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식도 낮아 필요수량 78% 수입산 의존...안전성 위험 노출
조직재에 부가세까지...인간 존엄성 위협 상품성 논란 자초
인체조직에 대해서도 혈액과 장기 등과 같이 공적 관리체계를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재)한국인체조직기증재단과 (사)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는 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체조직재 공적 관리를 위한 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창일 (사)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 이사장은 "노령화와 질병재해의 증가로 조직이식을 필요로 하는 수요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지만,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특히 국내의 경우 관련 법의 미비로 기증재의 안전성 문제와 상업화 가능성을 안고 있어, 시급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이사장에 따르면 국내 수술장에서 사용되는 인체조직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체조직기증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데다, 이를 뒷받침할 만한 제도가 미흡하다보니 기증률이 턱 없이 낮기 때문.
실제 2008년을 기준으로 각 국의 인체조직 기증자 현황을 비교한 결과 미국은 인구 1000만명당 138명, 스페인은 58명, 영국은 6.5명에 이르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3.3명에 그쳤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 인체조직 필요 수량의 78%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수입재의 경우 안전성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박 이사장은 "WHO의 권고에 따라 각 국은 자국에서 자급자족하고 남는 분량의 인체조직제를 수출하고 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질이 좋지 않은 이식재가 수입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정부가 제품의 정도관리를 진행하고 있어 현재까지 문제가 발생한 적은 없지만, 수입재 의존도가 큰 만큼 위험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공적관리 체계가 미흡하다보니 고귀한 인체조직이 상품화될 위험성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이다.
인체조직은 혈액이나 다른 장기와 달리 공적 관리체계를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기증과 구득·가공 등의 과정이 사실상 민간에 맡겨져 있는 실정이다. 이 가운데 기증과 구득은 비영리재단과 병원에서 담당하도록 제한하고 있지만 정부의 지원이 없다보니 이식재를 실비로 공급하는데 어려움이 크다. 인체조직재에 부가가치세까지 부과되고 있으니, 상품화 논란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유명철 (재)한국인체조직기증재단 이사장은 "인체조직재는 인간의 생명과 연관된 숭고한 것으로 상품처럼 매매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 "공적 관리체계 하에 정부의 예산지원을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이식재 공급, 이식재가 상품이 아닌 선물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1970년 매혈금지법 제정 이후 오늘날 헌혈이 자리 잡게 되었듯이 인체조직기증 역시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속적이고 확대된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면서 "적십자 혈액원과 마찬가지로 인체조직에 대해서도 법률에 기반을 둔 공적 기관을 설립해 지속적인 지원과 관리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양국 한국인체조직기증원 서울성모조직은행장(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장)은 2000년대 초반 미국을 떠들석하게 했던 인체조직 이식 스캔들을 언급하면서 "정부의 지원아래 국내 인체조직의 자급자족 가능성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미국 인체조직 이식 스캔들이란 미국 바이오 메디컬 티슈 서비스에서 1만3000여개의 감염된 조직을 채취해 8000여명의 환자에게 이를 이식했던 사건으로, 당시 이식자의 상당수에서 심각한 합병증이 발견돼 논란이 됐었다.
정양국 은행장은 "정부 차원에서 인체조직의 기증과 구득, 가공을 관리해야 한 층 더 높은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다"면서 "정부의 예산 지원을 통해 지역 조직은행을 점진적으로 설립해 수입을 대체할 수 있는 안전한 이식재를 공급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재)한국인체조직기증재단은 2010년 정부로부터 인체조직 전문 구득사업을 위탁받아 설립된 (사)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 산하 '한국인체조직기증원'과 2007년 설립된 국내 최초 비영리 인체조직은행인 '대한인체조직은행'이 통합된 것으로, 보건복지부의 지원을 받아 인체조직재 구득 등을 위한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다.