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다시 만난 서양화가 양태모
2009년, 작가 자신이 직접 짜고 마감질한 나무판에 흔히 볼 수 있는 야생화 등 들꽃을 소재로 한 작품을 선보인 그가 이번에는 좀 더 큰 스케일과 과감한 제스츄어를 담은 그림을 선보인다.
양 작가의 이번 전시 작품의 주요 소재는 닥종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종이가 아니고 닥나무라고나 할까…워낙이 원 재료가 갖고 있는 거친 속성이 있는데다가 나무의 결(?)이 그대로 살아, 나무를 쪼개어 붙여 놓은 듯한 마티에르가 훨씬 더 강하게 느껴지는 작품들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서는 '기'가 느껴진다.
닥나무가 주는 동양적인 맛과 깊이 있는 전통스러움은 차지 하더라도 그의 이번 작품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동양화에서 흔히 말하는 '기운생동'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작품과 직접 조우하는 그 순간은 왠지 모를 웅장한 스케일마저 다가온다.
좀 더 대담하게, 좀 더 솔직하게…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양 작가는 좀 더 이전의 것(?)들을 비우는 작업을 했다고 한다. 잘 그려내려는 의지, 무언가를 해내려는 일련의 행위들을 많은 부분 배제하려고 노력했다.
양 작가는 한 작업이 끝나면 완성된 '이미지'를 실외로 옮겨 비·바람·햇빛에 그대로 장시간 노출 시킨 후 비로서 작품으로 완성 시킨다고 한다. 천년을 산다는 닥종이 위에 작가는 자연의 생명력을 담아내려는 것일까? 그리는 것을 경계했다는 그의 작품을 보면 대자연의 삼라만상과 태고의 신비가 담겨진 종교적 숭고함까지 엿보인다.
스스로를 촌놈이라고 말하는 작가 양태모. 다른 그 어느 때 보다 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그린다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육체적으로 힘들었다고 한다. 작가의 이런 노력과 수고스러움에 반해 너무나 세련되고 도회적인 얼굴로 걸려있는 그의 작품들이 관객을 향해 이렇게 속삭이는듯 하다.
"추상형상이나 미니멀적으로 보일뿐이지…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