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일의 스캔들

1500일의 스캔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2.03.2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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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국 지음/황금부엉이 펴냄/1만 3000원

"사소한 실수를 극복하라."

작소병원장은 쫀쫀하게 직원들을 닥달했다. 더러워진 침대 시트를 수시로 교체하는 일, 고객의 주차를 대신 해주는 일, 환자들을 잠 못 이루게 하는 모기를 쫓는 일, 비오는 날 고객에게 우산을 빌려주는 일 등이 시작됐다. 작소병원장은 두 눈을 크게 뜨고 두 귀를 크게 열고 현장을 꼼꼼히 살피며 고객의 가려운 곳이 어디인지, 고객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하나씩 알아나갔다. 그의 머릿속은 온통 병원생각 뿐이었지만 스트레스가 아니라 활력으로 돌아왔다. 언제나 새로운 것을 고민하는 그 자체를 즐겼기 때문이다.

민병국 전 중앙대 용산병원장이 쓴 경영서 <1500일의 스캔들>이 출간됐다.

'작소병원'이란 네이밍은 그의 작품이다. '작은 것도 소중히 하는 병원'으로 가는 작은 변화는 그렇게 시작됐다. 높다란 병원 담을 허물고 난 자리는 주민들과 공유하는 뜰로 만들고 이름조차 낯선 진료동 이름을 친근하게 바꿨다. 형식적이던 '고객의 소리함'도 적극 활용해 접수된 불편사항은 바로 시정했다. 병원 외관 공사로 소음이 많은 날에는 입원환자들에게 양해를 구하며 사과를 선물했고, 몸이 불편한 환자를 위해 문서업무에서 세탁물 수령까지 도와주는 '대신맨'서비스는 빛을 발했다.

작은 변화가 큰 차이를 만들어 냈다. 시간이 흐르면서 직원들에게도 변화가 일어났다. 현장속에서 소통하는 저자의 마음을 이해한 것이다. 병원 전직원에게 생일카드를 쓰고, 각종 소규모 모임에도 동참해 어울리면서 내부고객인 직원의 마음을 움직였다. 가장 멀 수 있는 관계였지만 가증 든든한 지원군이 된 것이다. 저자가 2005~2010년 원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2006~2007년 연속으로 응급의료센터 우수병원으로 선정됐으며, 2007년에는 환자만족도 최우수병원에 뽑혔다.

이 책에는 한 때 폐쇄직전까지 내몰리고 재단에서 조차 곧 없어질 병원이라고 투자를 꺼려하며 병원직원들도 회생이 어렵다고 포기한 중앙대 용산병원의 생환기가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0.1%의 변화만이라도 꾸준히 이뤄낸다면 혁신은 가능하다"고 말한다.

모두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변화는 나로부터 ▲함께 가는 길 ▲일신우일신의 길 ▲미래는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다가가는 것 등의 주제를 통해 거창한 경영 원칙과 효율적인 경영 전략보다 고객을 위하는 진심, 가식과 편견없는 현장 경영이 얼마나 많은 것을 변화시킬 수 있는 지를 확인할 수 있다(☎02-338-9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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