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용(서울의대 교수 서울대학교암병원 대장암센터장)
국립암센터 분원 설립 문제로 오송과 대구 지역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송이냐 대구냐를 따지기 전에 우선 국립암센터 분원 설립 문제는 국립암센터 분원 건립이 타당한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부터 던져야 한다.
국립암센터의 설립 목적은 국가암관리사업을 통해 국민이 체감하는 암관리 정책 및 서비스를 지원하고 연구를 통해 앞선 진료기술을 개발하여 국민들에게 그 혜택을 돌려주는 것에 있다.
특히 국립암센터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암 발생률을 줄이고 생존율을 높이기 위하여 임상연구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립암센터 뿐만 아니라 대도시의 대형병원들도 정부 주도의 연구중심병원 육성정책과 맞물려 임상연구를 중점 육성하고 있는 실정이다.
임상연구의 핵심은 풍부한 환자군이다. 임상연구의 대부분이 대도시의 대형병원에서 수행되는 현상이 이를 반영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방 이전을 통해 역량을 분산하는 것은 연구 기능의 위축을 가져올 공산이 크다.
분원 건립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오송과 대구에는 이미 충북대병원과 경북대병원이 지역암센터로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 분원이 건립되는 것은 정부의 지역암센터 지원 정책과도 상충된다. 의료자원의 중복 투자 및 분산으로 인한 효율성 저하도 우려된다. 우수 의료 인력 확보 및 유지 문제 또한 쉽지 않을 것이다.
충남대병원과 경북대병원에는 임상시험센터도 입지하고 있어 국립암센터의 분원이 수행하고자 하는 기능과 유사한 역할을 이미 수행하고 있다. 임상시험의 특성상 임상시험센터와 병원은 밀착된 형태로 존재하여야 한다.
미국의 암센터들도 기능이 분산된 위성 형태의 암센터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두 지역은 국립암센터 분원이 어떠한 기능으로 건립되더라도 병상 증설이 불가피하여 해당지역의 병상과잉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더욱이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국가암관리사업 수행에 있어서도 정부·부속병원·연구소 등과의 다양한 협조가 필요한데 기능을 분리하게 되면 협조 체계의 약화가 우려된다.
이는 국가 암 정복의 핵심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국립암센터가 국가암관리사업을 수행하는데 제 역할을 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며, 결국 국민들이 누려야할 정책 지원과 서비스의 질이 저하될 것이다.
따라서 국립암센터 분원 설치보다는 본원을 중심으로 전국에 산재해 있는 지역암센터와의 연계 시스템을 강화하여 암 생존자 관리, 국가암통계 생산 등 정부의 국가암관리사업 정책 지원 및 미래형 병원이 나가야 할 방향인 임상시험 협력이 전국적 단위에서 보다 원활히 수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