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신장 기능 장애 당뇨환자 대상 대규모 임상연구결과 발표
노바티스의 당뇨병 치료제인 '가브스'가 신기능 장애를 동반한 당뇨병 환자에서 당화혈색소 감소와 안정성을 입증했다는 임상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노바티스는 중등도에서 중증의 신장 기능 장애가 있는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을 가브스(성분명:빌다글립틴)로 치료한 결과, 안전성과 내약성이 유지되면서 당화혈색소 수치가 개선됐다는 새로운 임상연구 결과를 17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위약 대비 DPP-4 억제제 '가브스'의 안전성과 효능을 알아보기 위한 것으로, 중증 및 중등도 신장 기능 장애(renal impairment)를 동반하고 있는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연구 결과는 <Diabetes Obesity and Metabolism> 학술지 온라인 판에 최근 게재됐다.
한국노바티스에 따르면 신 기능 저하는 비교적 오랜 유병기간을 갖는 당뇨병 환자들에게 흔한 동반질환의 하나로 치료제 선택에 있어서 제약사항으로 작용한다.
한 예로, 중등도에서 중증의 신장기능 장애가 있는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 메트포르민의 사용은 젖산산증(lactic acidosis)이라는 심각한 합병증을 발생시킬 수 있으므로 금지돼 있다.
또 신 기능이 감소된 환자에서 인슐린 분비 촉진제인 설폰요소제는 심각한 저혈당을 초래할 수 있고, 알파글루코시다제 억제제는 일부 영양소의 흡수장애를 일으킬 수 있으며, 안전성에 대한 근거가 부족해 신기능 장애가 있는 환자들에게는 권장되지 않는다.
당뇨병 환자들의 신장질환 발병률이 높고 이러한 환자들에게 사용할 수 있는 약제에 제약이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신장질환이 있는 제2형 당뇨병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계열의 당뇨병 치료제인 DPP-4 억제제의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연구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번에 발표된 임상 연구는 24주 동안 중등도에서 중증 신장기능 장애가 있는 유럽·북미·남미·인도 등 12개국의 제2형 당뇨병 환자 515명을 대상으로 '가브스'의 안정성과 효능 평가를 목적으로 실시됐다.
이중맹검·무작위 배정 방식으로, 한 그룹에는 가브스 50mg 1일 1회 요법을, 또 다른 그룹에는 위약을 투약했다. 그 결과, 중등도의 신장기능 장애가 있는 당뇨병 환자의 경우, 당화혈색소가 기준점인 7.9%에서 평균 0.7%(±0.1%) 감소해 위약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한 혈당 조절 효과가 나타났다(그룹간 차이-0.5±0.1%, P<0.0001).
당화혈색소 목표치인 7%이하 도달률은 가브스 치료군에서 30.2%로 위약군의 24.8% 보다 높았다. 중증 신장 기능 장애 환자들 중 가브스를 복용한 환자군은 당화혈색소가 기준점인 7.7%에서 평균 0.9%(±0.2%) 감소해 위약군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한 감소를 보였다(그룹간 차이: -0.6%(±0.1%), P<0.0001).
또 가브스 사용 환자 중 48.3%가 당화혈색소 목표치에 도달해 위약군의 25%의 도달률 대비 우수한 혈당 조절 효과를 보였다(P=0.003).
이번 연구를 통해 중등도에서 중증의 신장질환이 있는 환자들에게 가브스의 안전성과 내약성도 확인됐다. 가브스 사용군에서 부작용이나 이로 인한 치료 중단 사례는 위약군과 유사했으며, 중등도 및 중증 신장장애 환자 모두에서 위약군 보다 부작용 발생률이 더 낮은 경향을 보였다.
홍은경 교수(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신기능 장애는 당뇨병을 오랜 기간 앓고 있는 환자에서 흔히 동반될 수 있는 질환"이라며 "신장 기능 장애가 발생한 당뇨병 환자들은 심각한 부작용 발생의 위험도로 인해 치료제 선택에 있어 많은 제약이 따른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연구결과는 가브스가 중등도에서 중증 신장 질환이 있는 당뇨병 환자의 치료에서도 저용량으로 사용할 경우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제라는 점을 시사한다"며 "신장질환을 동반하고 있는 많은 환자들과 그들을 치료하는 의료진에게 치료제 선택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홍 교수는 "당뇨병 관리의 목적이 적절한 혈당 관리를 통한 합병증의 최소화인 만큼 혈당 조절 상태를 관찰하는 것이 중요한데, 식사 전후에 수시로 혈당을 확인하면서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2~3개월에 한 번씩은 당화혈색소 수치를 확인해 전반적인 혈당 관리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당뇨병 치료에 있어서 식사 전후 혈당뿐 아니라 당화혈색소를 함께 관리할 것을 권장하고 있는데, 대한당뇨병학회, 미국당뇨병학회 는 당뇨병 환자들의 조기 진단과 관리로 합병증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새로이 당화혈색소를 당뇨병 진단 기준에 포함시켰고, 혈당 조절의 평가 기준으로 사용하고 있다. 지난 7월 개정된 보건복지부의 급여 기준에 의하면 치료단계 변경 시 당화혈색소 측정을 권고하고 있다.
'당화혈색소'는 당뇨병 합병증과 연관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당화혈색소를 1%p 낮추면 당뇨병으로 인한 사망 위험은 21% 감소하며 말초혈관질환과 미세혈관질환은 각각 43%, 37%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심근경색은 14%, 뇌졸중은 12%, 백내장은 19%가 낮아진다.
대한당뇨병학회는 당화혈색소 조절 목표는 환자의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중증 합병증이 없고 심혈관 위험도가 낮으며 비교적 젊은 환자들은 저혈당이 오지 않는 상태에서 6.5% 이내로 관리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한편, 가브스는 그동안의 임상연구결과를 통해 메트포르민과 병용할 경우 당화혈색소 감소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브스를 메트포르민과 병용 투여한 경우, 메트포르민만 단독 투여한 경우 보다 당화혈색소가 1.1% 낮아졌다.
기존에 메트포르민으로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에게 가브스를 추가 투여한 경우 위약 대비 혈당 조절률이 4배나 높았다. 또 가브스는 설포닐우레아와 병용 시에도 당화혈색소를 1%의 추가 감소 효과를 보인다고 입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