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수가제 강제적용" 지불제 개편 새국면

"포괄수가제 강제적용" 지불제 개편 새국면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11.12.16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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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백내장 등 7개 질병군 DRG 내년 전체 의료기관 적용
이스란 복지부 과장 "비용 절감보다 지출 예측가능성 초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한국보건경제정책학회와 공동으로 16일 ‘한국·일본·대만 DRG 지불제도 국제심포지엄’을 열었다. ⓒ의협신문 고신정
정부가 백내장 등 기존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 적용대상을 현행 신청기관에서, 내년엔 전체 요양기관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공식화했다.

포괄수가제를 전면적용, 제도의 타당성을 기본부터 검토해보겠다는 것.

새로운 포괄수가제 모형으로 주목을 받았던 한국형 포괄수가제(신포괄수가제)에 대해서는 수가모형의 후보군으로 검토하겠다고 언급, 사실상 추가 확대적용은 유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스란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16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국·일본·대만 DRG 지불제도 국제심포지엄’ 토론자로 참석해 이 같이 말했다.

이 과장은 “2002년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를 도입한 뒤 적극적 모니터링을 시행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면서 “상급병원이 계속 빠져나가는 등의 문제점을 보면서 수가의 문제인지, 설계의 문제인지, 제도자체의 문제인지 엄밀히 검토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지불제 개편 논의가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의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과거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이에 기존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를 전면적으로 적용해 이 제도가 실제로 지출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적정진료를 유도하는지를 보고자 한다”고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

이는 현재 신청기관들을 상대로 제한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를 전체 요양기관으로 확대적용해 제도의 효과와 타당성을 전면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의미다.

앞서 기획재정부 또한 12일 ‘2012년 경제정책 방향’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내년 하반기부터 모든 병의원을 대상으로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를 의무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이스란 과장은 의료계의 반대여론을 의식한 듯 제도 도입에 따른 장점도 있는 만큼, 의료계를 비롯한 이해관계인들의 이해와 협조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는 “포괄수가제를 하면 수입이 줄어들 것이라고 염려하는데 행위별 수가제하에서도 심평원 심사가 있지 않느냐. 포괄로 묶으면 진료의 자율성은 올라가는 등의 장점도 있다”라면서 “의료계의 반대에 대해서는 좀 더 협의해서 의견을 들을 계획이며 상호 합의속에서 일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또 포괄수가제의 확대가 지출억제의 수단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의료비 절감 기대가 없다고 할 수는 없겠으나 그보다는 변동성이 큰 건보 진료비에 대해 예측가능성을 높인다는데 그 목표를 두고 있다”면서 “의료비 증가는 노인인구와 만성질환자의 증가 등 다른 이슈가 많다. 지불제 개편만으로 재원을 줄인다는 것은 쉽지 않을 일”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현재 시범사업을 진행 중인 한국형 포괄수가제에 대해서는 수가모형의 후보군으로서 계속 검토하겠다는 다소 유보적인 의견을 내놨다.

한국형 포괄수가제는 입원건당 정액수가와 일당 정액수가, 행위별 수가제를 혼합한 방식으로 전체 입원환자에 적용할 새로운 형태의 지불제도로 주목을 받아왔다.

한국형 포괄수가제 시범사업은 현재 일산병원과 3개 지방의료원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내년 그 적용대상을 40개 지역 공공의료기관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계획되어 있다.

이스란 과장은 “일산병원 등에서 한국형 포괄수가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환자의 모습이 다르다보니 기관별 조정계수를 넣는 등의 추가조치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해당 병원에서는 행정적인 비용소모가 크고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과장은 “한국형 포괄수가제를 포기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수가모형의 후보군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지만 원래 모습인 7개 질병군을 전반적으로 해보자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강윤구 심평원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포괄수가제의 확산이야 말로 한국의 건강보험이 넘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의협신문 고신정
한편 이날 참석자들은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지불제 개편을 시급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발제를 맡은 강길원 충북의대 교수는 “정부와 심평원이 그동안 포괄수가제 확대를 위해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 반성이 필요하다”면서 “과거에는 포괄수가제를 추진할 동력이 부족했다 하더라도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정부와 보험자, 공급자, 소비자 모두 지불체계 개혁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늦었지만 적극적인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정책 책임자들도 이 같은 의견에 힘을 보탰다.

강윤구 심평원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포괄수가제의 확산이야 말로 한국의 건강보험이 넘어야 할 과제”라면서 “많은 전문가들이 의료비 증가의 원인으로 고령화와 소득수준 향상, 그리고 행위별수가제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이번 심포지엄이 한국에 포괄수가제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고경석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 또한 “1인당 의료비 증가율이 OECD 평균 4%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8.7%에 대해 국민의 의료비 부담과 건강보험의 재정부담이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면서 “이는 환자급증과 공급자원 관리미흡과 더불어 치료행위마다 비용을 보상하는 행위별 수가제도가 불필요한 의료이용에 따른 의료비 증가요인을 전제, 구조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인 것으로 일부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의료기관의 기능재정립과 건강보험제도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특히 건강보험 지불제도 개편은 OECD에서 입원포괄수가제의 전면 적용을 권고한 것을 고려해 의료계와의 협의를 거쳐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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