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어린 모델들이 저체중으로 성장에 문제가 발생하고 심지어는 거식증으로 사망했다는 기사를 여러 번 접하였다.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닌 것이 주변의 여러 여성들이 정상체중임에도 다이어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식사를 거르거나 과도한 운동을 하는 것을 보고 '저럴 필요가 있나?'는 생각과 함께 메스컴에 등장하는 여자 연예인들 가운데 너무 마른 여성은 출연을 금지시켜야 하지 않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이 지금의 세태다.
생활습관의 교정을 통한 다이어트에 실패한 사람들은 결국 약물을 찾게 된다. 한의원에서는 마황성분이 든 다이어트 약을, 의원에서는 향정신성의약품에 속하는 약물들을 '오프라벨'로 처방하고 있다.
이들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는 차치하고 대개 처방을 1개월 이내로 제한하고 있음에도 그 이상의 처방을 내려주는 경우가 왕왕 있다.
특히 처방을 원하는 환자를 위해 다른 사람의 명의로 처방을 내린 후 그 처방전을 환자에게 주는 경우가 현장에서 가끔씩 발생하고 있다. 이 경우 어떤 처벌을 받을까? 결론은 무죄다.
서울에서 의원급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고 있는 A원장이 지난 6월 사무실 문을 두들겼다.
어느날 살을 빼기 위해 찾아 온 여자 환자를 진찰하고 1개월치의 처방을 하려다 바쁜 일과 때문에 의료기관 방문이 어렵다고 사정하는 환자를 위해 추가 처방을 해 주기로 하고, 의원에서 근무하는 직원 2명의 명의로 각 처방전을 작성·교부해 환자가 처방전을 받아 3개월분의 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런데 위 환자가 사실은 중앙일간지 기자였고, 이러한 내용의 기사를 작성하여 9시 뉴스에서도 취재하기에 이르렀다. 담당 보건소에서는 이러한 원장의 행위에 대하여 의료법위반으로 수사기관에 고발하였고, 검찰은 의료법 제17조제1항 위반을 이유로 기소하였으나 무죄가 선고된 것이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처방전은 그 목적이 진찰을 받은 환자에 대한 약물을 처방하는 데 있는데, 의사가 환자를 직접 진찰한 후 그 환자가 사용할 약물을 처방한 처방전을 진찰받은 환자에게 교부하였고 실제로 진찰을 받은 환자가 처방전에 기하여 약물을 처방받았다면, 타인 명의를 빌려 처방전 상의 환자명을 기재한 행위라 하더라도 편법적인 처방전 발급을 처벌하는 조항이 있거나 허위 내용의 처방전 작성을 처벌하는 조항이 없는 이상 위 의료법 조항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이다.
위 판례는 죄형법정주의(罪刑法定主義)에 충실한 점에서는 높이 살 만하다.
그러나 장기처방을 원하는 환자를 위하여 환자 아닌 사람의 명의를 빌려 처방전을 작성한 행위에 대해 처벌규정이 없는 것은 입법의 불비(不備)라 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