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 건의안 심평원서 3개월 넘게 '낮잠'
의료계 내부갈등 부담...재정 파급효과도 고민
SSRI 약제 급여기준 개선안을 놓고 정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찬반양론이 여전히 분분한데다, 급여기준 완화 폭에 따라 건강보험재정과 국민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달리질 수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17일 심평원 등에 따르면 지난 10월 대한의사협회가 제출한 SSRI 급여기준안을 놓고 정부와 심평원 모두 아직까지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한채 고민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상 SSRI 급여기준 완화는 의료계 내부에서도 큰 논란거리가 됐던 사안이다.
신경과 등 일부 전문과목에서 항우울제 장기처방(60일 이상)을 정신과 의사만 할 수 있도록 한 현행 급여기준이 부당하다면서 급여기준 완화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선데 대해, 당사자인 신경정신과가 과목의 특성상 처방제한 규정을 둬야 한다고 강력하게 맞서면서 과목간 갈등이 불거진 것.
이에 의협은 신경과와 신경정신과·내과·가정의학과 등 관계 전문과목 관계자들을 모아 의견조율을 시도했지만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회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모아 SSRI 급여개선안을 마련한 뒤 지난해 10월 이를 심평원에 제출했다.
의협은 의견서에서 정신과 이외의 타과에서도 최대 1년의 범위안에서 SSRI 계열 항우울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급여기준을 완화하되 △심각한 자살사고가 있는 경우 △SSRI 또는 SNRI 항우울제 치료가 잘 반응하지 않을 때 △심각한 정신병증상을 보일 때 △양극성 장애가 의심될 때는 장기처방시 정신과와 컨설팅하도록 단서를 두는 방안을 제안했다.
아울러 부대의견으로 정신과학회와 정신과개원의사회의 경우 60일 처방제한 폐지에 반대하고 있다고 적었다.
우여곡절 끝에 의료계의 의견을 담은 급여기준 개선안이 심평원으로 넘어갔지만, 공을 넘겨받은지 3개월이 지나도록 심평원과 정부 모두 이에 대한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심평원은 일단 의료계 단일안 마련을 기준개선의 전제로 놓고 있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조율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임의적으로 ‘선’을 그을 수는 없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그 이면에는 건강보험재정에 대한 부담도 깔려있다.
또 정부와 심평원 측은 당장 항우울제 장기처방을 모든 과목에서 허용할 경우 약제처방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밖으로는 항우울제 오남용 문제가, 안으로는 처방로 인해 건강보험재정 지출 증가라는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는 우려다.
심평원 관계자는 “SSRI 급여기준 개선과 관련, 아직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면서 “워낙 민감한 사안인데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고 있어 방향을 정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일반 약제와 다른 항우울제의 특성을 반영할 때 의료계의 요구대로 모든 진료과목에서 이를 처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옳은지, 오남용의 우려는 없는지, 급여기준 완화가 건강보험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어느 정도 일지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면서 “다각적인 측면에서 심도있는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