다.
보험회사들은 자동차보험료를 인상해야 하는 이유로서 '자동차사고 환자들에 대한 보험진료비가 높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하고, 이에 대해 의료계는 '말도 되지 않는다'는 말로 일축해 오곤 했었다.
그러나 필자가 의사이고, 또 병원장이기 때문이어서가 아니라 손해보험회사들이 자동차보험료를 올릴 때마다 그 주된 인상 요인을 의료계의 책임으로 떠넘기는 보험사들에 인식에 적지않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자료를 보면 자동차보험료는 연평균 11조 2000억원 정도인데 이 가운데 치료비로 지출하는 비용이 8000억원으로서 전체 보험료의 7% 정도라고 한다. 이 정도의 비율을 가지고 자동차사고 환자들의 치료비 때문에 보험회사들의 손해율이 올라가고, 소비자의 보험료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설득력이 없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보험회사들이 간과하고 있는 점이 있다.
손해보험회사들이 툭하면 자동차보험진료비와 건강보험진료비를 비교하곤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분명히 지적하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건강보험환자의 경우 최선의 진료가 아닌 적정진료에 그 목표를 두고 있는데 반해 자동차보험환자의 경우는 원상회복, 다시말해 최대한의 진료가 그 목표가 된다는 점이다.
하물며 소위 나이롱환자라고 불리워지기도 하는 사기환자까지도 의료계에 그 책임을 돌리려 하는데 그것이 왜 의사 탓이며, 병원 탓인지 묻고 싶다. 자동차사고를 당한 환자가 아프다고 하는데 어느 의사가, 어느 병원이 환자진료를 거부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렇듯 그 지향하는 진료목표가 다르고 환자성향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치료비와 관련해 동일선상에서 비교를 하려 한다면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최근 한 보도자료에서 지적했듯이 우리나라가 가입되어 있는 G-20의 자동차사고 치료비율과 사고비율 등을 조사하여 그 통계를 통해 자동차보험 진료비를 결정할 수 있는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고 본다.
이와 함께 자동차보험료가 어떤 비율로, 어떻게 지출되는지 국민도 알 수 있게 관련 통계자료를 공개해야 할 것이다.
손해보험회사들은 자동차보험환자들의 진료비 때문에 손해율이 올라간다고 타박하고 책임을 전가하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자동차사고를 줄이기 위한 부분에 보다 과감히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자동차사고가 났을 때 즉각 병원으로 옮겨 사고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동시에 진료비용까지도 줄일 수 있는 응급후송체계를 정부와 협의하여 정비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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